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언어시대 (多重言語時代)
지난 주 관공서에 잠깐 볼 일이 있어 들렀는데 사무소 방문 순서에 따라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면서 안내화면에 나오는 처리업무 관련 서비스에 대한 글들을 보게 되었다. 영어는 물론이려니와 스페인어를 비롯해 한국어, 중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그리고 아랍어까지 다양한 언어로 고객들에게 같은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민자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이긴 하지만 소수민족에 대한 배려는 솔직히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늘 들곤 하지만, 필자는 최근 언어 사용의 측면에서 올해부터 미국의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 달 방문한 어느 대학 병원에서도 진료 안내문에 영어와 스페인어가 함께 공식적으로 표기 되어 있음을 보았다. 물론 필요에 따라 환자가 다른 주요언어도 실시간으로 통역서비스를 요구하면 자원봉사자나 통번역서비업체 종사자가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각급 학교에서도 최소한 ‘환영한다’라는 말은 세계 각국어로 써서 학교 입구에 환영문을 배치하는 일은 꽤 오래 되었다.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몰려 오는 현상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예전보다는 국제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인테넷 상의 SNS 서비스 확산등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필자는 어릴적 한국에서 중학교때부터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많은 호기심이 일어서 6년 정도 영어로 국제 펜펠도 해 보았고, 미국문화원에도 꽤 자주 갔으며, 또 유학에 필요한 회화를 배우기 위해 사설영어학원에도 1년 정도 새벽에 부지런히 다녀 보았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국제적인 시사영어를 배우고 세계 정세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며 실용성 있는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의 완전 해독을 목표로 Time Club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중간에 여러 사정상 상당한 공백기가 있었지만 다시금 아직까지 40년 넘게 계속 구독하는 노력도 해 보았다.
이렇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인 영어에 투자해 온 과거를 생각하면서 효율적인 언어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문제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본다.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무엇보다 대화자 상호간에 원만한 의사소통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이나 대화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다 확실하게 설정해서 특정한 언어를 배우게 된다면 더욱 그 효과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어의 4가지 측면 즉,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 중에서 내 개인적으로는 역시 듣기가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각자 다른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가진 미국 사람들의 고유한 발음은 어떤 땐 참으로 알아듣기가 어렵다. 차라리 글로 씌여져 있는 경우는 모르는 단어를 손쉽게 찾아 볼 수도 있지만 대화중 모른 단어를 일일이 다 물어보기도 좀 멋적은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히스패닉 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스페인어의 영향력은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이 많이 출석하는 천주교회에서는 아예 스페인어 미사 전담 사제가 상주하고 있고, 매주 발간되는 주보에는 영어와 스페인어의 이중언어로 기사가 실리고 있다.
자동차 운전면허의 시험의 경우도 신청자 요구에 따라 자신의 모국어로 치를 수 있게 하는 제도도 꽤 오래전에 정착 되었다. 지난 주에 방문한 어느 대학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의 환영문 표지판이 전세계 주요 언어로 멋지게 동그란 판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아쉽게도 한국어는 거기서 발견하지 못하였다. (계속: Click https://www.ktown1st.com/blog/VALover/344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