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많은 꽃은 피고 지었다.

그들은 붉은 피로 물들여

자기의 꽃을 힘겹게 피웠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의 압박에서도

그토록 처절히 저항케 하였는가.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에

그들의 꽃잎을 흐트려 수놓고 싶었는가.

무엇이 그들의 마음에 불의에 저항하는 올곧음을 심었는가.

풀도 나무도 동물도 자랄 수 없는

그 좁은 방 한구석에서 그들은 무엇을 키웠는가.

쓸쓸히 삶을 저버린 그대들이여

그 치열히 살아간 생이 너무도 영롱하지 않았던가.

누가 그대들의 존귀한 삶의 희생을 뒤돌아 보기나 한다고

그리 힘들게 피우지도 못한 꽃을 지운단 말인가.

그래도 명명히 남겨둔 당신에 이름이 이 세상에 있소.

그대들은 사람의 이름 석자는 남겨 놓았소.

그리고 당신을 말없이 따라간 수없는 무명도

형형히 역사에 살아있소.

당신들의 피에 무임승차하는 내가 초라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