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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이방인, 명산 한 줄기 자동차로 넘으며<산문>

2018.11.07

이방인, 명산 한 줄기 자동차로 넘으며<산문>


 명광일



산세가 범상치 않다. 날은 흐려서 하늘은 이미 분간할 수 없는 방향에 해를 숨겼다. 세찬 비바람 구릉을 향했다. 숲은 발아래 한없이 출렁거린다. 구름은 능선에 흘러넘친다. 바위도 들썩이며 자리를 옮기고 있다. 달리는 창 소나기 반복해 지나다닌다. 저만치 흰머리 독수리 하나 산 중턱을 가르며 지나간다. 날개가 펼친 일 획 먹물을 머금고 공중에 번진다. 한 폭의 수묵담채 매섭게 정갈하다. 파묵의 붓끝에 한지 한 장 춤추는 듯하다. 모두의 운항에 한 치 부끄러움이 없다. 무서운 집중이다. 

무리를 이탈한 구름 한 조각 해저를 향한다. 먼저 온 바람도 서서히 하강하며 속도를 늦춘다. 마침내 한 골짜기에 이르러 가던 길 멈춘다. 가랑비 내리던 날 우산 없이 그대 창가 서성이다 돌아온 오후가 그랬다는 듯. 무겁게 가라앉는다. 다시 짙은 안개 저녁을 내려놓고 골짜기와 골짜기 건너다니며 느리다. 은밀한 채도 체위를 달리하며 가물거린다. 

어두워지며 숲은 더욱 심연에 잠긴다. 망각의 이면에 질식한 말들이 천 길 무릎 아래 아슬아슬, 기어오른다. 언제 한번 제 모습 보여준 적 없는 구름은 다시 또 형태를 바꿔가며 밀려오는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다. 수리의 날개 끝에 미끄러진 오후빛 벼랑으로 수직 낙하한다. 

술 취한 진묵의 눈에 산이 저리 보였을까. 어둠은 낮보다 더한 상상을 코앞에 내려놓고 신비한 나라로 향했다. 바다 같은 산. 도연명의 눈알 커질 대로 커진 곳도 여기라는 듯. 어둠이 다시 무릉도원 문을 열고 있다. 이방인의 눈알에 필름이 감긴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자동차는 전조등에 안개등까지 불을 밝혔다. 오후가 어둠을 편입하는 길은 더욱 구불구불하다. 느리게 내려가는 창 다시 또 빗줄기 거세다. 이내 우박이 사정없이 튕겨 나간다.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은 길옆에 차를 세운다. 번개가 연속해 머리 위를 건너다니며 기억을 때린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조용해지는 시간에 깜박 잠이 들었다. 

마늘밭에 강이 보였다. 범람의 위기에 다다른 강둑에 모인 사람들 얼굴이 먹빛이다. 밤이 불안한 마을. 너도나도 장마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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