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열국지
‘이산 열국지’ 펴낸 최이산씨


"중국을 알려면 열국지를 보시라"

한학자 최이산(68)씨가 인터뷰 도중에 꺼낸 원서에는 수백, 수천번씩 들춰보고 찾아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책 중간중간에는 형광색 선명한 책갈피들이 수없이 끼워져 있어 책 두께가 늘어나 보일 정도였다. 대만 삼민서국에서 나온 <동주 열국지>였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이 두툼한 책 한 권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온 힘을 다 바쳤다.

지난 40년 동안 한학을 공부하고 중국 고전을 읽은 ‘내공’을 일생 최초의 번역인 이번 <열국지> 번역작업에 모두 쏟아부었다. 최근 나온 <이산 열국지>(전 12권·신서원 펴냄·각권 1만원)은 그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 얻은 자식과도 같은 책이다.

<열국지>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 550년 동안 수많은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담은 역사책이다. <삼국지>가 후한 말기의 수십년 동안의 역사를 배경으로하는 ‘소설’인데 비해 <열국지>는 그 배경 시기가 훨씬 길고 등장인물이 훨씬 더 많은 ’소설같은 역사’ 이야기다. 물론 이 오랜 고전의 우리말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열국지> 책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한문을 제대로 배웠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나 오류가 수두룩한 겁니다. 다른 책도 아니고 동양문화권 최고 고전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번역하는 출판 현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늘 염두에 뒀던 열국지 번역을 비로소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남의 작업에 대해 비판하기가 우리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기 위해서라도 먼저 나왔던 열국지들의 오역과 오류에 대해 과감히 지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만큼 자신의 번역에 대해서도 활발한 지적이 이어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감히 ‘이산’ 열국지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 데에는 그만큼 번역에 공을 들였다는 자부심과 해석의 충실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기도 하다.

그의 <이산 열국지>는 일단 옮긴이의 친절한 배려면에서도 돋보인다. 요즘 세대들이 조금이라도 어려워할만한 한자 어휘나 개념에 대해 일일이 해례를 달았다. 가령 ‘공화’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 개념이 중국에서 언제 처음 쓰였으며, 당시 의미는 어떠했는지까지 알려주는 식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중국 문화사의 주요 개념과 고사성어들이 대부분 만들어진 시기여서 특히나 이런 보충설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열국지>는 재미에서도 그리고 책을 읽어야할 필요성에서 모두 삼국지 이상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수많은 국가들과 인물 군상들의 이야기 속에는 바로 요즘의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은 물론 개인의 처세와 경쟁에까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인과 중국문화를 이해하는데 <열국지>만한 지름길은 없습니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2003.11.21(금)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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