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돈을 누구에게 물려줄꼬?
연세 많으신 한 노인분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필자가 이분을 만나 뵙게 된 것은 실로 우연한 자리 에서였다. 필자는 한 지인의 초청으로 한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 모이신분들 중에 제일 연세가 많아 보이는 한 노인분 옆에 필자가 우연히 앉게 되었다. 필자를 모임에 초대한 그 지인이 이 노인분에게 필자를 소개하니 이 노인분께서는 필자의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좀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좀 기분이 상했으나 연세 많으신분께 뭐라 할 수도 없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자신은 모 교회 장로인데 운명 운운하는 것은 다 마귀의 장난이니 뭐니하며 필자의 기분을 계속 상하게 하시는 거였다.
필자가 명리학은 종교와 전혀 무관한 자연과학이자 통계학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드려도 막무가내였다. 이래서 고집불통의 사람을 일컬을 때 노인 늙은이 옹자를 써서 옹고집 이라 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좀 유치한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영감님 생년월일시를 말씀해 주시면 명리학이 미신이나 복술이 아닌것을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하니 긴가 민가하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마지못해 생년월일시를 내놓는다.
이분은 무진년(1928년) 경신월 기묘일 무진시에 태어나셨다. 운의 흐름은 신유, 임술, 계해, 갑자, 을축, 병인으로 흐르고 있다. 이 사주는 월주에 상관이 있고, 습토인 진토가 있어 겁재와 상관이 상호 유통되어 모두 왕성하다. 고로 거부의 사주이다. 그리고 신자삼합하니 재성이 되고 신,진의 지장간에 임수, 계수가 있으나 모두 암장되어 표면에 나타나 있지않다. 아무리 길신이라도 왕성할 때는 유통되어야 하는데 이 사주에 상관은 왕성하나 사주에 일점 재성이 없고 모두 암장되었다. 고로 매우 인색한 사람임을 알 수 있고 무자식팔자라는 것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인색하면서 재산 많고, 자식이 없는 팔자가 되었다.
"영감님 재산이 무척이나 많으시군요. 매우 검소하셔서 겉치레를 하지 않으시니 처음 보는 사람들은 행색을 보고 가난하신 분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제가 뵙기에는 굉장한 부자 이신 것을 알겠습니다. 허나 자손이 없어 평생 모으신 재산을 물려줄 사람도 없어서 매우 허전하시겠습니다." 하니 이 영감님 깜짝 놀라시며 "아니 사주팔자란 것 속에 그런것이 다 나옵니까 선생님?" 하신다.
필자를 부르시던 '자네' 라는 호칭이 급격히 상승하여 선생님이 되었다. 이분은 이북에서 출생하신 분으로 가난한 농사꾼 10남매의 중간쯤의 아들로 태어나셨다. 집안환경상 소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셨으나 머리가 좋아 어깨너머로 글을 익혔고 셈하는 법도 배웠는데 숫자 감각이 매우 좋았다. 젊어서 일찍 상처하였고 그 이후 쭉 홀로 사셨다. 몇 번 여자들과 살림을 차렸으나 여자들이 씀씀이가 커서 재물 나가는게 너무 가슴 아파서 모두 쫓아내 버리고 계속 혼자 살았다.
이분은 아는게 농사뿐이라 당시 양지골로 불리던 현재의 송파구 언저리에 허름한 초가집을 짓고 살다가 이 일대가 개발되는 덕에 졸부가 되어버렸다. 땅을 팔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옆에 아파트가 쭉쭉 들어서는데도 고집부리고 똥지게 지고 농사에 열중한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되었다. 미국에 오게 된 것은 10남매 중 막내 여동생이 미국에 살고 있었는데, 돈이 많으면서도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벌벌 떠는 오빠가 불쌍해서 사정사정하고 설득해서 미국에 오시게 되었다. 미국에서 좋은 기후 속에서 좀 편하게 사시라고 초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노인분 미국에 오셔서도 자린고비의 행각은 계속된다.
일반 사람들이 보면 가실 날도 멀지 않은 노인네가 너무 인색하니 죽어서 가져 갈 돈도 아닌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 노인이 이해가 되었다. 이 노인분에 있어 재물은 자신의 자식이나 아내였다. 자식이나 아내처럼 느껴지는 재물을 함부로 다룰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한가지[재물], 이 재물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지나친 이분이 참으로 가련해 보였다.
옛날 외국의 한 노인분이 사망한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 되었는데 이 노인분은 평소에 이웃과도 왕래가 없고 처자식도 없어 쓸쓸히 홀로 어렵게 지내오던 노인 이었는데 나증에 사망 원인을 살펴보니 영양실조였다 한다. 한마디로 굶어 죽은 것이다. 헌데 놀라웁게도 이 노인의 은행 잔고에는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이 예치되어 있었다 한다. 이 분은 젊어서 부인과 이혼하고 홀로 지내 왔는데 여자를 얻지 않는 이유는, 여자가 밥 먹는게 아깝고 혹시 이혼이라도 하게되면 재산을 빼앗길까 봐 서였다 한다. 자식들과도 인연을 끊고 살았는데 자식들이 손을 벌려 자신의 돈을 빼앗아갈까 하는 우려 때문에 천륜조차 끊은 것이라했다. 이 정도 되면 심각한 정신병이라 할 수 있는데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이런 성향을 지닌 노인분들을 가끔 보게되어 놀라웠다.
필자가 접했던 사연 중 한국에 살고 계시는 90이 된 한 남자 노인분은 재산이 한국 100대 부자 안에 들 정도의 거부였고,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빨래도 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일하는 사람두면 월급 줘야 하는 것이 아까워서 였고, 심지어 하나밖에 없는 딸이 급한 수술을 해야 하는데도 돈이 아까워 병원비를 대주지 않아 딸은 결국 불구가 되었는데 이런 기가 막힌 사실을 현실로 대하다 보니 세상에는 참으로 별난 사람이 많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분들에게 돈은 아내나 자식은 물론 생명보다 귀중하게 여겨지는 마물(魔物)에 불과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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