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킬링 이브’로 골든글로브 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오
news_cate 스마터리빙 미주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날짜 2019-06-14


샌드라 오(47)는 나이가 들수록 세련미도 더 돋보인다. 인터뷰 테이블에 의젓이 앉은 그녀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듯했다. 지난 1월에 있은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공동사회자로서 뿐 아니라 TV시리즈(드라마) ‘킬링 이브’로 주연상까지 받으면서 각광을 받은 탓일까. 이로써 산드라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첫 아시안 사회자요 골든 글로브상을 두 번이나 탄 첫 아시안 배우(첫 번째는 TV시리즈 ‘그레이즈 아나토미’로 조연상)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BBC 아메리카의 시리즈 ‘킬링 이브’(두 번째 시즌)에서 신출귀몰하는 젊은 여자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을 쫓는 영국 정보부 요원 이브로 나오는 샌드라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샌드라는 매우 맑고 명랑했는데 손으로 가벼운 제스처를 쓰면서 다소 굵은 음성으로 질문에 심사숙고 한 뒤 대답했다. 필자가 구면인 그녀에게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하자 샌드라는 “언제나 봐도 늘 반갑다”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는 살인이 있는 스릴러이면서도 유머가 많은데 드라마의 제작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 점을 강조했는가.

그렇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유머와 위트를 살려야할 필요가 있다. 두 인물의 성격에 바탕을 둔 유머와 위트는 앞으로도 필수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있기 전만해도 언론은 TV시리즈(드라마) 주연상은 당신과 함께 수상후보에 오른 줄리아 로버츠가 탈 것으로 예측했는데 본인이 탄 소감은 어떤가.

난 온 신경을 사회 보는 데만 집중해 내 상에 대해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무대 뒤에서 다음 사회를 진행하기 위해 서 있는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중에도 내가 생각한 것은 사회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않아 ‘뭘 말하지’라고 당황했다. 마음 흐뭇했던 일은 나의 수상으로 그 날 시상식에 참석한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또 그들의 격려가 결실을 맺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특히 당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어머니 뿐 아니라 난 부모님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난 참 운이 좋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시상식에서도 쉽게 부모님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부모님에게서 배운 것은 첫째는 가족이요 둘째는 우리는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며 셋째는 하나님과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시다. 난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영적인 일에 관심이 많다. 이 세 가지가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것들이다.
 

이브와 빌라넬은 서로 적이면서도 묘하게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집념하고 있다. 둘이 마치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까지 하는데.

그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은 안 하겠지만 바로 그 점이 드라마의 미스터리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그 질문이야 말로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렇게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하고 복잡한 것으로 그것은 연인의 관계요 적의 관계이다. 그 밖에도 둘의 관계는 다양하다. 그 중에 성적인 것도 있음직하다고 본다.
 

영국 배우들과 함께 영국에서 드라마를 찍으면서 영국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나로선 꼭 집어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사회에는 내적으로 일종의 계급의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트에서 느낀 것은 국외자인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배우들로부터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훈련을 오래 동안 깊이 있게 잘 받았다는 것이다. 나도 연극을 공부했지만 무대에서 수련한 배우들은 언어가 서로 소통한다. 이 드라마의 많은 배우들은 무대 출신으로 드라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 함께 일하기가 아주 좋다.
 

이 역을 위해 오디션을 했으며 이브는 어떻게 해서 영국의 정보부 요원이 되었는가.

전형적인 오디션은 없었다. 내게 각본과 함께 역이 주어져 읽어봤다. 각본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드라마의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피비 월러-브리지와 영상통화를 한 뒤 직접 만났고 이어 역이 확정됐다. 이브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부모가 이혼 한 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자랐고 이어 영국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사망한 후 정보부에 들어간 것이다.
 

이브의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서 얘기해 줄 수 있는가.

앞으로 얘기가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특히 이브는 첫 번째 시리즈에서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기 때문에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는데 앞으로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여러 번 더 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브는 자신의 본래의 삶으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게 된다. 그리고 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브와 남편 니코와의 관계도 심한 갈등을 빚게 된다. 둘은 궁극적 파탄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지만 관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촬영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무엇을 하는가.

난 촬영이 끝나도 세트에서 한 일로부터 말끔히 손을 터는 사람이 못 된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도 한계 상황에 처한 이브의 처지에서 채 벗어나질 못한다. 집에 와선 운동을 겸사해 정원을 오래 동안 걷는다. 런던은 매우 복잡한 도시이지만 작은 녹지대가 많아 아름답다. 그래서 난 가능한 한 자연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 밖에 난 전문인의 도움을 받으며 신체단련을 열심히 한다.
 

아시안으로서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 (공동)사회를 보고 주연상까지 탄 소감이 어떤가.

그 날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를 비롯해 다른 때와 달리 아시안들이 많이 참석해 나에 대한 지원의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더 그 날 시상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또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유색인으로서 최초로 골든 그로브 시상식 사회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는 가를 난 알고 있었다. 나의 이번 역할에 이어 또 다른 유색인이 바톤을 이어 받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에 시상식 사회를 봄으로써 내 30년의 배우로서의 경력이 인정받고 절정에 이른 셈이다. 그 후 난 사람들의 나에 대한 지원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연예계의 문화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서 TV를 보는가. 어떤 프로를 좋아하는가.

내가 만든 저녁을 먹으면서 본다. 캐나다(산드라는 캐나다 태생이다)에 사는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이 LA를 방문하면 함께 본다. 프로는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보는데 코난 오브라이언의 ‘트래블쇼’(한국도 방문해 찍었다)를 볼 것이다. 뉴스는 TV가 아니고 활자매체를 통해 읽는다.
 

할리웃에서 일하는 많은 아시안 여성들은 자신을 미국사회 속으로 동화시켜 할리웃의 다양성 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아시안 문화의 한 부분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미국인들은 집단보다 개인을 더 중요시하지만 많은 아시안 사회는 집단을 개인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름다움과 힘도 있다.
 

부모님이 한국 TV쇼나 영화를 볼 것으로 짐작하는데 당신도 그런 것을 보는가.

물론이다. 부모님은 캐나다에 살고 있어 LA처럼 쉽지는 않지만 한국 드라마를 본다.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한국뉴스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한국영화는 위대한 거장(이창동)이 만든 ‘버닝’이다. 그러나 난 한국영화를 보려면 아직 자막이 필요하다.
 

어떤 영화를 좋아 하는가.

난 뮤지컬을 사랑한다. 그 중에서도 ‘빗속에 노래하며’를 특히 좋아해 거기 나오는 노래들의 가사는 줄줄 다 외울 정도다. 난 흑백 고전영화를 좋아해 ‘카사블랑카’의 대사를 다 외울 수 있다. 이 영화를 샐 수 없이 많이 봤다. 옛 것들에는 참으로 많은 즐거움들이 있다.
 

드라마에서 전연 화장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점이 많은 역에 충실하기 위해선 짙은 화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칸 아메리칸 사회의 성공은 단결에 있는데 아시안 아메리칸 사회도 그런 결집력이 있다고 보는가.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문화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그것과 달리 너무나 방대해 하나로 쉽게 결집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여러 문화권에 속해 결코 하나의 경험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언어가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및 중동 아시아등 여러 언어권에서 이민 온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여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 다르고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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