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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

2022.09.30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


 요식업으로 승승장구하며 요 몇 년간 큰 재산을 이룬 방사장님은 필자와 오랜 인연의 고객이시다. 그간 6~7년 사이에 사업은 크게 번성하여 큰돈을 벌었건만 최근 방사장님은 고민이 많다. 그간에 사업이 커져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만도 40명이 넘게 되었는데 최근 들어 종업들 사이에 다툼이 많고 자리이동이 잦아 골칫거리였고, 이렇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보니 매출도 급격히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이다. 방사장님이 필자를 찾아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방안을 의논하였다. 필자가 방사장님의 명리학상 운의 흐름을 살피고 주역상 쾌(卦)를 짚으니 혁쾌(革卦)가 나온다. 


혁쾌는 혁명을 의미한다. 혁명은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라야 신실(信實)하다. 새로운 것을 시행하여야 吉한 쾌상이다. 변화가 두려워 이를 기피하면 이롭지 못하다. 혁쾌 속에는 당위성이 있다. 즉, 반드시 변화를 시도하여야지 그대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혁쾌는 물과 불이 서로를 멸하려고 대립하여 두 사람이 같이 살면서 서로 뜻이 맞지 않는 형태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한 쪽이 소멸되어야 한다. 그래서 혁쾌라고 명명된 것이다. ‘혁명은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라야 신실하다’고 한 것은 혁명을 단행하고 그 실상이 눈에 띄일 때까지 사람들에게 믿게 하기 위해서이다. 


혁명은 타당성을 인정받고 또한 회한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혁쾌는 못을 상징하는 태쾌(兌卦)와 불을 상징하는 이쾌(離卦)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택화혁쾌(澤火革卦)라고도 한다. 솟구쳐 오르는 불과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이 한데 묶여진 쾌이다. 상극하는 사이임으로 공존할 수 없다. 어느 하나가 어느 하나를 없애야 하는 형편이다. 혁은 ‘뒤집어 업는 것’을 의미한다. 즉 존재의 사명이 다한 옛것을 없애고 새로운 문물이나 제도로 대체함을 의미한다. 쾌의 상을 가만히 살핀 후 필자 왈 “사업장에 종업원들이 두 패로 나뉘어 있지는 않나요?” 라고 물은 즉 “맞습니다. 헤드스시맨을 중심으로 하는 스시맨들과 메니저를 중심으로 하는 주방과 홀써빙 사이에 늘 말썽이 많습니다. 


헤드스시맨은 제가 사업 시작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동료였고 처음가게를 오픈할 때부터 같이한 창업공신이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메니저는 처조카인데 요즘 들어 둘이 어찌나 대립하는지 정말 골치 아픕니다. 가게에 공이 많은 헤드스시맨을 자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처갓집 눈치 보며 처조카 애를 내보낼 수도 없고 아주 곤란합니다. 헤드스시맨의 경우 저와 함께 현재의 사업장을 만든 거나 다름없으니 자기가 사장이나 다름없다 여기고, 메니저의 경우 자기가 총 메니저이니 자신의 뜻대로 따르지 않는 헤드스시맨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처지지요. 이러다보니 가게 안에서도 패가 갈려 스시맨들은 헤드스시맨 편을 들고 다른 주방이나 홀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메니저 편을 들어 서로에게 트집을 잡고 잘못을 서로에게 미루기 급급하니 가게가 늘 시끄럽고 이를 눈치 챈 손님들도 이런 분위기가 불편한지 점점 발길이 뜸 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죠?” 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한쪽을 제거하고 분위기를 확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쾌상이었으므로 헤드스시맨과 처조카인 메니저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이들의 운세를 다시 한 번 세세히 살펴보았다. 먼저 헤드스시맨의 운세를 보니 ‘승지사’의 쾌다. 이를 풀어보면 ‘어렵게 이룬 일이나 자리가 나를 퇴짜 놓는다. 생사의 기로에 선다.’로 해석할 수 있고 처조카인 메니저의 운세를 짚으니 ‘해지항’의 쾌다. ‘뜻한 바를 이루는 운이다. 어려움을 이기고 승리하리라!’ 로 해석될 수 있다. 쾌상의 결과를 살펴본 뒤 방사장님에게 개업공신이 헤드스시맨을 해고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옛 부터 개국공신이나 창업공신은 그 기세가 너무 드세지기 전에 ‘토사구팽’해 왔습니다. 


이는 사람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그 조직을 평온하게 계속 유지시키려는 고육책입니다. 제가 보기에 아마도 헤드스시맨이 위세를 지나치게 부려온 것 같습니다. 이제 제거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라고 하니 방사장님 매우 불편한 기색이다. 그러더니 “사실 헤드 스시맨하는 이 친구는 처음 제가 칼 잡았을 때부터(?)함께 해 온 친동생 같은 사람입니다. 의형제까지 맺었을 정도지요! 그리고 이 친구 없었으면 사업을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없는 돈에 여기저기 빚내서 오픈한 가게에 들어와서 제 형편 펴질 때 까지는 월급 안 받겠다고, 나중에 잘 되고나서 한꺼번에 달라고 하면서 거의 6개월이나 봉사를 해 준 의리파 친구입니다. 사실 이 가게는 이 친구의 희생 속에 세워졌다고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제 처조카인 메니저 애도 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뒤에 들어왔지만 이 아이 덕에 가게 모든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세워졌고 미국에서 대학 나온 애답게 영어도 퍼펙트하고 관공서일 처리나 세금관계일도 아주 깔끔하게 해주어 사업이 비약적으로 발전되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지요. 이 아이 없었으면 지금까지도 옛날 주먹구구식으로 일처리를 해왔을 겁니다. 그랬으면 이렇게 발전하지도 못했을 것 이구요. 그런데 이 둘이 서로 맞지 않아 노상으로 으르렁 드르렁하고 여기에 편승해서 종업원들마저 두 패로 갈려 저지경이니 의형제인 헤드 스시 놈을 자를 수도 없고 그에 못지않게 공이 많은 처조카 애를 그만두게 할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합니다!” 말을 듣고 보니 방사장님 처지가 보통 곤란한 것이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이대로 가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으므로 헤드스시맨을 내 보내는 게 좋겠다고 강력 권유했다(지금도 이분에게 미안하다). 결국 방사장님은 헤드 스시맨과 스시맨들 거의 모두를 내보내고 새로운 인원들로 충원했다. 방사장님이 현명하게 일처리를 잘한 것은 외곽의 한 도시에 스시가게 하나를 인수해서 자금은 방사장님이대고 운영은 헤드스시맨에게 시키면서 동업 조건으로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모두가 윈윈하는 현명한 처신을 한 것이다. 이후 사업도 정상화되었고 동업조건으로 새로 시작한 가게도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했다.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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