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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loads/images/user/76553095aec2eabf34889df26cdb4f00.jpg coyotebush 열린마당톡 2019.04.26 신고
뼛속까지 친일 박정희(2)
1979년 10월 26일 저녁, 청와대 옆의 궁정동 ‘안가(安家)’에 술자리가 펼쳐졌다. 주안상에는 대통령 박정희,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비서실장 김계원, 경호실장 차지철이 둘러앉아 있었다. 박정희는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10월 16일 부산에서 터진 ‘반유신독재’ 집회와 시위가 마산으로 번져 대규모 민중항쟁으로 발전한 것을 위수령을 발동해서 가까스로 ‘진압’했으나 그의 ‘정치적 아성’인 대구까지 그 불길이 옮겨 갈 기세였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박정희는 김재규를 호되게 꾸짖었다. ‘대규모 소요 사태(부·마 항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야당인 신민당의 정치공세에도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차지철은 ‘반항하는 자들은 모두 탱크로 눌러버려야 한다’면서 ‘캄보디아에서 3백만 명을 죽였는데 우리가 1,2백만 명 못 죽이겠느냐’고 섬뜩한 말을 했다.

저녁 7시 41분, 여대생이자 패션모델인 신재순이 가수 심수봉의 기타 반주에 맞춰 ‘사랑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순간 김재규가 몰래 숨겨 들여온 권총을 꺼내 차지철에게 한 발을 쏘았다. 차지철이 팔에 총탄을 맞고 비틀거리자 김재규는 박정희의 가슴을 향해 사격을 했다. 차지철이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김재규는 그를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이었다. 김재규는 밖으로 나가 심복인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의 권총을 들고 다시들어와서 화장실에 숨어 있다 나오는 차지철의 배에 실탄을 발사해서 즉사시켰다. 그는 신재순과 심수봉이 부축하고 있던 박정희에게 다가가서 뒤통수에 한 방을 쏘았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 이후 18년 반 동안 ‘절대군주’처럼 군림해온 독재자 박정희의 종신집권은 62세의 나이로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박정희는 낮에는 근엄하기 비할 데 없는 국가원수였다. 그러나 그는 사흘이 멀다 하고 땅거미가 진 뒤에는 술과 향락에 빠져들었다. 거기에는 미모의 여성이나 연예인이 빠지는 법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유신체제 말기 대통령 박정희의 행사는 그 빈도가 매우 잦았다. 대통령이 혼자서 하는 소행사나 측근 권력자 3~4명이 함께하는 대행사가 한 달이면 열 번 정도씩 열렸다. 그러니까 사흘에 한 번 꼴로 주연을 벌였다는 얘기다. 그때마다 외부에서 술시중 드는 여자들을 불러 왔다. 대통령의 주연 담당이던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는 일요일을 포함해 하루도 쉴 수가 없었다. (···) 술자리 여자를 최종 심사했던 사람은 경호실장 차지철이었다. 그는 요정에 소속돼 있는 여자들을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고위층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연예계 지망생이 0순위였다. 그 중엔 유수한 대학의 연예 관련 학과 재학생도 있었다.

차지철은 또 하나의 원칙으로 같은 여자를 두 번 이상 들여보내지 않았다. 단골을 만들면 보안상이나 기타 부담스러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반강제 차출도 있었다. 박정희가 국산영화를 시사하거나 TV 연예프로 등을 보다가 마음에 든 배우나 가수의 이름을 대며 ‘한 번 보고 싶다’고 하면 큰 물의가 없는 한 대개 불러왔다.”(김재홍, ‘술자리 여자 최종 심사는 대통령 경호실장/ 0순위는 연예계 지망생···일류배우까지도’, 오마이뉴스, 2011년 10월 14일자)

‘채홍사’가 구해 온 여자들은 궁정동 ‘안가’에서 주로 벌어지는 술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청와대 경호실의 규칙에 따라 ‘보안서약’을 한 뒤 접대법을 교육받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대화 내용에 관심을 두지 말 것이며, 대통령이 먼저 말을 걸기 전에 애교나 응석을 부려서는 안된다는 등.

박정희가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관해서 1970년대 초부터 언론계와 시중에는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박정희의 ‘엽색행각’을 알게 된 아내 육영수가 화를 내거나 항의를 하다가 남편에게 손찌검을 당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당시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육박전(육씨와 박씨의 다툼)’이라고 불렀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육영수가 재일동포 문세광이 쏜 총탄(여기 관해서는 경호원의 방호 사격에 육영수가 희생당했다는 설도 있음)을 맞고 목숨을 잃은 뒤 박정희는 갈수록 ‘밤의 향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김재규와 함께 재판을 받은 박선호가 변호인들에게 실토하거나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980년 1월 24일에 열린 공판에서 박선호는 이렇게 최후진술을 했다.

“어제 여기서 검찰관께서 그 집은 사람 죽이는 곳이냐 하는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했습니다만 그런 건물은 모두 대여섯 개가 있는데 각하만 전용으로 사용하시는···

그래서 이것을 제가 발표하면 서울시민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여기에는 수십 명의 일류 연예인이 다 관련되어 있습니다. 명단을 밝히면 시끄럽고 그와 같은 진행과정을 알게 되면 세상이 깜짝 놀랄 일들이 많습니다. 평균 한 달에 각하가 열 번씩 나오는데 이것을···

제가 연중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근무했고 상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립니다.”

박정희를 살해한 김재규는 그것을 ‘혁명’이라고 주장하면서 1심 최후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의 10월 26일 혁명의 목적을 말씀드리면 다섯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요, 두 번째는 이 나라 국민들의 더 많은 희생을 막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를 적화로부터 방지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건국 이래 가장 나쁜 상태이므로 이 관계를 완전히 회복해서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국방을 위시해서 외교 경제까지 더욱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 국익을 도모하자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국제적으로 우리가 독재국가로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이것을 씻고 이 나라 국민과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박정희가 18년이나 전체주의적 철권통치를 하던 기간에 대다수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은 도덕과 윤리, 군사적 규율을 강요당했다. 청년들이 머리를 길게 기르면 큰길에서 경찰이 가위로 자르고, 여성의 미니스커트가 무릎 위 얼마까지 올라가는지를 줄자로 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병영화한 학원에서 교련을 받는 사회에서 박정희 혼자만은 무법지대에 살고 있었다. 그가 헌정쿠데타를 저질러도 제지하는 세력이 없었으며, 그가 벌이는 질탕한 ‘섹스 파티’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박정희가 심리적으로 어떤 상태에서 그런 생활을 했는지에 관해서 정신병리적 분석을 한 보고서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민주화운동세력의 끈질긴 저항과 민중의 항쟁에 부닥칠 때마다 악몽에 시달렸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정신을 달래기 위해 그는 ‘엽색행각’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파멸과 죽음은 그런 정신 상태의 정점에서 그에게 닥쳐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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