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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나의 첫 번째 체포영장

2018.09.09

나의 첫 번째 체포영장

 

명광일

 

 

나는 미국에 살면서 아홉 번 잡혀갔다. 나는 그때마다 변호사를 샀다. 백인변호사였다. 지금도 그와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년 넘었다. 첫 번째 수갑은 술 때문이었다. 199312월로 기억한다. 덴버 근교 딜런 시 라이브 바에서다. 집에서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다.

 

삼류 뮤직션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재롱떠는 곳이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나는 친구 둘과 의기투합 그곳에 갔다. 우리 셋은 공연을 즐기며 느긋하게 술을 마셨다. 돌아오는 운전은 술 잘 못 하는 친구가 하기로 하고 실컷 마셨다. 음악도 나쁘지 않았다. 백인들 바였기에 대부분 컨트리 뮤직이었다.

 

사실 나는 제일 싫어하는 장르다. 말만 한 자식들이 비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코맹맹이다. 귀가 간지러우니 목도 간지러웠다. 무대의 밴드가 바뀔 때마다 홀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덕분에 술은 술술 잘 넘어갔다. 그곳에서 만난 백인 여성 둘과 합세 우리 다섯은 기분 좋게 마셨다.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나는 처음부터 위스키로 조졌기에 한순간 버틸 수 없는 취기가 나를 감쌌다. 나는 잠시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 차로 갔다.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 발목을 덮었다. 나는 시동을 걸어 히터를 올리고 의자를 뒤로 넘겼다. 그 시간이 자정 조금 넘었다. 우리는 4시간을 넘게 마시고 있었다.

 

차에 앉은 지 채 5분도 안 돼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이제 좀 차가 더워지는데 불청객이다. 나는 창문을 내렸다. 강한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면허증을 보자고 했다. 경찰이었다. 지갑을 뒤져 그에게 줬다. 차에서 내리라는 명령을 했다. 비틀거리며 내렸다. 그는 주차장 구석에 차를 주차해 놓고 먹이를 찾던 이리였다.

 

그는 내게 몇 가지 동작을 요구했다. 한쪽 발 들고 양팔 벌리기. 팔 접고 앞으로 곧바로 걷기. 코 잡고 한 바퀴 돌기. 나는 서커스단 원숭이처럼 시키는 대로 했다. 내 딴에 정신 바짝 차리고 했는데 많이 흔들렸다. 곧 경찰차 한 대가 더 왔다. 수갑이 뒤로 채워졌다. 미란다 원칙을 형식적으로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딜런 경찰서에 도착했다. 그들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음주 측정기를 입에 물렸다. 나는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에 시키는 대로 했다. 다만 꾀를 생각해 냈다. 오줌이 급하다는 핑계로 화장실에 들어 수돗물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화장실 물을 내리고 나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는 입과 코로 반씩 날숨을 내뿜었다. 세 번을 연거푸 했는데 DUI(Driving Under The Influence, 음주운전)기준을 넘지 않았다. 그들은 집요했다. 기준을 넘을 때까지 나를 붙들고 늘어졌다. 나도 지쳤다. 나는 입에 모든 날숨을 모아 불었다.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다시 수갑이 채워졌다.

 

밖은 발목을 넘어 정강이까지 함박눈이 차올랐다. 나를 뒷좌석에 태웠다. 앞 좌석엔 경관 둘이 탔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방탄유리가 놓여있었다. 채운 수갑이 얼마나 조이는지 팔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그들은 밤을 달려 관할 법원과 구치소가 있는 브렉컨릿지 시로 향했다.

 

잡혀가는 길이지만 멋진 밤이었다. 앞을 분갈 할 수 없는 눈이 최고로 부풀어 펑펑 쏟아졌다. 그때 바에 남아있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사라진 나를 두고 얼마나 원망할까. 아니면 불길한 예감에 경찰에 연락했을까. 깜박 잠이 들었는데 구치소에 도착했다. 소지품을 다 내려놓고 옷도 벗어 죄수복으로 갈아입었다. 무기검사 간단히 하고 감방에 가뒀다.

 

나처럼 잡혀 온 자들이 몇 있었다. 백인 셋, 흑인 둘, 히스패닉 둘, 동양인 하나 나. 나는 그들을 외면하고 구석에 가 앉았다. 긴 의자가 양쪽으로 나 있었다. 안쪽엔 양변기와 수도 그리고 스테인리스 거울이 있었다. 거울은 오랜 세월 긁히고 바래 얼굴을 제대로 비추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찌들고 볼품없는 얼굴을 보여줬다.

 

하나하나 보석금을 내고 나갔다. 전화기가 벽에 붙어 있었다. 저들은 보석금을 마련하느라 전화기에 붙어 있었다. 나의 보석금도 책정됐다. 이천 불이었다. 캐시나 캐시어스 체크만 받았다.

 

나는 황당했다. 이 밤 이 험한 날씨, 아내에게 연락하기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나는 맨 위 광고를 알리는 보석금 회사에 전화했다. 나는 내 크레딧 카드로 보석금과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도둑놈들이었다. 삼백 불을 더 떼어갔다. 나는 그들이 보석금을 지불함과 동시에 풀려났다.

 

새벽 5시쯤 됐다. 밖으로 나오니 대기실에 친구 두 놈과 그 두 백인 여자가 와 있었다. 그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고 잡혀간 걸 알고 그 백인 여자 차를 빌려 타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반가웠다. 고마웠다. 급 피곤이 밀려 왔다. 긴장이 풀리며 숙취와 밤새 시달린 불안이 한꺼번에 고개를 떨궜다.

 

우리는 근처 호텔로 이동 방을 구해 잠에 떨어졌다. 눈을 떴을 때 주위는 아무도 없었다. 낮 한 시를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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