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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사진 sanghai 열린마당톡 2014.06.06 신고
중국의 朝貢論(조공론), 일본의 嫌韓論(혐한론)
중국의 朝貢論(조공론), 일본의 嫌韓論(혐한론)

배성규 정치부 차장

얼마 전 한·중 정부 관계자들의 정기 교류 모임에서 중국 당국자는 우리 정부 인사에게 "조공(朝貢) 외교로 돌아가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떠보는 말을 했다고 한다. 조공 외교는 과거 중국 주변국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에 사절을 보내고 공물을 바치는 대신 중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 무역 거래를 하던 동아시아의 전근대적 국제관계를 일컫는다.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데 한국이 참여해 달라는 뜻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조공 시대처럼 양국이 긴밀한 관계가 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겠느냐는 뉘앙스였다"며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었지만 한국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식과 내심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 같아 불쾌했다"고 했다.

작년 일부 중국 학자가 주장하기 시작한 '조공 외교 부활론'을 중국 당국자가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공식 발언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당국자가 입에 담기엔 대단히 부적절한 말이었다. 중국이 전통적인 한·미·일 공조 체제를 깨기 위해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주변국과의 외교 전략에서 중화(中華)적 패권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의 조공론에 대해 우리가 단순히 화를 내거나 웃고 넘기기 힘든 방향으로 동북아 정세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對)중국 수출은 우리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깊어졌고, 북핵 문제 등 대북·안보 전략에서도 중국의 입김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매년 군사비를 6% 이상 늘리는 등 동아시아에서 노골적으로 군비를 확장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나 친중(親中) 정권이 들어설 경우 통일은 더 힘들어지고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고립된 변방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중국의 조공 외교 공세가 정말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혐한론(嫌韓論)' 또한 우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와 군사 대국화 움직임 이후 일본 우익 단체의 '혐한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고, 일반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급속히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일본과의 균형 외교를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우리로선 동북아 균형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혐한론'이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 인사들이 '한국은 결국 미·일을 버리고 중국에 붙을 것'이라는 말을 미국 정·관계에 공공연하게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미 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일부 미 정가 인사들이 한국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혐한론이 한·미·일 공조는 물론 한·미 동맹까지 균열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중국의 '조공론'과 일본의 '혐한론'에 끼어 안보 고립(孤立) 상황으로 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장기적인 균형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 100여 년 전 한반도 상황은 더 이상 잊어도 될 과거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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