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바다 건너 '님'을 그리는 마음 | 김소월의 '산(山)위에' 감상

2025.09.15


[김소월의 '산(山)위에]

누군가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하나쯤은 모두 품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떠나온 곳이든, 혹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든 말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김소월은 그 애틋하고 아련한 '그리움'의 정서를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로 노래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산(山)위에'는 한 편의 수묵화처럼 쓸쓸한 풍경 속에, 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담아낸 시입니다. 오늘은 시간과 거리를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시를 함께 천천히 음미해보고자 합니다.


시가 태어난 시대, 1920년대의 풍경


'산(山)위에'는 1925년 발간된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작품입니다. 희망보다 상실이 더 익숙했던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시인이 노래하는 '님'과 '이별'은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넘어 민족 전체가 겪던 아픔의 정서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시 속의 '산', '바다', '배'와 같은 모든 풍경은 화자의 마음을 비추는 동시에 그 시대의 슬픔을 묵묵히 증언합니다.


절망의 깊이를 향한 시상 전개


이 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자의 감정이 어떻게 절망의 심연으로 향하는지를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 1~2연 (바라봄과 단절): 화자는 '산 위'에서 '가로막힌 바다' 너머를 바라봅니다. 바다는 건널 수 없는 절대적 거리감을, 해가 저물고 안개가 덮이는 풍경은 희망마저 흐릿해지는 화자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 3연 (떠나감과 상실): 밤이 되자 '가랑잎같이' 힘없이 떠나가는 배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완전한 이별의 상징이 됩니다. 이로써 님에게 닿고 싶다는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고, 화자는 완전한 고독 속에 남겨집니다.

  • 4~5연 (깊은 잠, 비극적 체념의 절정): 밤을 새운 화자는 '물노래'가 님에게 닿기를 상상하지만, 이내 스스로 그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님이 놀라 자신을 찾아도, '내 몸은 산위에서... 고이 깊이 잠들어 다 모릅니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모든 것을 체념한 비극적 목소리의 절정입니다. 이는 영혼은 님을 향해 흐르지만, 육신은 응답할 수 없는 완전한 분리 상태를 의미하며, 이별의 슬픔을 극대화합니다.


시와 음악의 만남, 시가곡(詩歌曲) 감상


김소월의 시는 그 자체로 노래가 됩니다. 애틋한 시어에 멜로디가 더해진 시가곡을 통해 작품을 더욱 깊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시가곡 '산(山)위에' (노래: 듀엣 시온 & 나나) 감상하기 


시간을 넘어 마음을 울리는 노래


김소월의 '산(山)위에'는 한 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의 마음에 깊은 파문을 남깁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건널 수 없는 바다 하나쯤을, 그 너머에 있는 그리운 '님' 하나쯤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시가 여러분의 마음에 깊은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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