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서방의 횡설수설(누가 진짜 구두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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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에 달랑 두 집이 살았었다.
박가가 하루아침에 보니 어린 아들놈이 밖을 내다본다고 문종이를 뚫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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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 냉기가 있으니 구멍을 메꿔야 하겠는데 마땅한 종이(한지(韓紙))가 없었다.
궁리 끝에 작은 종이에 글을 써서 아들을 시켜 김가에게 전하고 기다렸다가 회신을 받아오라고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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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신을 하면 아무래도 보낸 쪽지 보다는 클 것이니 그걸로 창문에 바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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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가 되었다 싶은데 한 참을 기다려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조급증이 발동해서 김가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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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가 김가네에 가니 제 아들은 문 밖에 서있었다.
박가는 늘 하던 대로 아무소리도 없이 김가네 방에 들어갔다.
그리곤 둘이 마주 앉아 담배를 한 쌈씩 말아 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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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박가가 밖을 내다보려고 고개를 돌리니
아니 자기가 보낸 쪽지가 김가네 문에 붙어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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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김가네도 같은 상황인데 박가가 이런 쪽지를 보내자 잘 되었다 싶어
그걸 뚫어진 자기 집 방문에 발라 두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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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박가는 일어나면서 김가네 창문에 붙여둔 자기 쪽지를 떼어가지곤
“야, 김가야, 답장을 못 줄망정 왜 내 쪽지를 여기다 붙여놔?” 하면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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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김가가, “그렇다고 이 눔아, 거기 붙여 놓을 걸 떼어가지고 가냐?”
박가, “야, 이눔아, 내 것 내가 가지고 가는데 무슨 잔소리가 많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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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박가 뒤통수에 대어놓고
“그래 네 것이라고 떼어가면 거기에 붙은 밥풀은 내 것이니 떼어 놓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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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는 “원 미ㅊ 눔, 다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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