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립외교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다. 일본에 아베정권이 들어선 이후 급속도로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의 변화에 대해 해외에서 보는 시각을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글을 쓰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모으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던 중 우연히 일본정부 컴퓨터에 접속이 되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자료들을 훑어보던 중 내각총리대신 산하 내각관방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테스크포스팀의 싸이트에 접속이 되었는데, 거기서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보고서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이 테스크포스팀은 ‘후지산 프로젝트’라는 특별프로젝트를 극비리에 기획하는 정책기획팀으로 보고서의 제목은 “평화헌법폐지를 위한 21세기 일본국 대외이미지 개선 전략방안”으로 되어 있었다.

이 테스크포스팀에는 내각부에서 차출된 인원이 주축이 되어, 외무성, 경제산업성등 관련 정부부처는 물론, 일본 5대 종합상사, 광고마케팅 전문회사 덴츠등 세계적인 정보망을 가진 민간기업의 해외전략전문가들도 참여한 걸로 되어 있었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 6개월에 걸쳐 실시한 세계각국에서의 일본에 대한 국가 이미지분석과 함께 일본의 외교정책, 해외문화원활동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의 향후 대외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시작으로 구미(歐美)근대국가를 모델로 하여 서구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임으로써,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근대화된 국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일찌기 아시아국가로서는 유일하게 구미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올랐으나, 조선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여러나라에 대한 침략전쟁으로 인하여 한국과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아직도 반일감정이 상당히 강한 수준에 있다. 이러한 주변국에서의 반일감정은 일본이 ‘평화헌법’을 폐지하고 필요시 선전포고와 해외파병등을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완전한 자주독립국가’로 복귀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평화헌법 폐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지는 물론, 한국의 양해가 결정적인데, 한국에서의 반일감정은 최근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전략적 수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6개월에 걸쳐 세계 각국에서 실시한 일본에 대한 이미지조사에서 나타난 사실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구미각국에서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시아 각국,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의 반일감정이 최근 들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특기할 사실은 이들 나라에서도 국가로서의 일본의 행태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개인으로서의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시절에 있었던 부정적인 사실(史實)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의 자세를 보이는 획기적인 이미지 개선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현재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속도를 감안할 때 이런 조치가 조속한 기간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영영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방안을 실시키로 한다.

첫째, 종전 이후 끊임없이 반일감정의 불씨가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2014년 8월 종전기념일에 맞춰서 천황이 직접 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다.

둘째, 전쟁중 강제 동원된 정신대와 위안부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위해 현재의 ‘아시아 구호기금’을 전면 확대 개편하여 대대적이고 실절적인 보상과 지원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향후 정부예산의 일정부분을 할당할 것을 규정하는 법제정을 추진한다.

셋째, 중국 난징과 하얼빈에 난징학살사건과 731부대의 생체실험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과 기념관을 각각 설립하고, 도꾜에는 관동대지진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을 설치한다.

넷째, 향후 일본 내각총리대신을 비롯한 정부각료들은 야스꾸니신사참배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여 더 이상 이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다섯째, 현재 영토문제로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다케시마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을 것을 천명함으로써, 한국으로부터 ‘평화헌법 폐지’지지를 얻어낸다.

여기까지 읽어내려가던 나는 가슴이 뛰고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사람들의 깊은 마음속에는 일본인들이 개인적으로는 예의바르고, 거짓말할 줄 모르고, 부지런하고…하는 좋은 이미지들이 남아 있고, 자동차든 전자제품이든 뭐든지 얄밉도록 똑부러지게 만들어내는 일본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는데다 만약 이런 정도의 획기적인 조치가 이뤄진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반일감정은 순식간에 봄날에 눈이 녹듯이 할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또다시 순식간에 아시아 각국을 경제적으로 사실상 지배하게 되고, 세계일류국가로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겠는가?

나는 급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번을 울려도 받지를 않는다. 다시 외교부 본부대사로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찾아 손을 뻗쳤다. 그 때 알람소리가 요란스레 울렸고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나는 그렇게 땀에 흠뻑 젖은 채 악몽에서 깨어났다. http://blog.naver.com/damianr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