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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9.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보이지 않는 흐름을 따라가는 것, 그것이 삶이고 춤이다.

2026.04.06

보이지 않는 흐름을 따라가는 그것이 삶이고 춤이다자의 도덕경을 읽고..


독서 모임 덕분에 지난해 장자를 읽었고, 이번에는 노자의 도덕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동양 철학 앞에 서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알고 있던 동양 고전의 세계는 그리 깊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 속에서 스쳐 지나간 몇 줄의 기억이 전부였다. 하지만 또렷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다. 아침마다 펼쳐 들던 스포츠신문, 그 한 귀퉁이에 연재되던 고우영의 삼국지 만화였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신문을 먼저 찾던 그 시절, 나는 철학보다 이야기를 먼저 만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도덕경을 다시 펼쳐 드는 일은 낯설고도 조심스러웠다. 올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교보문고에 들러 다시 도덕경을 집어 들었지만, 처음 읽은 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에 조금 더 쉬운 길을 찾게 되었고, 청소년을 위한 동양 철학사를 함께 읽으며 얇았던 지식을 조금씩 넓혀가고자 했다. 그렇게 다시 읽기 시작한 도덕경은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으로 알려져 있다. 단 5,000자, 81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이지만 2,600년의 시간을 건너 수많은 해석으로 이어져 왔고, 그 이유가 바로 그 안에 담긴 깊은 함축과 메타포 때문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짧은 책이 동양을 넘어 서양 사상가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마르틴 하이데거와 칼 융, 그리고 특히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유가 떠올랐다. 도덕경 속 노자는 설명하지 않는다. 설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단정적으로 말한다. “성인은 이렇다.” “이렇게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결론을 던진다. 그 어조가 낯설지 않았다. 곧바로 니체가 떠올랐다. “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가.” “이 사람을 보라.” 선언하듯 자신을 드러내던 그 문장들 속에서, 그의 사유 역시 이미 노자의 문장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도덕경 제64장에서 나왔다는 사실 역시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익숙한 문장 하나에도 깊은 뿌리가 있었다. 한 달 동안 이 책과 씨름하며 느낀 것은 분명했다. 도덕경은 쉽게 이해되는 책이 아니다. 읽을수록 내가 이해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거대한 빙산의 일각을 스쳐 지나간 듯한 느낌이다. 도덕경 제14장에서 말하듯,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 가장 본질적인 것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 남은 사유는 ‘물’이었다. 도덕경 제8장의 상선약수. 물은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것을 이롭게 한다. 문득 무용이 떠올랐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동작이 아니라 물처럼 이어지는 흐름, 애쓰지 않을 때 더 자연스러워지고 힘을 빼야 비로소 살아나는 움직임. 우리가 무대 위에서 평생을 걸쳐 추구해 온 것도 바로 그 모습이었다. 어쩌면 춤이란 보이는 동작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흐름을 몸으로 따라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동양 철학에 이제 막 입문하게 되었고, 이 사유들이 내 삶을 조금씩 바꾸어 갈 것이라는 것을. 다양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세계를 하나씩 열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결국 삶도, 춤도, 보이지 않는 흐름을 따라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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