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국력의 척도이고 문화의 힘을 나타내는 일종의 도구이다. 세계를 여행할 때 특히 공항에서 한국어 표지판이나 안내문을 보게 되면 너무나 반갑고 자랑스러우며 고향처럼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낀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게되면 그 언어의 특성에 따라 그 언어에 기반한 사고체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하나의 다른 사유체계를 나름대로 갖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에 맞추어 어떤 언어를 정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배우고 연습하게 된다면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사유 영역을 자연스럽게 더 확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지 재미가 있어야 어떤 일이라도 오래가는 법인데, 오랜 동안 언어, 특히 외국어를 배워서 평소에 틈틈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나름 생각해 보았다. 그 중 필자가 세운 소박한 개인적 목표 중의 하나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재미있는 미국 소설을 읽으면서 ‘미국과 미국인, 그리고 미국인들의 사유체계’를 나름대로 탐색하는 일이었다.
그 목표를 세운지 이제 한 5년 정도 되었는데, 필자가 고교시절 영어 수업시간에 읽고 감명을 받았던 단편 소설 ‘The Pearl’의 작가 John Steinbeck의 주요 작품들을 한권씩 읽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영어를 입시위주로 억지로 배워왔던 학창시절과는 달리 나이 들어 외국에 오래 살아 오면서 그 나라의 언어로 씌여진 소설을 읽어 가면서 배우고, 느끼고, 또한 사유하는 재미를 글로는 충분히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몇몇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들에서 필자가 직접 살아본 과거의 경험은 필자에게 더더욱 호기심과 일종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實事求是의 실학이념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어릴적부터 배워왔던 외국어 특히, 영어를 우리 생활에서 자신의 형편과 목표 또는 취미에 따라 보다 실질적으로 활용해서 그 재미를 느껴보는 개인적 시도는 한번 쯤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이 재능과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던 말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아무리 좋은 것도 제대로 사용하거나 활용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60여년의 시간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1962년 John Steinbeck은 “Travels with Charley: in Search of America”에서 그는 그의 애견인 찰리와 함께 자동차로 미국의 각지를 여행하면서, 미국인들의 언어(language)에 대해 미디어와 기술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그의 견해를 피력하였다.
“It seemed to me that regional speech is in the process of disappearing, not gone but going. Forty years of radio and twenty years of television must have this impact. Communications must destroy localness, by a slow, inevitable process. I can remember a time when I could almost pinpoint a man’s place of origin by his speech. That is growing more difficult now and will in some foreseeable future become impossible. …Just as our bread, mixed and baked, packaged and sold without benefit of accident or human frailty, is uniformly good and uniformly tasteless, so will our speech become one speech.”
("지역 방언이 사라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았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라져 가고 있다. 라디오 40년과 텔레비전 20년은 이러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의사소통은 지역성을 천천히, 불가피하게 파괴할 것이다. 나는 한 사람의 말에서 그의 출신지를 거의 정확히 알아낼 수 있던 시기를 기억한다. 지금은 그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미래에는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시기에는 더 이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우리의 빵이 사고나 인간적인 결점의 혜택 없이 섞여 구워지고 포장되고 팔릴 때 일관되게 좋고 맛이 없는 것처럼, 우리의 말도 하나의 말이 될 것이다.")
‘생성인공지능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에 언어의 중요성이 더욱 늘어나고 실생활에서의 다양한 활용 방법이나 예들이 요즈음에 하루가 다르게 많이 소개되고 있다. 예전과는 무언가는 다른 획기적인 언어학습 방법과 그 놀라운 효과에 대한 연구를 이제는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2024. 4. 19.
崇善齋에서
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