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법은 가정파괴법?(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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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혼이 화근이었지"...수급자 혜택과 맞바꾼 아내
기초생활보장법은 가정파괴법?...'세모녀 법' 효과 의문

15.02.05 19:07l최종 업데이트 15.02.05 20:13l
이진혁(leejin5165)



"위장이혼 때문에 진짜 이혼했지."

김웅현(가명·50대)씨는 4년 전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김씨는 신장 문제로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가 식당일로 수입이 있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수급자(아래 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 김씨는 수급자 자격도 갖추고, 신장투석병원이 바로 앞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아내와 위장이혼을 했다. 실제 이혼이 아니라 법적서류상의 이혼을 한 것이다.

'가짜 이혼'이라고 하지만 김씨는 아내와 함께 살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구청 등 관계기관의 감시 때문이다. 주변 이웃도 다른 사람의 부정수급 사실을 알게 되면 복지부정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함께 살지는 못했지만, 김씨는 수도권 인근 처형 집에 사는 아내와 사이가 좋았다. 위장이혼 초기에는 주말마다 남들 눈을 피해 만났고 연락도 자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사이가 소원해졌고 다툼도 잦아졌다. 김씨는 "몸도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급기야 지난해 3월부터 그들은 서로 외도까지 의심했다. 그들은 현재 가짜가 아닌 실제 이혼 상태가 됐다. 김씨는 "돈 몇 푼 때문에 마누라를 버린 셈"이라고 자조했다.

"위장이혼이 화근"... 수급자가 되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

영구임대아파트에 '이상한' 독신자가 늘고 있다. 복지제도가 만든 독신자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선정 기준은 '가구 단위'다. 이 때문에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수급자가 돼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고 위장이혼까지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장이혼이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가정파괴법'으로 전락한 것이다.

강서구 가양아파트 앞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진숙(가명·50대)씨는 지난 1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들리는 소문으로는 꽤 많은 사람이 위장이혼을 하고 입주했다"라면서 "혹시나 걸리면 바로 퇴거 조치당해 절대 말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주변에 위장이혼이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봤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2월 현재 수급자가 되려면 수급권자 가구의 소득인정액(소득 및 재산)이 최저생계비 이하이고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기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2015년 현재 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05만48원이다. 만약 다른 재산이 없더라도 2명 중 1명이 최저임금의 월급(2015년 기준 116만6200원)을 받으면 이 가구는 수급자가 될 수 없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4인 가구 기준 290만 원 이상이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돼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해 전동차에 의지한 채 생활하는 고종성(가명·50대)씨도 부양능력이 있는 자녀 때문에 수급자 신청을 할 수 없었다. 월 300만 원 정도의 돈을 버는 딸에게 매번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씨 역시 수급자가 되기 위해 위장이혼을 선택했다.

그는 위장이혼 이후 수급자가 됐고, 아내와 자녀를 남겨둔 채 홀로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위장이혼을 한 사람들은 특별히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월 5만 원 정도의 임대료만 내면 되는 영구임대아파트를 선호한다. 영구임대아파트는 입주 초기(1991년)에 청약저축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분양했다. 현재는 수급자 주택마련을 위한 정부시책에 따라, 빈집이 생길 경우 수급자만 입주할 수 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한 고씨는 많지 않은 돈이지만 수급비의 일부를 가족에게 송금했다. 시간이 지나고 생활비가 부족해지면서 송금을 멈췄고, 이 때문에 아내와 다투기 시작했다. 결국 고씨는 3년 전부터 아내와 연락을 끊었다. 그는 작은아들과 1년째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고씨는 책상에 놓인 달력을 넘기며 "작은아들 생일이 5월인데, 와서 갈비 한 점 먹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씨의 건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엔 음식을 하다가 화상을 입었는데, 회복되지 않아 발가락을 절단했다. 최근에는 불면증까지 시달리고 있다. 고씨는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며 "위장이혼이 화근이었다, 아들 생일까지 살 수 있을는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위장이혼, 비수급 빈곤층의 불가피한 선택"... '세모녀 법' 효과 의문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4600가구가 사는 서울시 강서구 가양 2동 주민센터 곽현규 복지팀장은 '위장이혼' 수급자 문제에 대해 "우리도 짐작은 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곽 팀장은 "몇 명이 위장이혼을 했다고 전체 수급자를 비난할 수는 없다"라면서 "실제 우리가 많은 사람을 상담하면서 위장이혼이라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수급자를 선정하는데 (부양) 가족이 있을 경우, 기준에 충족 못할 가능성은 있다"라면서 "2015년 7월부터 시행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일명 세모녀 법)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월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및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을 담은 '세모녀 법'이 지난 12월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부양의무자 ▲ 소득 기준 일부 완화 ▲ 근로활동 강화 ▲ 기존 최저생계비 이하 대상에게 통합급여 지원에서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각 특성별 개별급여 시행 등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세모녀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복지제도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존 복지제도는 가난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 혜택의 기준을 '개인'이 아닌 '가족'으로 잡으면 부양의무제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다"라면서 "위장이혼도 비수급 빈곤층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강조했다. 그는 또 "그렇게 '가족'을 기준으로 삼는 기존 수급법 제도가 되레 가족을 파괴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특히 "7월에 개정되는 '세모녀 법'도 기존 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수급법의 문제는 '추정소득'과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며 "직업이 없는 사람을 성인이라는 이유로 소득이 있다고 간주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부양의무를 엄격하게 만든 것은 법이 개정돼도 여전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부양의무 기준은 완화됐지만 복지 사각지대의 1/10만 혜택 보는 수준"이라며 "단순히 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발표 통계를 살펴봐도 '세모녀 법'의 효과는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세모녀 법' 제정으로 13만 명의 수급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세모녀 자살 사건 직후인 지난해 3월, 정부가 추정한 복지 사각지대의 비수급 빈곤층은 117만 명이다. 김 사무국장 말대로 '세모녀 법'은 정부가 추산한 복지 사각지대 빈곤층의 약 1/10만 충족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 4년간 수급자 수가 22만3311명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세모녀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전체 수급자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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