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장면과 치마길이까지 검열? … 지금이 유신시대인가
키스장면과 치마길이까지 검열? … 지금이 유신시대인가
[김주언 칼럼] ‘박정희 정권’ 시대로 회귀하는 박근혜 정부 1년
입력 : 2014-03-01 08:28:27 노출 : 2014.03.02 11:24:08
김주언 언론인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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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동안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퇴행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가기관 불법대선개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안몰이에 몰두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사라져버렸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일까. 집회 및 표현의 자유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법원에서는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고 통기타 휴대를 금지시켰던 유신의 전철을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아버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데자뷰되는 것 같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최근 영화 두 편의 포스터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영화 <폼페이>의 포스터는 원래 폭발하는 베수비오 화산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격렬하게 폭발하는 화산이 성적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상상력 풍부한 ‘검열단’의 판단이었다. 배급사는 ‘검열’ 때문에 서로 마주보는 장면으로 바꿔야 했다. 영등위는 영화 <관능의 법칙> 포스터에 등장하는 중년여성들의 치마가 너무 짧다는 이유를 들었다. 제작진은 CG로 치마길이를 늘려 검열을 통과했다. 영등위는 키스와 짧은 치마를 ‘퇴폐 포스터’로 검열하고 있지만 언제 정치검열로 확대될지 모른다.
키스 장면과 중년 여성들의 치마 길이까지 단속하는 영등위의 과잉 검열은 마치 유신시대의 영화 검열을 떠오르게 한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그림에 나타난 키스장면과 치마길이까지 시비를 걸 만큼 유신독재시절의 의식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는 셈이다. 박정희는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퇴폐·문란 풍조를 일소한다는 명분 아래 검열의 칼날을 휘둘렀다. 검열을 강화하면서 시나리오 심의반려 비율은 1970년 3.7%에서 1975년에는 80%로 급증했다.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은 검열 때문에 망신창이가 되었다. 주제가 ‘고래사냥’은 금지곡이 되었고 원작자인 최인호씨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반면 법원은 예술작품의 표현의 자유에 관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던 영화에 대해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 법원은 최근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등위는 이 영화에 대해 실제 인물이 부착된 마네킹 목이 칼에 잘리고 피가 솟구쳐 선혈이 낭자한 장면 등을 근거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제한상영가 극장이 없는 상황에서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여졌다.
영화 자가당착 포스터
재판부는 “현실정치와 사회모순을 비판할 뿐”이며 마케팅과 종이칼 등을 활용해 폭력적이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인형의 신체이고 현실감이 떨어져 성적 상상이나 호기심을 부추기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영화의 정치적 미학적 입장에 관해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시는 예술작품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 출판의 자유에는 ‘타인의 명예’ 등을 침해해선 안 되지만 영화의 자유 본질적 부분이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 영등위의 ‘검열인식’과 배치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민총파업에서 경찰의 불법 과잉대응도 집회의 자유를 훼손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경찰은 ‘닭장차’로 불리는 버스로 서울광장 주변을 둘러싸 버렸다. 이른바 ‘차벽’을 쳐서 집회참가자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차단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행진을 시작하자 인도마저 병력으로 벽을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최루액을 뿌리고 물대포까지 전진 배치했다. ‘명박산성’에 버금가는 ‘근혜방벽’이다. 이러한 과잉대응은 모두 불법행위이다. 그러나 경찰은 법원판결은 도외시한 채 오히려 시위대에게 ‘불법집회’라며 경고방송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차벽’과 ‘인도방벽’은 모두 불법이다. 2011년 6월30일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싸 시민의 통행을 막은 것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차벽으로 집회현장을 봉쇄하는 행위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국민파업 하루 전 민주노총이 제기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민주노총은 인도를 통해 서울광장-을지로입구-안국역-광화문 열린마당 등 총 1.8km 구간을 행진하겠다는 집회신고를 냈다가 경찰이 불허하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러한 기본권 침해상황은 민변이 박근혜 정권 출범 1년을 맞아 내놓은 성명에도 잘 나타나 있다. 민변은 “지난 한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암울함을 느낀다”며 “인권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절망적”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 지수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 57위로 지난해에 비해 7단계, 2012년에 비해 13단계나 떨어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계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사무총장 명의의 공개서한을 보내 표현의 자유 침해 등에 대한 한국정부의 개선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 인권 및 언론단체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그만큼 인권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위축되어가는 상황도 우리 피부에 와 닿는다. 자칫 ‘자기 검열’이 일상화해 국민 스스로 입과 귀를 막아버리는 상황이 오지나 않을까 두렵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법치만 내세울 뿐이다.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경찰이나 영등위 검찰 등 이른바 ‘공권력’은 오히려 권력의 앞에 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유신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옳다.
영화 포스터의 키스 장면과 치마길이를 난도질 하는 데 더 나아가서, 경찰이 이발기계와 줄자를 가지고 다니며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혼자 생각해보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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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박정희 정권’ 시대로 회귀하는 박근혜 정부 1년
입력 : 2014-03-01 08:28:27 노출 : 2014.03.02 11: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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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동안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퇴행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가기관 불법대선개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안몰이에 몰두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사라져버렸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일까. 집회 및 표현의 자유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법원에서는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고 통기타 휴대를 금지시켰던 유신의 전철을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아버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데자뷰되는 것 같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최근 영화 두 편의 포스터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영화 <폼페이>의 포스터는 원래 폭발하는 베수비오 화산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격렬하게 폭발하는 화산이 성적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상상력 풍부한 ‘검열단’의 판단이었다. 배급사는 ‘검열’ 때문에 서로 마주보는 장면으로 바꿔야 했다. 영등위는 영화 <관능의 법칙> 포스터에 등장하는 중년여성들의 치마가 너무 짧다는 이유를 들었다. 제작진은 CG로 치마길이를 늘려 검열을 통과했다. 영등위는 키스와 짧은 치마를 ‘퇴폐 포스터’로 검열하고 있지만 언제 정치검열로 확대될지 모른다.
키스 장면과 중년 여성들의 치마 길이까지 단속하는 영등위의 과잉 검열은 마치 유신시대의 영화 검열을 떠오르게 한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그림에 나타난 키스장면과 치마길이까지 시비를 걸 만큼 유신독재시절의 의식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는 셈이다. 박정희는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퇴폐·문란 풍조를 일소한다는 명분 아래 검열의 칼날을 휘둘렀다. 검열을 강화하면서 시나리오 심의반려 비율은 1970년 3.7%에서 1975년에는 80%로 급증했다.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은 검열 때문에 망신창이가 되었다. 주제가 ‘고래사냥’은 금지곡이 되었고 원작자인 최인호씨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반면 법원은 예술작품의 표현의 자유에 관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던 영화에 대해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 법원은 최근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등위는 이 영화에 대해 실제 인물이 부착된 마네킹 목이 칼에 잘리고 피가 솟구쳐 선혈이 낭자한 장면 등을 근거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제한상영가 극장이 없는 상황에서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여졌다.
영화 자가당착 포스터
재판부는 “현실정치와 사회모순을 비판할 뿐”이며 마케팅과 종이칼 등을 활용해 폭력적이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인형의 신체이고 현실감이 떨어져 성적 상상이나 호기심을 부추기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영화의 정치적 미학적 입장에 관해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시는 예술작품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 출판의 자유에는 ‘타인의 명예’ 등을 침해해선 안 되지만 영화의 자유 본질적 부분이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 영등위의 ‘검열인식’과 배치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민총파업에서 경찰의 불법 과잉대응도 집회의 자유를 훼손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경찰은 ‘닭장차’로 불리는 버스로 서울광장 주변을 둘러싸 버렸다. 이른바 ‘차벽’을 쳐서 집회참가자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차단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행진을 시작하자 인도마저 병력으로 벽을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최루액을 뿌리고 물대포까지 전진 배치했다. ‘명박산성’에 버금가는 ‘근혜방벽’이다. 이러한 과잉대응은 모두 불법행위이다. 그러나 경찰은 법원판결은 도외시한 채 오히려 시위대에게 ‘불법집회’라며 경고방송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차벽’과 ‘인도방벽’은 모두 불법이다. 2011년 6월30일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싸 시민의 통행을 막은 것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차벽으로 집회현장을 봉쇄하는 행위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국민파업 하루 전 민주노총이 제기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민주노총은 인도를 통해 서울광장-을지로입구-안국역-광화문 열린마당 등 총 1.8km 구간을 행진하겠다는 집회신고를 냈다가 경찰이 불허하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러한 기본권 침해상황은 민변이 박근혜 정권 출범 1년을 맞아 내놓은 성명에도 잘 나타나 있다. 민변은 “지난 한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암울함을 느낀다”며 “인권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절망적”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 지수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 57위로 지난해에 비해 7단계, 2012년에 비해 13단계나 떨어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계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사무총장 명의의 공개서한을 보내 표현의 자유 침해 등에 대한 한국정부의 개선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 인권 및 언론단체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그만큼 인권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위축되어가는 상황도 우리 피부에 와 닿는다. 자칫 ‘자기 검열’이 일상화해 국민 스스로 입과 귀를 막아버리는 상황이 오지나 않을까 두렵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법치만 내세울 뿐이다.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경찰이나 영등위 검찰 등 이른바 ‘공권력’은 오히려 권력의 앞에 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유신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옳다.
영화 포스터의 키스 장면과 치마길이를 난도질 하는 데 더 나아가서, 경찰이 이발기계와 줄자를 가지고 다니며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혼자 생각해보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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