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있는 과학을 발전시켜야 됐었지만 지금은
폭넓은 인문학 교양 대접받는 시대 온다
인문 전공 실업률 특별히 높지 않아
전공과 연관된 직업 가진 사람 27%
전공보다는 지능·성실성이 성공 좌우
[LA중앙일보] 발행 2016/09/10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6/09/09 22:42
인문학 전공자가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시건 대학 졸업식 장면. [AP]
인문학 전공자가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시건 대학 졸업식 장면. [AP]
자녀 전공에 있어서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법대나 의대는 이미 너무 포화돼 있다는 얘기도 있어서 더 걱정이다. 사실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울 만큼 격변하고 있어서 부도세대의 전공선택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그래서 이공계를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자녀의 적성이 안맞으면 그도 어렵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다름아닌 인문계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문계 전공이 대학에서 홀대를 받는 이유는 캠퍼스가 직업훈련 과정이 되고 학자금 대출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문계 전공자들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대학은 큰 변화를 겪었다. 학생 수는 2배로 늘었고 자연과학, 사회과학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인문학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타격을 입었다. 또한 최근의 경기 침체 속에 이른바 인문학의 핵심인 '문사철' 전공자 수는 급감했다. 60년대 중반만 해도 학사학위의 17%를 차지했던 문사철은 현재 불과 6% 정도다.
하지만 직업훈련소로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는 현 상황은 직업과 수입에 대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결과이며 노동시장이 돌아가는 방식, 고등교육과 직업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지타운대학 연구소의 2011년, 2012년 자료를 살펴보면 경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그 시점에서 인문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8.4%로 컴퓨터(8.3%), 수학(8.3%), 생물학(7.4%), 경영학(7%), 심지어는 공학(6.5%)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인문학 전공자가 학력에 알맞은 직업을 찾지 못한다는 것도 과장된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최근 졸업생은 1990년의 15%에서 2012년 20%로 증가했지만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대학 학위가 필요없지만 임금 수준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은 대학생도 전체 졸업생의 3분의 1 가량이었는데 과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 여부와 무관하게 갓 졸업한 대학생이 전공에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가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인문학 전공자가 평생 저소득으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과장이다. 이른바 STEM 전공자와 경영학 전공자의 중간 연봉이 6만~8만 달러 사이로 높지만, 인문학 전공자의 평균 소득인 5만 달러 역시 중산층의 범위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역사, 문학 전공자 중 소득 상위 25%는 오히려 수학, 과학 전공자 평균보다 수입이 높으며 경영학 전공자 중 소득 하위 25%의 수입은 오히려 행정, 정책학을 전공한 이들의 평균 소득에 못 미친다.
또한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전공 뿐이라고 단정도 잘못이다. 예일대 경제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STEM 전공자의 소득 프리미엄의 절반은 전공보다 이들의 높은 지능, 성실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공자는 어떤 전공을 선택했어도 성공했을 사람이다.
신입생이 전공과 커리어 간의 복잡한 관계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부모는 더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리를 전공했다고 모두 물리학자가 되지 않고 영문학 전공이 모두 작가나 영어교사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에는 학부에서 철학 전공자가 많고 기업 임원들의 학부 전공 역시 다양하다. 전공과 직접 연관있는 직업을 갖는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원래 대학에서 전공을 정하는 이유는 커리어 선택과 관련이 없었다.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우면서 연구, 분석, 소통 방법과 논리적인 사고 방법, 시간관리법, 끈기를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고위 기업인들이 대졸사원에게 기대하는 자질은 그런 것이다. 물론 이런 큰 원칙이 언제나 인사과 실무에서 이력서를 거르는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찾는 인재는 한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재빠르고 호기심이 강하며 혁신적인 사람이다. 초보 회계사와 초보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변호사, 금융 애널리스트들의 일은 이미 아웃소싱되고 있고 머지 않아 AI로 대체될 것이다. 폭넓게 사고하고 관습에 도전하는 사람, 즉 인문학 교육의 목적에 충실한 사람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장병희 기자
인문 전공 실업률 특별히 높지 않아
전공과 연관된 직업 가진 사람 27%
전공보다는 지능·성실성이 성공 좌우
[LA중앙일보] 발행 2016/09/10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6/09/09 22:42
인문학 전공자가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시건 대학 졸업식 장면. [AP]
인문학 전공자가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시건 대학 졸업식 장면. [AP]
자녀 전공에 있어서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법대나 의대는 이미 너무 포화돼 있다는 얘기도 있어서 더 걱정이다. 사실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울 만큼 격변하고 있어서 부도세대의 전공선택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그래서 이공계를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자녀의 적성이 안맞으면 그도 어렵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다름아닌 인문계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문계 전공이 대학에서 홀대를 받는 이유는 캠퍼스가 직업훈련 과정이 되고 학자금 대출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문계 전공자들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대학은 큰 변화를 겪었다. 학생 수는 2배로 늘었고 자연과학, 사회과학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인문학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타격을 입었다. 또한 최근의 경기 침체 속에 이른바 인문학의 핵심인 '문사철' 전공자 수는 급감했다. 60년대 중반만 해도 학사학위의 17%를 차지했던 문사철은 현재 불과 6% 정도다.
하지만 직업훈련소로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는 현 상황은 직업과 수입에 대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결과이며 노동시장이 돌아가는 방식, 고등교육과 직업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지타운대학 연구소의 2011년, 2012년 자료를 살펴보면 경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그 시점에서 인문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8.4%로 컴퓨터(8.3%), 수학(8.3%), 생물학(7.4%), 경영학(7%), 심지어는 공학(6.5%)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인문학 전공자가 학력에 알맞은 직업을 찾지 못한다는 것도 과장된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최근 졸업생은 1990년의 15%에서 2012년 20%로 증가했지만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대학 학위가 필요없지만 임금 수준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은 대학생도 전체 졸업생의 3분의 1 가량이었는데 과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 여부와 무관하게 갓 졸업한 대학생이 전공에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가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인문학 전공자가 평생 저소득으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과장이다. 이른바 STEM 전공자와 경영학 전공자의 중간 연봉이 6만~8만 달러 사이로 높지만, 인문학 전공자의 평균 소득인 5만 달러 역시 중산층의 범위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역사, 문학 전공자 중 소득 상위 25%는 오히려 수학, 과학 전공자 평균보다 수입이 높으며 경영학 전공자 중 소득 하위 25%의 수입은 오히려 행정, 정책학을 전공한 이들의 평균 소득에 못 미친다.
또한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전공 뿐이라고 단정도 잘못이다. 예일대 경제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STEM 전공자의 소득 프리미엄의 절반은 전공보다 이들의 높은 지능, 성실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공자는 어떤 전공을 선택했어도 성공했을 사람이다.
신입생이 전공과 커리어 간의 복잡한 관계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부모는 더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리를 전공했다고 모두 물리학자가 되지 않고 영문학 전공이 모두 작가나 영어교사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에는 학부에서 철학 전공자가 많고 기업 임원들의 학부 전공 역시 다양하다. 전공과 직접 연관있는 직업을 갖는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원래 대학에서 전공을 정하는 이유는 커리어 선택과 관련이 없었다.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우면서 연구, 분석, 소통 방법과 논리적인 사고 방법, 시간관리법, 끈기를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고위 기업인들이 대졸사원에게 기대하는 자질은 그런 것이다. 물론 이런 큰 원칙이 언제나 인사과 실무에서 이력서를 거르는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찾는 인재는 한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재빠르고 호기심이 강하며 혁신적인 사람이다. 초보 회계사와 초보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변호사, 금융 애널리스트들의 일은 이미 아웃소싱되고 있고 머지 않아 AI로 대체될 것이다. 폭넓게 사고하고 관습에 도전하는 사람, 즉 인문학 교육의 목적에 충실한 사람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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