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오다가 죽은 신랑이야기
어제는 호스피스 환자가 곧 임종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고 병실에 가서, “채플린 필요한가요? 임종 환자를 위해 기도해 드릴까요?”하고 물었더니, 가족들이 “괞챦다”고 하며 정중하게 거부를 했다. 아마도 환자가 “나는 종교없이 살았으니, 죽음 앞에서도 종교없이 죽겠다”고 하신 모양이었다.
만약, 하나님이 “너 하나님도 안 믿고, 목사의 임종기도도 거부 했으니, 지옥에 가서 맛 좀 봐라”하신다면, 그런 옹졸하고 속 좁은 하나님은 하나님 자격이 없다고 본다. 하나님을 믿건, 안 믿건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의 손바닥 안에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무한한 사랑으로 품어 주신다고 믿는다.
다른 병실에 들어 갔더니 할머니 한 분이 손자가 떠먹여 주는 마카로니 치즈를 받아 먹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드시는 걸로 보아 곧 회복 되실 분인가 판단하고, “할머니가 빨리 회복 되시길 빕니다”하는 기도를 하고 병실을 나오는데, 따님으로 보이는 중년부인이, 할머니가 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나한테, “She is dying.”(어머니는 임종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당황하여, 가족들에게 손을 잡게 한 후, “하나님의 뜻이 할머니를 천국에 데려 가시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뜻에 순응하게 하소서”란 임종기도를 드린 후, 황급히 병실을 빠져 나왔다. 그런 실수를 한 후, 걸어 나오며 예전에 들었던 미국 농담이 생각이 났다.
어떤 목사가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환자를 방문하고 회복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한 후 병실을 떠났는데, 그 다음날 환자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의료진은 회복 중이던 환자가 갑자기 죽은 데 대해 의아해 하던 중, 병원 청소부가 병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환자가 이런 말을 써 놓았다: “목사님이 산소 호흡기 줄을 밟고 있어서 제가 숨을 쉴 수가 없어여 …...”. 목사가 기도에 열중하다 산소 호흡기 줄을 밟아 환자를 죽게 했다는 농담이었다.
다음 병실에 갔더니, 백인 할머니 한 분이 병상에 누워 계셨다. 할머니는 외로우신 듯, 말을 술술 하기 시작했다. 목사는 설교를 하는 것이 주업무라면, 채플린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주업무라고 한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남편이랑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다가 돈을 모아 식료품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남편은 그 식품점을 애지중지했는데, 하루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당신이 이 가게를 계속 운영하면 좋겠다”고 했다. 말이 씨가 되었던지, 남편은 52살에 죽었고, 아내는 남편의 식료품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을 했는데, 물건 주문, 판매, 직원관리등 일이 많았다고 했다.
하루는 가게의 돈이 자꾸 새어 나가는 것을 느꼈으나, 누가 돈을 훔쳐 가는지 알 수 없어,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더니, 형사가 직원이 모르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지 하루 만에, 범인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평소 믿고 의지하던 직원이 매상금을 금고에 넣으며, 일부 지폐를 옷소매 사이에 집어 넣는 것이 CC카메라에 잡혔다고 했다. 그 일로 그 여자 직원을 해고 했으나, 어린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불쌍한 처지를 고려하여 훔친 돈에 대한 배상만 청구하고, 그 여자직원을 절도죄로 유치장에 보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8살, 13살 먹은 손녀 둘을 맡아서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 손녀들은 자기 딸의 아이들인데, 딸이 마약에 손을 대어, 엄마 구실을 못하여, 위탁가정에 손녀들을 보내면, 위탁가정에서는 정부보조금만 챙기고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녀들을 맡아서 키우게 되었다고 했다. 딸에게는 비극적인 과거가 있었다고 했다.
딸이 결혼식을 자메이카의 휴양지에서 하기로 해서, 가족과 친구들이 자메이카로 갔는데, 신랑이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결혼하기가 싫어서 나타나지 않나 해서, 휴대폰에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 이상하게 생각되어 신랑 친구들이 시내에 나가 찾아 보았더니, 신랑이 결혼식장에 차를 타고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그 충격으로 자기 딸은 우울증에 시달리다 마약에 손을 대었고, 나중에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두 딸을 낳았으나, 마약중독 때문에, 양육권이 박탈되었던지, 연로하신 어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게 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병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