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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loads/images/user/d3f4150758c19936490e54ec051af60b.jpeg revjerry 열린마당톡 2016.02.15 신고
고마운 사람들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110): 고마운 사람들

“무슨 일이나 생각의 촛점을 맞추면 그 일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Whatever you focus on grows.” 혹은 “Whatever you focus on expands.”라고 한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손등에 사마귀가 나서 사마귀가 몇개 났나 하고 세고 있는데, 저의 큰 누님이, “사마귀를 세지 마라. 세면 자꾸 늘어 난다.”고 하던 말을 하더군요. 누님 말에 순종하여 사마귀를 세지 않고 그냥 놔 두었더니, 시간이 지나자 사라져 버렸습니다.

영어에 “If you always speak of troubles, you will always have troubles to speak of.”라는 말이 있더군요. 인생의 근심거리에 대해 말하다 보면, 근심거리가 떠날 날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Count Your Blessings)라는 찬송을 부르며 감사할 일에 촛점을 맞추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섞여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쁜 점에 촛점을 맞추어 불평하기보다 좋은 점에 촛점을 맞추어 감사하며 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오늘 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돌아 가신 아버지의 긍정적인 말 한마디 덕분에 제가 세상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아들 둘, 딸 둘만 낳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제 위로 형님 두분과 누님 세분이 계시니, 저는 별로 원치 않는 여섯번째 아이로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가난때문에 저를 유산시킬 생각을 하고 저의 큰 고모님과 낙태계획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저의 아버지가 “아이 낙태시키려다 어른 죽겠다. 아이들은 자기 먹을 것을 다 타고 나니, 유산시키지 말고 낳으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여 저를 낳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교회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다 자기 먹을 것을 타고 난다.”는 막연한 믿음과 낙천주의를 갖고 계셨기 때문에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타타타”라는 노래에, “산다는 건 좋은거지. 수지 맞는 장사쟎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벌었쟎소”하는 말처럼, 이 세상에 태어났음으로 세상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합니다.

제가 철이 없던 어린이 시절에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며 울고 있을 때, 외롭고 우울하던 저의 집에 찾아 오셨던 저의 큰 고모님은 저의 등을 쓰다듬어며,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가 와 이라노?”하며 따뜻하게 웃으시며 위로해 주시던 큰 고모님의 덕스러움에 평생 감사를 느낍니다.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과부의 몸으로 칠남매를 키워 주신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 낼 돈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어머니는 손수건에 꼭꼭 싸서 허리춤에 숨겨 두었던 돈을 꺼내어 저에게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이들이 학교에 낼 돈을 달라고 하면 주라. 그래야 아이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저한테 돈을 주셨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86세까지 장수하셔서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뉴욕, 하와이, 일본 관광을 다녀 오는 것으로 어머니의 은혜에 약간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아버지없이 고아처럼 되어 버린 어린 동생들을 맡아서 어머니를 도와 가장노릇을 한 큰 형님의 은혜도 입었습니다. 술, 담배 중독이던 큰 형님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며 술, 담배를 끊었고 온 가족을 교회로 인도하여 기독교 정신문화 가운데 성장하도록 하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열여섯 많은 큰 형님은 제가 숙제를 안 하고 놀러만 다닌다고 가죽 허리끈으로 저를 때린 적이 있으나, 나이가 저보다 열 한살 많은 작은 형님은 성품이 순해서 제가 자랄 때 단 한 차례도 저를 때리지 않아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목원대학에 합격했던 1980년 겨울 마산시내에 계시던 감리교회의 목사님들이 저의 입학금에 보태어 쓰라며 큰 형님에게 돈을 주셨는데, 그 돈이 입학금의 절반이 되었고, 큰 형님이 나머지 반을 은행에서 빌려서 제 입학금을 내어 주셨습니다. 당시는 목사님들의 형편이 넉넉치 못할 시절이었을텐데, 목사님들이 저를 도와 주기 위해 호주머니 돈을 선뜻 내어 주신 일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저의 세 누님들은 종종 저에게 차비와 용돈을 주셨고, 찾아 갈 때 마다 공짜밥을 먹여 주셔서 저는 누님들의 은혜가 참 고맙습니다.

목원대학의 동창생들은 제가 잘 때가 없을 때 기숙사의 좁은 철제 침대에 같이 자게 해 주었고 기숙사의 식당에서 밥을 타와서 저에게 밥을 같이 먹게 해 주었습니다. 제가 미국유학을 와서 박사학위과정 공부를 할 때에는 동창생 목사님들이 장학금을 모아서 저에게 보내어준 일도 있었습니다. 저는 동창생 목사님들의 은혜의 빚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대학 4학년때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간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저도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에 가 보고 싶었지만, 졸업여행비 4만원이 없어서 포기를 했습니다.

동기생 친구들은 서대전역에서 열차를 타고 목포에 가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간다고 하는 날 저는 혼자서 기숙사의 세면장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둑한 세면장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지금 강원도 오봉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장석근 형이 저를 찾으러 왔습니다. 저보고 하는 말이 “내가 네 졸업여행비를 내어 주었으니, 너도 같이 제주도에 가자.”하며 저를 데리러 왔던 것입니다.

저는 빨래하던 것을 멈추고, 못 이기는 척 하며 석근 형을 따라 서대전역에서 기다리던 동기생들과 합류하여 목포행 기차를 탔습니다. 목포에서 여객선을 타고 제주도로 가면서 국방색 모포를 접어 놓고 둘러 앉아 친구들과 고스톱을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군목생활을 하며 받은 봉급을 모아 진부령 넘어 있는 오봉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던 장석근 목사님에게 졸업여행비의 두배가 되는 10만원을 갚아 드렸습니다. 장석근 목사님은 저를 데리고 속초의 어물전에 가서 마른 오징어 두축을 사 주시더군요.

그 이후로 장석근 목사님이 위스칸신의 저의 집에 오셔서 10일을 지내신 적도 있고, 저도 미국인 교인들을 열분 모시고 오봉교회에서 2박 3일을 지내며 통일전망대를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외로운 인생길에 좋은 친구가 되어 주신 장석근 목사님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목원대학에 있을 때 영어와 독일어를 가르쳐 주시던 교수님들의 은혜를 입었고, 노자의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무극이 태극”을 가르쳐 주신 종교철학자 김하태 교수님께도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저에게 입학허가서와 전액장학금을 베풀어 준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의 Perkins 신학대학원에도 은혜를 입었으며, 외로운 저와 결혼해 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목숨을 걸고 독립을 쟁취하려 노력했던 독립투사들, 625전쟁때 조국을 지키느라 전사한 이름모를 용사들, 가난하던 나라를 일으켜 세워 남부럽지 않은 부강한 나라로 성장시킨 정치인들, 기업가들, 성실한 국민들 모두에게 감사를 느낍니다.

저도 은혜를 받기 보다 은혜를 갚고, 은혜를 베푸는 삶을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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