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써진 글은 촛점이 맞아야
오래 전이다. 뉴저지 Princeton에 살 적에 내 고교 선배 한 분이 인근에 사셨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는 기억에 없다만 가끔 내왕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 양반은 미국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프린스톤'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래 그런지 한국의 선비, 바로 그런 인상을 주고 있었고 그의 부인도 어글어글하게 잘 생긴 눈을 하고 있어서 호감이 가게 친근감을 주더군. 남의 떡은 커보인다고 했던가?
하여간에.....
아들 둘을 두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반 공립학교엘 보내지 않고 아버지 자신이 집에서 가르치고 있더군. 내심으로 그렇게 해서 되겠는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되더마는, 여하튼 일류대학엘 진학하더군.
내가 염려했던 바는 비록 고교 수준의 지식을 다 마스터 하더라도 청년기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고, 또 엎치락 뒤치락 험한 세파을 이겨나가는 경험도 사회인으로서 필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그 선배네 집에 볼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고 갔더니 그의 아들이 문 밖에 나와 서성거리며 우산을 받처들고 비를 피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왜 저러고 있는가? 의레 이상한 눈으로 바라다 봤지 않겠나? 그가 내게 닥아오면서 우산 밑으로 나를 안내해서 집을 들어서게 했다.
기가 차서......요즘 세상에 그런 꼴을 본 적이 없었던지라, 내 선배님이 양반 가문의 전통을 철저하게 그대로 자식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놀랠 일이 아닌가? 공부 많이 한 냥반은 남 다르게 자식들을 키우더군.
당시는 교회의 웹페지에 글을 올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연고로 여러 편의 글을 써오던 차라, 내가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 주제인가 아닌가 미심쩍어 졌다. 교회 싸이트에는 어쩐 이유로 해서 나 혼자 뿐이 되었고, 남어지 잘난 양반들은 몇자의 선을 보이고는 다시는 나타나질 않더군.
내 선배가 알아주는 영문학 교수란 것을 알아낸 이상, 그 양반에게 무시기 글의 평을 받고자 해서 원고를 던져놓고 한동안 기다렸으나 도무지 소식이 없었다. 해서, 찾아가서 물었지를.
선배께서 주저하다가 이런 말을 간단히 하셨다. "Out of focus"라고. 다시 말해서 촞점이 맞지 않는다는 거다. 일본말로 삔또가 맞지 않았다. 내가 그 말을 고맙게 받았가씨오? 속으로 "아니 내 글이 어때서......?" 무식하면 자신을 모른다고 하더라.
지나간 15년의 긴 긴 세월에 거의 매일 글을 써왔다. 은퇴하고 할 일은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즈막에 오래 전에 써놓은 글을 뒤져내서 먼지를 털어 볼 량이면, You know what? 챙피한 생각이 들게 되더라구요. 한 말로 촛점이 흐려져 있더라구요, 바로 이런 것을 선배님이 말씀하셨고나......하는 깨닯을 가지게 되었다. 일과처럼 글을 쓰는 팔자가 된지라 이제는 글쓰는 것이 그리 어렵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이 잘된 것인지, 않된 것인지 후에 다시 읽어봐야 흡족할 수도 있고, 또 모자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일단 주욱 내려갈기고는 다시 돌아가서 살피는 습관이 은연 중에 생겼다. 잘못된 오타(誤打)가 눈에 띄기 마련이고, 표현의 앞과 뒤가 석연치 않게 처리된 것도 발견되는지라 5-6번씩 읽고 또다시 읽고 거듭 정정하고......고달프다고 할까, 번거로움을 마다 하지 말아야 뭔가 한 편의 글이 탄생되고 마는.
문제는 말하고자 하는 글줄이 중복되거나, 의도했던 것이 잘 촞점을 잃지 않도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는 애로가 있다. Focus를 잃은 글은 중구난방이거나 횡설수설로 끊나게 마련이다. 똥누고 밑닦지 않은 불쾌감을 피할 길이 없다고 해야긋지?
그럼 Focus란 도대체 뭐냐? 글이 조리있어야 함은 문론이오, 말하는 논리가 분명해야 한다. 글 도중에 곁다리로 빠지기가 쉬운데 그런 것을 피해야 하지를. 어떤 글을 읽노라면 미친년 치마자락이랄까? 이랬다 저랬다 도무지 종잡을 수없는 흐름을, 그것도 장장문을 써대는데, 이 사람이 제 정신으로 이러는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도 정도가 있지.
그 세계에도 道(도)가 있는지라, 이왕지사 폼을 잡으려면 그 길을 잘 더듬어 가야 '내로세' 하는 뭔가가 결국에 가설라무네, 그 경지에 도달한다구요. 최소의 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경영의 철칙과 같오. 기술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합네다. 만사가 다 그렇지만 갈고 다듬고 하는 정성을 들여야 만족스런 작품이 나옵니다요, 자꾸 써보는 길 밖에 없읍네다.
禪涅槃
2017-12-23 15:12:31
그래 그런지 한국의 선비, 바로 그런 인상을 주고 있었고 그의 부인도 어글어글하게 잘 생긴 눈을 하고 있어서 호감이 가게 친근감을 주더군. 남의 떡은 커보인다고 했던가?
하여간에.....
아들 둘을 두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반 공립학교엘 보내지 않고 아버지 자신이 집에서 가르치고 있더군. 내심으로 그렇게 해서 되겠는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되더마는, 여하튼 일류대학엘 진학하더군.
내가 염려했던 바는 비록 고교 수준의 지식을 다 마스터 하더라도 청년기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고, 또 엎치락 뒤치락 험한 세파을 이겨나가는 경험도 사회인으로서 필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그 선배네 집에 볼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고 갔더니 그의 아들이 문 밖에 나와 서성거리며 우산을 받처들고 비를 피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왜 저러고 있는가? 의레 이상한 눈으로 바라다 봤지 않겠나? 그가 내게 닥아오면서 우산 밑으로 나를 안내해서 집을 들어서게 했다.
기가 차서......요즘 세상에 그런 꼴을 본 적이 없었던지라, 내 선배님이 양반 가문의 전통을 철저하게 그대로 자식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놀랠 일이 아닌가? 공부 많이 한 냥반은 남 다르게 자식들을 키우더군.
당시는 교회의 웹페지에 글을 올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연고로 여러 편의 글을 써오던 차라, 내가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 주제인가 아닌가 미심쩍어 졌다. 교회 싸이트에는 어쩐 이유로 해서 나 혼자 뿐이 되었고, 남어지 잘난 양반들은 몇자의 선을 보이고는 다시는 나타나질 않더군.
내 선배가 알아주는 영문학 교수란 것을 알아낸 이상, 그 양반에게 무시기 글의 평을 받고자 해서 원고를 던져놓고 한동안 기다렸으나 도무지 소식이 없었다. 해서, 찾아가서 물었지를.
선배께서 주저하다가 이런 말을 간단히 하셨다. "Out of focus"라고. 다시 말해서 촞점이 맞지 않는다는 거다. 일본말로 삔또가 맞지 않았다. 내가 그 말을 고맙게 받았가씨오? 속으로 "아니 내 글이 어때서......?" 무식하면 자신을 모른다고 하더라.
지나간 15년의 긴 긴 세월에 거의 매일 글을 써왔다. 은퇴하고 할 일은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즈막에 오래 전에 써놓은 글을 뒤져내서 먼지를 털어 볼 량이면, You know what? 챙피한 생각이 들게 되더라구요. 한 말로 촛점이 흐려져 있더라구요, 바로 이런 것을 선배님이 말씀하셨고나......하는 깨닯을 가지게 되었다. 일과처럼 글을 쓰는 팔자가 된지라 이제는 글쓰는 것이 그리 어렵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이 잘된 것인지, 않된 것인지 후에 다시 읽어봐야 흡족할 수도 있고, 또 모자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일단 주욱 내려갈기고는 다시 돌아가서 살피는 습관이 은연 중에 생겼다. 잘못된 오타(誤打)가 눈에 띄기 마련이고, 표현의 앞과 뒤가 석연치 않게 처리된 것도 발견되는지라 5-6번씩 읽고 또다시 읽고 거듭 정정하고......고달프다고 할까, 번거로움을 마다 하지 말아야 뭔가 한 편의 글이 탄생되고 마는.
문제는 말하고자 하는 글줄이 중복되거나, 의도했던 것이 잘 촞점을 잃지 않도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는 애로가 있다. Focus를 잃은 글은 중구난방이거나 횡설수설로 끊나게 마련이다. 똥누고 밑닦지 않은 불쾌감을 피할 길이 없다고 해야긋지?
그럼 Focus란 도대체 뭐냐? 글이 조리있어야 함은 문론이오, 말하는 논리가 분명해야 한다. 글 도중에 곁다리로 빠지기가 쉬운데 그런 것을 피해야 하지를. 어떤 글을 읽노라면 미친년 치마자락이랄까? 이랬다 저랬다 도무지 종잡을 수없는 흐름을, 그것도 장장문을 써대는데, 이 사람이 제 정신으로 이러는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도 정도가 있지.
그 세계에도 道(도)가 있는지라, 이왕지사 폼을 잡으려면 그 길을 잘 더듬어 가야 '내로세' 하는 뭔가가 결국에 가설라무네, 그 경지에 도달한다구요. 최소의 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경영의 철칙과 같오. 기술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합네다. 만사가 다 그렇지만 갈고 다듬고 하는 정성을 들여야 만족스런 작품이 나옵니다요, 자꾸 써보는 길 밖에 없읍네다.
禪涅槃
2017-12-23 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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