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Aug. 12, 2024)
“죽기전에도 엄지척 (thumb up)을 하던 미국 할머니”
주일날 교회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운전해 가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중환자실의 환자가 세상을 떠날 것 같으니 임종기도를 드려 달라는 간호사의 전화였다. 나는 “지금 갈 수도 있지만, 급하지 않으면 월요일 아침에 병원에 출근할 예정임으로 내일 가면 안되는지” 물어 보니, 간호사는 “환자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아내를 집에 내려 놓고, 즉시 병원에 갔다.
병실 복도에는 할머니 두 분이 서 있었는데, 한 분은 환자의 어머니이고, 한 분은 환자의 아내라고 했다. 환자의 조카 되는 젊은이로 부터 67세의 백인 남자인 환자는 신장투석을 받을 만큼 몸상태가 안 좋은데다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는데, 의사들도 속수무책이라 지금 위독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병실에 들어 갔더니, 환자는 눈을 뜬 채 나를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 보려고 몸을 일으켰지만, 약에 취해서인지 눈의 촛점이 없어 보였다. 나는 함께 기도하자고 한 후, “하나님의 뜻이 이 사람이 살리는 것이라면 회복시켜 주시고, 저 천국으로 데려갈 것이라면, 평안히 임종을 맞게 하소서”라는 임종 기도를 드린 후, 병실을 나오려고 했다.
그 환자는 상체를 침대에서 일으킨 후 큰 손을 내게 밀며, “댕큐”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 사람과 악수를 한 후 병실을 나와 집에 왔다. 그 다음날 아침 병원에 출근한 후, 그 환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그의 병실에 가 보았다.
나는 환자가 아직 살아 있거나, 사망했다면 장의사가 시신을 옮겨 갔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병실에 가 보니,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환자의 병상에 하얀 body bag (시신 운반용 가방)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이제 시신을 옮겨도 된다”는 사망증명서가 놓여 있었다. 어제 나 한테 고맙다며 악수를 나눈 그 사람이 오늘 죽어서 하얀 시신 가방 속에 누워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어제 교회 예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병원에서 임종환자가 있으니 임종기도를 해달라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갔다. 76세의 백인 할머니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다. 요즘 76세라면, 예전의 56세 정도로 팔팔한 사람들이 많은데, 임종을 맞은 할머니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숨을 쉬고 있으면서 의식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40대로 보이는 아들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I love you, mom!”하니 할머니는 약한 목소리를 “I love you, too.”라고 했다. 내가 할머니와 가족을 위해 임종기도를 드린 후 주기도문을 드리니, 가족들과 할머니도 주기도문을 따라서 암송을 했다.
병상 가까이에 친척인지 친구인지 어떤 중년의 여자가 할머니에게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척 올리니, 임종병상에 있던 Sylvia할머니도 오른손을 들어 “엄지척”으로 화답하는 것을 보고 나는 웃음이 나왔다. 죽음이 곧 다가 오는 순간에도 엄지척을 올리는 할머니를 보고 나는 기분이 밝아졌다.
나는 ‘Sylvia할머니는 자식들을 잘 키웠고, 자녀들과 손주들로 부터 사랑을 받으며, 이제 천국으로 가니 아무 염려마시고, 하나님께 영혼을 평안히 맡겨 드리시라”는 기도를 드리고 나오니, 가족들이 기도해 주어 고맙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병원에 출근하여 그 할머니가 아직 살아 계신가 하고 병실에 가 보았더니, 병실은 깨끗이 비어 있었다. 간호사에게 Sylvia할머니가 돌아 가셨는가 물어 보니, 어제 저녁 9시경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죽기전에 내게 악수를 하던 Michael도 떠났고, 죽기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주기도문을 암송하고, 엄지 척 (thumb up)을 하던 Sylvia할머니도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죽음이 멀리 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이 세상을 떠날 때 “원 없이 살다 간다”하며 엄지척을 내세우고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