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
‘반지의 제왕’ 세계에 온 듯… 석굴·기암괴석에 ‘신비감’
날짜 2018-05-03

The Grotto 정면.

The Grotto 인근의 계곡.


The Grotto 입구.


거리가 길지 않고 경사도 힘들지 않으면서도 아주 멋진 곳으로의 산행을 원하는 분은 물론이고, 초등학생쯤의 어린이를 동반하여 산을 가고 싶은 분에게도 알맞을 듯한 곳을 소개한다.

작은 석굴이라는 뜻의 ‘The Grotto’ 라고 부르는 곳인데, 산타모니카산맥 중에서 가장 경치가 수려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Boney Mountain Wilderness 에 인접해 있다.

북쪽으로는 Exchange Peak, Boney Peak, Sandstone Peak 등의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가운데, Circle X Ranch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역시 아름다운 기암괴석 사이의 푸른 숲과 촉촉한 계곡을 지나고, 커다란 화산암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하상을 지나서, 이르게 된다.

아마도 소년소녀들은 영화 ‘반지의 제왕’ 에서 보던 세계에 들어온 듯한 신비감을 가질만 하고, 특히 석굴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에서는 발밑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큰 바위들을 넘나들며 어린이다운 신명과 재미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은 1989년에 National Park Service에 귀속되기 전까지 약 40년간 Boy Scouts의 전용 캠프로 이용되어 왔던 Circle X Ranch 경계에 있었으니, 아마도 많은 소년단원들이 이곳을 찾았을 때, 자신이 Frodo라도 된 듯한, 또는 톰 소여나 헉클베리 핀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가장 좋아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긴, 이곳은 비단 청소년들만이 아니고, 아름다운 계곡인지라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왕복 2.6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600’ 이며, 소요시간은 2~3시간을 잡으면 되는 넉넉한, 쉬운 코스이다.

가는 길

I-10 West를 타고 끝까지 가면 1번도로 즉 Pacific Coast Highway 로 이어진다. LA 한인타운에서 12마일 지점이다. 1번도로를 따라 북으로 28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Yerba Buena Road가 나온다.

한국인이 주인이라는 말이 있는, 항상 북적이는 해산물전문 레스토랑 ‘Neptune’s Net’ 이 오른쪽 코너에 있는데, 이를 끼고 우회전하여 구불구불한 중심길을 따라 5마일을 올라가면 길 오른편으로 ‘Circle X Ranch’ 라는 큰 간판이 있는 Ranger Station 겸 Campground 가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대략 45마일의 거리이다.

바로 앞에 있는 건물에는 등산에 필요한 무료 상세지도가 놓여있다. 주차장은 가까운 캠프장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눈에 띈다. 벤치와 화장실이 있으며 주차퍼밋은 필요치 않다.

등산코스

주차한 곳에서 남동쪽으로 난 길로 내려가면 아주 정갈한 분위기의 피크닉테이블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자그마한 캠프장이 있다. 오른쪽으로 우아한 작은 건물이 있는데 화장실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반지 원정대원’ Gandalf 의 거처쯤 되는 게 아닐까 상상해 볼 만하다.

Grotto Trail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 다소 내리막으로 시작되는 산길을 확실히 알려준다. 주위의 빼어난 산세나 푸르른 관목들을 보면서 걷기에 편안한 흙길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덧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른다. 0.4마일을 온 지점으로, 오른쪽의 몇 개의 나무계단이 있는 오르막은 Canyon View Trail 로 0.6마일을 올라가면 Yerba Buena Road 에 있는 작은 주차장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계속 직진한다.

약간 오르막으로 변하는 곳까지 5분 내외를 가면 앞쪽으로 다소 널찍한 초지가 있는 언덕을 오르게 된다. Hill 이라고 호칭할 수 있을 곳이다.

Hill 에 올라서면 계곡을 왼쪽에 두고 서서히 내리막 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Happy Hollow 라고 부르는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뒤로 돌아 북쪽을 관망하면, 1마일쯤의 직선거리에 Exchange Peak 과 Boney Peak을 위시한 크고 작은 바위봉들의 줄기가 마법의 성곽인양, 또는 닭의 벼슬인양, 뾰족 뾰족 솟아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다시 등산로를 따라 앞으로 내려간다. 역시 바위봉우리들과 어우러진 왼쪽 계곡에는 숲이 무성한데 그 가운데 유난히 키가 크고 구불구불하며 노오란 색조를 띄는 아름다운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Sycamore이다. 계절에 따라서는 이 계곡에 물이 흐르기 때문에 저렇듯 멋진 Sycamore들이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산기슭으로 나 있는 등산로 주위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관목들도 아름답다. 잎이 바늘같이 가늘고 부드러워 보이는 것은 Red Shank 이고, 줄기가 빨간 것은 Manzanita이다. Sugar Bush, Laurel Sumac, Live Oak들도 함께 어울려 있다.

등산로가 계곡의 바닥을 건너게 되는 지점에는 Sycamore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중에 유독 한 그루의 Eucalyptus 가 자기네 영토의 입구를 지키는 ‘나무족의 전사’인 듯 우뚝한데, 바로 그 뒤쪽에 “The Grotto 0.6마일” 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5분여를 더 가면, 고목답게 꼬불꼬불 굽어지고 늘어진 7그루쯤의 Live Oak들이 둘러 싸고있는 30평 내외의 운치있는 공터가 나온다. 햇볕이 강할 때에도 이 곳은 그늘지고 시원하여 쉼터로 제격이겠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등산로는 바윗돌이 깔린 개울바닥으로만 이어진다. 건기가 아닐 때에는 물이 흘러내릴 바닥은 온통 돌과 바위덩이들이고, 좁아진 계곡의 양쪽면도 바위벽이다. 드문드문 발밑에서 물소리가 나고, 개울섶으로 혹은 바윗돌 아래로 고인 물들이 반짝이기도 한다. 이내 더욱 큰 바위들이 길을 막고 있어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오른쪽 가장자리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발자국들이 나있다. 때론 두 손으로 바위를 짚고, 때로는 손으로 나무를 부여잡고, 오르고 또 내린다.

길지 않은 이 구간을 지나면 계곡에 3m정도의 낭떠러지가 나오는데, 우기에는 이곳이 작은 폭포가 된다. 오른쪽의 비탈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 이곳이 석굴의 입구가 됨을 알 수 있다. 바닥은 물이 고여 있고, 굴의 입구 중앙을 큰 바위가 막고 있는데 아마도 커다란 화산암들이 이리저리 포개지면서 우연히 형성된 공동으로 보이며, 종유석들이 있는 보통의 동굴과는 크게 다르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고 왼쪽의 틈을 통하여야 겠다. 이곳이 바로 Gollum 이나 Hobbit 이 사는 동굴이라고 상상해 보자. 안으로 들어서면 고개를 들고도 걸어 다닐만한 공간이 있는데 두꺼비와 도룡뇽에 이어 방울뱀까지 목격한 사례들이 있으니, 어린이들만으로는 급하게 석굴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옳겠다.

이곳에 이르는 계곡과 산세의 수려함에 비하면 석굴 자체는 별로 매력적인 것이 아닐 수 있겠는데, 석굴에서 바라보는 주위의 산봉우리들이, 규모는 다소 작지만 그 아름다움은 Exchange 나 Boney peak 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점심을 먹어야 한다면 조금 전에 지나온 7그루의 Live Oak이 만드는 그늘진 ‘숲속의 빈터’가 좋을 듯하다. 돌아가는 길은, 600’의 고도를 되짚어 올라가야 하므로, 가볍긴 하지만, 진짜 “등산”을 하는 것이 되겠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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