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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몇 번째인지 모르는 체포영장 2

2018.09.10

몇 번째인지 모르는 체포영장 2

 

명광일

 

1999년 겨울 제법 쌀쌀한 2월이었다. 손님이 와 있었다. 가게 문 열기도 전에. 흑인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차에서 소리가 난다고 했다. 91년형 3/4톤 쉐비 픽압이었다. 겉은 깨끗했다. 40마일 이상 달리면 웅웅, 감기는 와인딩 소리가 거슬린다고 했다. 나는 키를 받아들고 수석 미케닉 안토니오에게 던져 줬다. 손님은 서류를 작성하고 배고프다고 건너편 햄버거 가게로 사라졌다. 안토니오가 한 바퀴 돌고 돌아왔다.

 

뭐가 문제야. 휠 베어링(Wheel Bearing, 자동차 바퀴 베어링)과 디퍼렌셜(Differential, 양쪽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뒤쪽 가운데 둥근 기어) 그리고 유 조인트(U-Joint, 트랜스미션과 디퍼랜셜을 이어주는 굴대, 그 굴대를 이어주는 U자형 베어링)도 같이 갈아 줘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뒤쪽 베어링은 다 갈아야 한다는 말이다. 견적이 만만치 않았다. 나는 키를 받아들고 거리를 나섰다.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근처 도로 속도제한이 35마일. 5마일 더해 40마일 이상 달리면 티켓이 겁났다.

 

검은 손님 말씀에 의하면 그 이상 달려야 문제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긴데, 갈등이었다. 나는 후리웨이(Freeway, 미국의 고속도로. Highway는 우리의 국도와 비슷한 의미)까지 나가기 멀어 접고 가게와 인접한 도로에서 과속했다.

 

주위를 살폈는데 높으신 제복님 차는 보이지 않았다. 50마일 넘어가자 소리가 확연히 들렸다. 디퍼랜셜이 문제였다. 그때 뒤에서 불이 번쩍했다. 골목에 숨어 있던 짭새 하나 따라붙었다. 나는 똥 씹은 얼굴로 트럭을 가장 가까운 골목에 갔다 댔다.

 

껴입어도 추운 날씨. 한 덩치 하는 반팔의 경관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사이드미러에 보였다. 오른손은 자신의 오른쪽 혁대 권총에 가까이 대고 조심스럽게 트럭에 바짝 붙어 내게 다가왔다. 나는 유리창을 내리고 두 손을 운전대에 올려놓고 기다렸다. 룰이다.

 

그가 말했다.

 

-너 왜 잡혔는지 알지

-안다

-면허증과 보험증 보여 달라

-여깄다

-번호판 재등록 기한도 두 달 넘겼다

-그러냐, 몰랐다

-누구 트럭이냐

-손님 꺼다

-잠시 기다려라, 면허증 확인하고 다시 오겠다

-그래라

 

그는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1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멀리서 불빛을 반짝이며 경찰차 한 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도 내 뒤에 뒤에 멈췄다. 사이렌도 멈췄다. 불빛만 요란했다. 두 대가 돌려대는 불빛은 대형사고 수준이었다.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둘이 다가왔다. 하나는 조금 뒤에 경직된 자세, 허리 권총에 손이 깊었다. 혼란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침착하려 애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건 오버 스피드밖에 없는데, 먼저 온 경관이 나를 내리라고 명령했다. 양손 머리 뒤에 올리고 천천히 뒷걸음으로 트럭 뒤까지 걸으라고 명령했다. 명령에 따랐다. 이놈들은 초짜가 분명했다. 어딘가 얼빵하게 얼어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법정 명령 전문용어 몇 마디하고 미란다 읊고 체포한다고 했다. 늘 하듯 다리 벌리고 양손 뒤로 하고 수갑이 다시 채워졌다.

 

그들은 본부와 연락하고 나를 뒤에 태웠다. 작은 구멍 여럿 뚫린 강철이 앞뒤를 가로막고 있었다. 운전석 왼쪽 뒤 모서리에 레밍턴 9mm 라이플이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오른쪽엔 샷건이 보였다. 이 자는 좀 특별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잡혀갈 이유가 없었다.

 

담당 경찰서에 도착했다. 이전과 같이 소지품과 무기검사 다시 하고 옷 갈아입었다. 다시 또 얼굴 정면과 옆 사진 박고 열 손가락 지문 찍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몇 번 들어오면 만성이 된다. 무섭거나 불안한 마음도 사라진다. 지금 내가 그랬다.

 

그들은 내게 지난 재판에 오지 않아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면허증도 취소된 상태였다. 나는 그런 재판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이미 판결이 난 사건 그것이 뭔지 나는 몰랐다. 면허증은 왜 리보우크 됐는지 또한 나는 몰랐다. 서류 한 장에 사인하고 다시 구치소에 갇혔다.

 

오늘도 그곳엔 지구인들이 색깔별로 모여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다양했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기본 세트에. 인도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이 합세했다. 나는 구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저들과 말 섞기도 싫고, 아침으로 뭘 들 처먹었는지 향신료 냄새가 진동해 떨어져 앉았다.

 

세수를 했다. 입속을 몇 번 행구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곧 아프가니스탄 하싼이 내게 바짝 붙어왔다. 징그럽게 생긴 놈이다. 깡 마른 체구에 보통 키. 수염을 길렀으며 눈이 부리부리했다 나와 다르지만 우리와 많이 닮았다. 말할 땐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그는 내게 뚱딴지같이 동쪽이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억양과 얼굴이 말을 안 해도 중동임을 짐작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잡혀 온 이야기 털어놨다. 나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보냈다. 처음이라 불안했는지 자꾸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겉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 화장실 수도에 손과 얼굴 발을 씻었다. 다시 자리에 와 바닥에 무릎 꿇었다. 정확히 동북쪽 방향으로 엎어지길 반복했다. 누구하나 그 행동에 눈길 주는 사람 없었다. 관심 밖이었다. 하필 내 앞에서 자빠지니 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진지했다. 간절한 눈빛에 적개심은 읽을 수 없었다.

 

그는 기도를 마치고 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다시 내게 오더니 너와 나는 형제라고 했다. 자기 먼 조상 할머니가 코리안이라고 했다. 하나 더 성경의 모세오경은 꾸란과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초점 풀린 눈으로 벽만 바라봤다. 저렇게 믿음이 성실하고 착해 보이는 녀석이 왜 마누라를 팼는지 이해가지 않았다.

 

 

자기는 빨간불 신호 대기하고 있다가 잡혀 왔다고 했다. 아내를 때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딸이 아버지를 신고한 것이다. 차종과 넘버를 알렸으니 20분 만에 도로 한가운데서 잡힌 것이다. 자기 차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내게 심각하게 물었다.

 

모르긴 몰라도 벼룩시장에서 열심히 일해 큰맘 먹고 렉서스 뽑은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차 끌어다 놓는 폴리스 임파운드 장소를 상세히 알려줬다. 하루도 지체 말고 찾으라고 일러줬다. 그곳은 하루에 백불 가까이 보관비를 받았다. 견인비는 따로 받았다. 그것도 바가지요금이었다. 허가받은 날도둑놈들이 분명했다. 죄를 지으면 이래저래 손해가 막심하다.

 

이번도 역시 나는 보석금을 내고 나왔다. 변호사도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인가 오히려 내게 물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지난여름 경매에서 사다 놓은 고장난차들과 잡초가 문제였다. 나는 나의 파킹랏 구석 포장하지 않은 곳에 고물차들을 임시로 갔다 놨다.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고쳐 팔면 됐다. 그 곳엔 잡초가 많았다.

 

경고장을 받았다. 비포장에 주차한 차들 치우던지 포장을 하던지 하고 주위 잡초는 모두 제거하라. 시에서 나온 공무원 그 방게처럼 생긴 공무원은 두 달 기한을 줬다. 나는 잊었다. 다시 나왔을 땐 한 달을 주고 안 하면 출두 명령을 내린다고 엄포를 놓고 갔다. 두 번 다 다시 잊었다.

 

나는 그때 속 섞이는 백인 매니저 모가지 치고 혼자 사무를 처리할 때라 정신없었다. 꼼짝없이 사무실 전화 받고, 손님 받고, 견적 내고, 부품 오더하고, 정비사들 관리하고, 경매 따라다니고, 술 마시고, . 두 몸도 모자랐다.

 

바쁘면 진다. 느리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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