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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loads/images/user/76553095aec2eabf34889df26cdb4f00.jpg coyotebush 열린마당톡 2018.12.11 신고
[11회] 대구사범 5년 엇갈린 평가
박정희의 대구사범 5년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린다.

사범학교 교육 내용도 지식보다는 인물 양성에 역점을 두었다.
체육과 예능 및 군대식 교육에 많은 시간을 배당하는 전인(全人)교육과 기숙사 제도를 시행하였다. 사실상 준(準) 사관학교였다. 구미보통학교 때 이미 군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박정희로서는 이 학교에서 자신의 소질을 검증할 수가 있게 되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유지되었던 박정희의 엄정한 무인적(武人的) 자세를 이해하려면 그가 장교 교육만 근 10년 (사범학교 5년,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에서 약 4년, 조선경비사관 학교에서 3개월)을 받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흐트러짐이 없는 그의 단아한 자세는 이런 단련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런 몸가짐이었다.

그는 이런 교육을 통해서 한국의 양반문화, 일본의 무사문화, 중국의 한자문화를 골고루 섭취하였다. 박정희란 인물은 그런 점에서 동양 3국의 문화가 함께 빚어낸 어떤 공동 작품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박정희와 같이 입학한 조선족 출신 90명 중 27명이 잘렸다. 30% 학생이 삐딱하다는 이유로 쫓겨난 것이다. 이들은 낙오자였던가? 잘린 27명은 다행히 ‘천황폐하의 교육전사’를 면하고 조선인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인간개조를 거부하고 당당히 인간으로 남았다.

박정희는 민족주의나 사회주의 따위 ‘위험한 책’은 잡아보지도 않았다. 박정희가 읽은 책이라고는 일제 교과서와 몇 권의 영웅전이 전부였다. 다른 학생들이 독서회나 연구회에서 조국과 민족을 고민할 때 박정희는 그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박정희의 사범학교 5년은 상처투성이였다. 공부는 꼴찌에다 <나홀로제국>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신세였다. 꿈도 희망도 잃어버린 처량한 아이였다.

그의 고아 의식은 정치 행태와 관련하여 최소한 다음 세 가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첫째, 그는 상관과 부하 같은 상하관계에서는 유능하고 친구나 동료들 같은 횡적 관계에는 미숙했으며, 많은 경우 과묵하고 고독을 즐겼다. 특히 그는 이용문 장군처럼 예외적으로 존경할 만한 선배에게는 거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으로 대했다. 이는 나폴레옹이나 이순신 및 일본 사회가 강조하는 몇몇 군사적 영웅에 대한 숭배와 동일시를 낳기도 했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는 히틀러를 좋아하기도 했다. 반면 그는 횡적인 인간관계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억누르려고 하는 속성이 있었다.


명문학교에 진학한 뒤에 좌절을 겪는 시골 출신의 모범생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작은 왕국에서 우러름을 받으며 살다가 더 큰 세상에 나와보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리하여 평범한 인물로 전락한 채 추억만 곱씹으며 살아가는 가련한 황자, 박정희는 상모리에서는 빛나는 왕자였으되 대구에서는 보잘 것 없는 평민에 불과했다. 바로 그것이 그를 방황과 일탈로 내몬 주된 원인이었던 것이다.

대구사범에서의 성적 불량은 박정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 본 절망이었다. 그가 자신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종종 미숙하고 초보적인 방어기제를 동원했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잦은 결석은 어쩌면 성적 불량에 대한 구실을 만들어내기 위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노력해도 최상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때 일부러 노력을 게을리하는 식으로 ‘사전방해’를 하는 것은 나르시트들의 상용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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