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놓고 성냥을 찾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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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네가 되면 따라 다니는 게 돋보기 안경이다. 물론 80 이 되어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그건 특별히 타고난 복 받은 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노안도 점점 변해가더니 이젠 백내장기가 와서 다음 달엔 시술을 받기로 예약이 된 상태라 많이 불편하지만 지금의 안경으로 글을 보고 있다.
그래서 눈에 맞지 앉지만 그래도 쓰지 않는 것보단 훨씬 도움이 되기에 그냥 시술이 끝나면 그 때 다시 검안 결과에 따라 바꾸기로 하고 쓰고 있다.
그런데 이 돋보기가 수개 월 전 다리 한 쪽이 부러져 임시로 이쑤시개를 받침대로 해서 테잎으로 붙여 쓰고 있어 이 안경을 만질 때는 부러지지 않은 쪽을 잡아야 하는 건데
조금 전 어쩌다 성하지 못한(?) 다리를 잡았더니 그만 다시 부러져 버렸다. 해서 이 안경 다리에 다시 이쑤시개를 대고 태잎을 붙이고 하려는데 안경 없이 이 일을 하려니 잘 보이지 않아 여간 힘이 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문득 옛날 사랑방에서 엿 들은 일이 생각이 났다.
지난 날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 고향 땅 경남 울주군 마을 사랑방에서 겨울 날밤 이슥할 때까지 모여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아랫마을 권씨 할아버지가 방문을 갑자기 열고 들어오는 통에 바람이 휙 불어 촛불이 꺼졌다.
.
갑자기 캄캄해지자 여기저기서 빨리 불을 키라고 수근 그렸다. 그런데 촛불 가까이 있던 사람이 촛대는 찾았는데 성냥을 못 찾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동네 이장(里長) 염감이,
“아니 이 바보 같은 양반아!
불을 켜 놓고 성냥을 찾으면 되지!”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
그러자 동네 노인네들이,
“그렇구먼 역시 우리 이장님이 똑똑하셔..” 라고 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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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난 우연히 그 집에 사촌 누나를 따라 놀러갔다가 이 방에서 할아버지들이 옛날 호랑이 얘길 해 주신다고 해서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내가 그 때 그 소릴 듣고는 무엇이라 느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다만 그 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럼 이장 할아버지가 불을 켜 보세요. 성냥도 없이요...”
.
겨울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노인네가 되면 따라 다니는 게 돋보기 안경이다. 물론 80 이 되어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그건 특별히 타고난 복 받은 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노안도 점점 변해가더니 이젠 백내장기가 와서 다음 달엔 시술을 받기로 예약이 된 상태라 많이 불편하지만 지금의 안경으로 글을 보고 있다.
그래서 눈에 맞지 앉지만 그래도 쓰지 않는 것보단 훨씬 도움이 되기에 그냥 시술이 끝나면 그 때 다시 검안 결과에 따라 바꾸기로 하고 쓰고 있다.
그런데 이 돋보기가 수개 월 전 다리 한 쪽이 부러져 임시로 이쑤시개를 받침대로 해서 테잎으로 붙여 쓰고 있어 이 안경을 만질 때는 부러지지 않은 쪽을 잡아야 하는 건데
조금 전 어쩌다 성하지 못한(?) 다리를 잡았더니 그만 다시 부러져 버렸다. 해서 이 안경 다리에 다시 이쑤시개를 대고 태잎을 붙이고 하려는데 안경 없이 이 일을 하려니 잘 보이지 않아 여간 힘이 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문득 옛날 사랑방에서 엿 들은 일이 생각이 났다.
지난 날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 고향 땅 경남 울주군 마을 사랑방에서 겨울 날밤 이슥할 때까지 모여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아랫마을 권씨 할아버지가 방문을 갑자기 열고 들어오는 통에 바람이 휙 불어 촛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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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캄캄해지자 여기저기서 빨리 불을 키라고 수근 그렸다. 그런데 촛불 가까이 있던 사람이 촛대는 찾았는데 성냥을 못 찾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동네 이장(里長) 염감이,
“아니 이 바보 같은 양반아!
불을 켜 놓고 성냥을 찾으면 되지!”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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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동네 노인네들이,
“그렇구먼 역시 우리 이장님이 똑똑하셔..” 라고 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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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난 우연히 그 집에 사촌 누나를 따라 놀러갔다가 이 방에서 할아버지들이 옛날 호랑이 얘길 해 주신다고 해서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내가 그 때 그 소릴 듣고는 무엇이라 느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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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럼 이장 할아버지가 불을 켜 보세요. 성냥도 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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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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