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서방의 횡설수설(나뭇가지 치기(t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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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Oregon에 살던 때의 일로 벌써 몇 해가 쑥 지난 옛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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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여도 막상 내가 그 일을 해보면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쉽게 되지 않는 경우가 우리의 일상에서 다반사로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의 삶엔 프로가 있고
아마추어가 있어 서로 어울리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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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 뒤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는 어떻게 잘 자라는지 매년 아마도 1m 이상 커지 않는가싶다.
이렇게 자란 이 나무 꼭대기 가지들은 나의 집 지붕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바람이 심한 날이면 이 가지 저 가지가 지붕을 치면서 바람의 세기를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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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년 중 반은 비가 주룩주룩 온다. 여기다 바람까지 합세를 하는 날엔 2층 방
com 앞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감짝감짝 놀라게 가지들이 창문을 들이치며 나를 찾는다.
해서 여러 가지로 좋지 않아 집 창문에 닿는 부분의 가지를 치기로 하고
톱을 하나사서 허리춤에 매 달고 기술껏 올라가서 가지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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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나무에 올라가고 보니 잎사귀들이 울창해서 밑에서
그리고 2층 방에서 보았던 그 나뭇가지들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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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올라가는 것도 힘이 들지만 톱질을 하려면 한 가지에
몇 분 정도는 같은 자세로 나무에 붙어 서 있어야 하는데
발에 힘을 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큰 가지의 사이에 발을 넣어 지탱하려니
처음에는 느끼지 못 하나 조금만 지나면 체중 때문에
발이 점점 나뭇가지 사이로 밀치고 내려가니 발이 끼여서 아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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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에서 밑에서 자르기로 마음먹었던 나뭇가지를 찾아 자르고
또 다른 나뭇가지를 찾고 자르고 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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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나무 밑에 있던 집 사람에게 어느 가지가 맞는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힘들여 작업을 마치고 기분 좋게 내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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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려?
잘라진 나뭇가지는 본래 생각했던 것과 같이 잘린 것도 있지만
생각지 않았던 것들도 잘려 나가 보기가 그게 아니었다.
어찌 “소 풀 뜯어 먹는다.”는 말이 딱 어울리게
나뭇가지가 잘려나가 나무 전체를 보니 그 모양이 영 좋지 않게 되고 말았다.
많이 자르고 나니 시원해 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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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설혹 보기가 싫은 경우도
시간이 지나 새로운 가지가 생기고 나뭇잎들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몇 년 후면 언제 어디를 잘랐는지 모를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때 새로 생긴 가지로 더 멋있는 나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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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우리들의 인생사가 아닌가 싶다.
본인은 최선을 다 했었건만, 그 순간엔 그리 보였고 그렇게 하는 게 마땅했었는지 모르지만
지나고 보거나 옆에서 보면 그게 아닐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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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이 사람은
정치를 <--> 나뭇가지 치기 --와 같은 것이라 비유를 하는 어느 학자의 의견에 동감 한다.
정치 그것, 그리 호락호락 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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