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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돌아온 탕자

2022.06.17

 



       돌아온 탕자  


 필자의 고객인 변사장님은 LA한인 타운에서 식당업으로 자리를 단단히 잡은 분이다. 20여년 전 빈손으로 도미하여 바닥 생활부터 시작하여 근면과 성실로 이뤄낸 성공이어서 더욱 값진 결과였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변사장님 내외는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했다. 어려울 때는 콩 한쪽도 나눠먹을 정도로 서로를 위로하며 위했는데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지자 부부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변사장님은 아내가 화장품하나 사 쓰는 것까지도 못마땅해 나무랐고, 아내는 남편이 밖에서 술한잔하고 오는 것까지 못마땅해 잔소리를 퍼부었다. 거의 매일 집안이 시끄러웠고 결국 두 분은 갈라서고 말았다. 아내와 헤어지고 나서 변사장님의 생활은 점차 무질서해져갔다. 


식당영업은 그런대로 잘 운영되어 수입은 좋았으나 매일 저녁 술집에서 돈을 탕진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룸 싸롱에서 한국에서 이제 막 일하러 온 김양을 만났다. 20대 초반의 젊디젊은 꽃처럼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집안형편이 어렵고 신장병으로 고생하는 아빠의 병원비 때문에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이런 처지가 되었다고 울먹이는 김양이 너무도 애처러워 꼭 안아주며 위로하다 가까워지게 되었다. 김양이 선불금으로 썼다는 2만불을 술집주인에게 갚아주고 난 뒤 김양과의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30년의 나이차이도 문제가 될게 없었다. 변사장님은 하늘을 둥둥 나는 듯한 행복을 느꼈다. 김양을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을 정도로 김양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체류신분이 확실치 않은 김양의 신분해결을 위해 혼인신고도 하고 집도 새로 장만했다. 김양은 2년짜리 임시 영주권을 받았고 꿈같은 신혼생활을 보냈다. 김양은 변사장님을 ‘아빠! 아빠!’ 라고 불렀다. 외출해서 김양이 변사장님께 ‘아빠! 아빠!’라고 부르며 애교를 떠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부녀간(?)의 다정함에 흐뭇한 미소로 부러운 시선을 보내곤 했다. 김양의 친정에 꽤나 큰 목돈도 마련하여 송금해 주었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고 여기에 더하여 매달 생활비도 넉넉히 부쳐주었다. 김양과 생활을 시작한 이래 신기하게도 사업이 술술 풀려나갔다. 식당도 타 지역에 2군데나 더 오픈할 정도로 사업이 승승장구 하자 ‘복덩이가 들어와서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리는 것일꺼야! 아이고 이쁜 것!’ 하며 사랑이 깊어갔다. 


달콤한 이런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지방에 있는 가게에서 메니저에게 급한 전화가 왔다. 식당에서 술과 음식을 먹던 손님 사이에 싸움이 있었고 술 취한 한 손님이 일행인 한 사람의 머리를 병으로 내려쳐 크게 머리를 다쳤는데 가해자는 ‘개뿔도 없는 놈’인지라 보상받을 길이 없자 ‘술 취한 손님에게 술을 더 팔아 난사고’라며 가게를 물고 늘어진다는 급한 보고였다. 일처리를 위해 사장님이 급히 와주셔야겠다는 전갈에 급히 출장을 가게 되었다. 당사자를 만나 잘 설득하여 소송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쥐어주고 다행히도 일은 쉽게 잘 마무리가 되었다. 


예상보다 일찍 일이 마무리되자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 어리고 이쁜 마누라를 사랑해 주고 싶어 예정보다 빨리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는 연락도 안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이쁜 반지와 꽃다발을 들고 이쁜 마누라 ‘써프라이즈’해 주려고 조용히 현관열쇠를 열고 들어서니 방에서 두런두런 사람 말소리가 들리는듯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남자 목소리도 들리는듯했는데 아마도 이쁜 마누라가 라디오나 TV를 틀어 놓았겠지 짐작하고 놀래주려고 활짝 문을 여니 왠 젊은 사내놈이 마누라 배위에서 용을 쓰고 있었다. 서로가 너무도 놀래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젊은 놈이 순발력 있게 튀어 달아나려 했다. 눈에서 불이난 변사장은 그놈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고 젊은 놈은 주먹을 휘둘렀다. 


눈앞이 번쩍하며 별이 보이는 순간 놈을 놓쳤고 어린 마누라는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다가가서 머리채를 휘어잡고 뺨을 몇 차례 때리자 후다닥 주방 쪽으로 튀어나가 칼을 들고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친다. 칼 내려놓으라고 고함을 치고 있는데 언제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뛰어 들어와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아마도 도망친 젊은 놈이 김양이 위험하다 싶어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져 집에 갈 수도 없고 전화할 수도 없다고 경고를 받은 터였다. 하지만 전화 거는 것이야 별문제 없겠지 싶어 김양에게 전화를 걸어 욕을 해댔다. 


가만두지 않겠다. 그놈은 어떤 놈이냐? 언제부터 그놈을 만났냐? 그동안 너와 너의 집에 정성을 다한 내게 미안하지도 않느냐? 반드시 연놈을 죽여 버리고 말겠다! 정신없이 욕을 해대었더니 그나마 속이 좀 풀리는듯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즉시 체포되고 만다. 규정을 어기고 심지어 살인 협박까지 했다는 혐의였다. 오리발을 내미니 즉시 녹음된 소리를 들려준다. 꼼짝없이 당하고만 것이다. 고생고생 끝에 풀려났지만 사업도 엉망진창이 돼버렸고 무엇보다도 몸이 성치 못했다. 성질에 성질을 부리다보니 혈압이 너무 올라 중풍을 맞은 것이다. 입도 완전히 돌아가고 반신불수가 되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다. 한쪽 눈까풀은 감겨지지 않아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입에서도 침이 질질 흐른다.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걸어보지만 다리가 뒤틀려 넘어지기 일쑤다. 


한마디로 패인이 되고만 것이다. 이제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마누라였다. 변사장님이 폐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에 이주해서 살고 있던 멀고먼 타주에서 달려온 것이다. 변사장님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뭐니 뭐니해도 조강지처 뿐!’ 이라더니 역시 그랬다. 부인의 극진한 간호와 정성 속에 이를 물고 지독한 결심으로 재활치료를 받은 끝에 변사장님은 기적적으로 소생했다. 사업도 재기했다. 이제 다시는 다른 여자에게 눈 안 돌릴 것이라고 결심도 했다. 하지만 사람일인데 어찌 아는가?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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