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온글-
Toward the New Y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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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주 오블리주와 엘리트


며칠전에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윈저공의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신문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기사들은 영국왕실의 "노블레주 오블리주" 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했다. 우리나라 엘리트 계층은 특권은 있으되 봉사헌신 정신은 없다는 것이 영국왕실과 다른 점이라는 것이다.

그 기사와 관련하여 네티즌들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아들 군면제나 이명박 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해외유착에 대해서도 비판을 한다. 우리나라 엘리트 계층이 "노블레주 오블리주"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 이 두 양반들은 아들을 해병대로 보내고 국내에서 교육시켜야 된다는 요지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와 영국과의 다른 점은 엘리트 계층은 있으되, 그 엘리트 계층이 영속성에 있는 것 같다. 영국의 왕실이나 귀족은 국가 사회 엘리트 특권 계층으로서 영속성을 가진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평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가 사회 엘리트 특권 계층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많은 사회단체들이 엘리트 계층과 관련된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폐지운동이나 경찰대 폐지운동 같은 것이 그런 평등의식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평등의식이나 국가 사회 엘리트 계층에 대한 강한 거부감때문에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사회계층간의 이동이 급격하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대법관이어도 그 자식들이 그 아버지와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다는 보장이 없고, 비록 내 아버지나 어머니가 시장에서 배추장사 떢뽁이 장사를 하더라도 그 자식들은 언제라도 장차관 대법관이 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인 것이다.

60-70년대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사회계층간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다시말하면, 영국 왕실이나 귀족들은 국가 사회 엘리트로서의 자부심을 대대로 가지고 주인의식을 가진다. 그래서 현 대통령의 말씀대로 군대에서 몇년간 썩어도 대수가 아니다. 군대를 다녀와도 그들의 국가 사회적 신분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계층간 이동이 왕성한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대법관이라고 해서 내 아들이 최소한 법관이 되라는 보장이 없는 마당에 내가 사회 엘리트 계층이라는 이유로 내 아들을 군대에서 썩게 종용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군대에 다녀오는냐 안 다녀오느냐에 따라 자식들이 국가 사회 엘리트 계층으로의 접근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를 국민의 의무로 접근하는 것과 "노블레주 오블리주" 로 접근하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사실 "노블레주 오블리주" 전통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국가 사회 엘리트 계층의 영속성이라는 과실에 대한 의무이며, 이러한 의무가 과연 국가 사회 엘리트 계층의 영속성이 없는 우리나라 엘리트에게 강요할 수 있는지 강요한다고 그들이 그렇게 할 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