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창한 3월의 마지막 주말, 알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Alvin Ailey American Dance Theater) 공연 소식을 듣고 나는 진발레스쿨 발사모(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소풍을 떠나듯 일찍 도착한 우리는 분수대 앞에서 반장인 란희씨가 준비한 저녁을 함께 나누고, 공연에 앞서 프리뷰 시간을 통해 현대무용을 이해하며 그 예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다듬었다. 그 순간 우리는 이미 그들의 시간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알빈 에일리 현대무용단은 단순한 공연 단체를 넘어 하나의 역사이자 정신이다. 1958년, 안무가 알빈 에일리(Alvin Ailey)는 자신의 이름을 건 무용단을 창단하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삶, 특히 흑인 노예의 고통과 해방의 기억을 춤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춤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인간이 견뎌온 시간과 기억을 몸에 새기는 일이었다. 지금도 그 정신은 무대 위에 흐르고 있다.
현장의 관객 분위기는 오페라나 발레 공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관객은 흑인이 중심이 되었고, 표현은 훨씬 더 직접적이었다. 무용수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관객의 즉각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고, 인터미션(intermission)마저도 대화와 웃음으로 가득해 조용한 쉼이 아닌 살아 있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 공간에는 다른 결의 자유로움과 생동감이 숨 쉬고 있었다.
이번 공연의 작품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도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다. ‘차이 사이(Difference Between)’, ‘포옹(Embrace)’, ‘성스러운 블루스(The Holy Blues)’. 결국 우리는 묻게 된다. 인간은 어떻게 고통을 견디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마지막 작품 ‘계시(Revelations)’는 이 무용단의 대표작이다. 가스펠 음악 “아브라함의 품 안에서 내 영혼이 흔들린다(Rocka My Soul in the Bosom of Abraham)”가 흐르는 가운데, 성서에서 말하는 ‘아브라함의 품’처럼 모든 고통이 잠잠해지는 안식의 감각이 스며든다. 그 장면에서 흰 우산은 아픔을 지나 다시 일어서는 희망을, 의자는 긴 시간 버텨온 삶의 무게를 상징하며 무대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 어둠을 지나 빛으로 나아가는 장면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의지가 조용히 전해진다.
공연을 보며 내내 나는 이렇게 느꼈다. 나 역시 무용을 하기 때문에 안다. 저 한 동작은 수없이 반복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결코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의 결과로 더 깊이 와 닿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나는 묻는다. 이 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질문을 통해 무엇을 보게 되는가?
각자는 다른 방식으로 이 공연을 만난다. 어떤 이는 지루해 하고, 어떤 이는 졸고, 또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미소를 짓는다. 현대무용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나는 해마다 이 공연을 보지만, 느낌은 늘 다르다. 같은 무대이지만, 그때의 나는 늘 다르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났을 때, 나는 더 이상 단순한 관객이 아니었다.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념품도 샀다. 그 순간 내 안에 남은 울림을 조용히 느꼈다.
예술은 우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누구인지 비춰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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