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Essay in My Heart] 과학기술과 예술의 어울림: 平安

2022.05.18

[Essay in My Heart]


과학기술과 예술의 어울림平安


그간 틈틈이 취미삼아 익혀온 서예를 독학해 온지도 몇년이 흘러갔다. 주변의 지인들이 한국에서 붓도 사서 보내주고, 종이도 사서 내게 보내주는 지극정성을 보아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은 넘쳐서 늘 앞서가는데 부끄럽게도 내 서예실력의 진전속도는 그만큼 따라가지를 못함을 느낀다.


옛날에는 종이 구하기가 매우 힘들고 좋은 붓을 얻기도 또한 쉽지 않았다고 선조들의 글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는데 나는 꽤 운이 좋은 모양이다. 서예선생님이 계시지 않으니 그저 YouTube로 가끔 비디오를 보면서 틈틈이 연습을 해보았다. 초보자이니 아주 어릴적 아버님 어깨 너머로 보았던 길 ‘永’자에 포함된 8가지의 필법을 생각해 내어 부지런히 시간 나는 대로 연습해 보았다.


좋은 문구나 한시의 한 귀절들을 생각나는 대로 써 보면서 나름대로 고유한 나만의 글씨체인 이름하여 ‘솔티체’를 만들어 보고자 나름대로 궁리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내 나름대로 요즘처럼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점점 중요해 진다고 생각되는 평화(和)와 안전(全)을 아우르는 말인 ‘平安’이란 문구를 수없이 정신집중하여 나름대로 써보면서 나는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마음의 평화와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수많은 시도를 거치면서 글씨의 모양이 삼각형의 안정적인 구조로 가장 균형있게 씌여졌다고 나름대로 혼자서 판단한 ‘平安’이란 글귀를 골라서 나무에 멋지게 각인하면 근사한 장식품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내가 좋은 나무 조각을 사서 가공하여 직접 조각을 해보고자 하였으나 마땅한 공구도 없고 하여 대신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나무공방을 수소문해 보았다. 


다행히 30분정도에 있는 미국의 주문형 고급 전통가구와 각종 예술품의 재료가 되는 특수한 목재를 가공하는 버지니아 시골의 공방(工房)을 운좋게 찾아 내었다.  버지니아는 한국처럼 산이 많아서 목재가공과 관련된 산업이 꽤 발달되어 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형제들이 함께 운영하는 공방인데 마을에서도 좀 한적하게 떨어져 있는 종업원 수 8명의 꽤 근사한 공방이었다. 시간을 내어 방문하여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직원에게 나의 요구사항을 설명하였더니 그는 금방 알아듣고서 질좋은 단풍나무를 가공해 목판으로 근사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일주일 후 쯤 다시 그 공방을 방문하여 매우 미끈하게 잘 다듬어진 목판을 받아서 글자를 레이저 프린터로 각인(engraving) 하는 기념품 제작소를 찾아내서 방문하여 다시금 나의 주문사항을 설명하였더니 그들은 내게 레이저 프린터(laser printer)와 이를 이용한 기념품 제작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내 글씨를 스마트폰으로 미리 촬영하여 jpg 파일로 만들어 작업자에게 전자우편으로 미리 발송하였다.  그 파일을 직원과 함께 컴퓨터로 함께 보면서 적당한 크기로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도록 (실제로는 여러번의 인쇄과정으로 나무를 각인(刻印)하는 효과를 냄) 준비하였다. 


드디어 일주일 정도 후에 나는 ‘平安’이라는 문구가 각인된 멋진 목판을 받게 되었다. 받고 보니 종이에 글씨를 썼을 때와는 다르게 나무의 나이테와 결이 주는 질감과 레이저 프린팅이 주는 정교함, 그리고 잘 다듬어진 나무조각의 다듬새가 모두 내게는 새로운 느낌의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서예 -> 목공 -> 레이저 프린팅의 세가지 과정을 거쳐 어느 면에서는 예술과 과학기술이 어울리는 하나의 간단한 실험을 내가 자연스럽게 해본 셈이 되었다. 부끄럽지만 우선은 나에게 동기부여를 많이 해주신 두분에게 감사의 표시로 나는 서예목각을 우편으로 가장 먼저 그분들께 발송해 드렸다.    


A4 용지 크기, ½, ¼, 1/8 크기로 서예목각을 4개의 다른 크기와 형태, 무게로 각각 제작해 보니 이를 원하는 용도에 따라 각각 장식품, 소품, 문진(文鎭: paperweight)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떠오른 생각을 구체화하고 가시화 시키기 위해 혼자서 몸으로 뛰어 다니면서 실현해보니, 이러한 여러가지 과정을 통해서 소소하게 느끼고 얻어지는 것들이 나에게는 무언가가 있었다. 앞으로 더욱 창의적이고 재미있으며 실용성이 있는 과학기술과 예술을 아우르는 맛있는 비빔밥 같은 소소한 일들이 무엇일까 틈나는대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내 앞에 놓인 ‘平安’이라 각인된 목각을 가끔 볼 때마다 나는 무언가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우연히 취미로 시작된 서예와 관련된 나의 조그만 생각과 아이디어였는데, 사회관계망(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아는 분들께 보낸 내 서예목각의 사진만을 보고도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된다고 나에게 알려오는 분들도 가끔 있어서 나는 요즈음 조그만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서예연습에 더욱 더 용맹정진(勇猛精進) 하여야 하겠다. 이와 아울러 여기에 창의력이 융합된 새로운 의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창출에도 더욱 힘을 써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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