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隨筆] White Chrysanthemum (하얀 국화)

2021.06.10

[내 마음의 隨筆]


White Chrysanthemum (하얀 국화)


“어, 이게 무슨 책이지?” 


2018년으로 기억된다.  내 앞으로 한권의 영문소설이 배달되었다.  책을 주문한 적이 없던 나는 호기심에 봉투를 뜯어 보았다.  편지를 읽어보니 뉴욕의 G. P. Putnam’s Sons라는 출판사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제목은 ‘White Chrysanthemum.’  저자는 Mary Lynn Bracht인데 이름으로 보아서 전혀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알고 나에게 이런 책을 보냈을까 하고 궁금하였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당신이 특별히 선정된 이유는 우선적으로 새로이 출판된 책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소설을 출판하기 전에 몇몇 사람들을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선택하고 책을 미리 특별히 보내온 것이었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책표지의 제주도 해녀(海女) 그림에 나는 호기심이 일었고, 그로 인하여 한국과 관련된 책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인데 영국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공부하고 런던에 사는 미국작가로, White Chrysanthemum은 그녀의 첫번째 소설이라는 소개가 되어 있었다.                 


이 소설은 1943년 여름의 제주도와 2011년 12월의 서울을 주 배경으로 시작하여 이야기가 전개되고, 두 자매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게되는 이별의 고통과 (恨), 그리고 평화와 자유, 희망에 대한 갈구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의 해녀 집안에서 자라난 두 자매 Hana (하나) Emi (애미)는 가족과 평화스러운 나날들을 보내다 1943년의 어느 여름날에 그들이 물질을 하던 바닷가에 갑자기 일본군이 들어닥치자 하나가 동생 애미를 먼저 숨어있게 하고 그녀가 강제로 홀로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다.  하나는 제주항과 부산항을 거쳐 기차로 만주에 도착하여 그 곳에 주둔한 일본군의 병영에서 짐승보다 못한 위안부 생활을 집단숙소에서 하게 된다.  


하나는 나중에 일본군 병영에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나 그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잔인하고 사악한 일본군 장교 모리모토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잡히게 된다.  Morimoto (모리모토)는 몽골의 어느 유목민 가족에게 하나를 맡기고 얼마후 다시 하나를 찾기 위해 돌아 오는데, 하나는 잠들어 있던 모리모토를 몰래 죽일 시도를 하다가 그에게 발각되어 또다시 죽을 지경이 되나 그 유목민 가족의 아들인 Altan (알탄)의 도움으로 다시 탈출하다가 모리모토에 또다시 붙잡히게 된다.


몽골평원을 가로질러 가던 하나와 모리모토는 소련군들에게 붙잡혀 결국 모리모토는 할복자살을 강요받게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하나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몽골 유목민 알탄 가족의 도움으로 풀려나고 천신만고 끝에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한편, 제주도에서 살아 남았던 애미는 일제시대, 해방, 제주 4/3 사건, 6/25를 거치면서 연속적인 사상과 이념의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모를 비극적인 상황속에서 모두 잃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하여 지옥같은 전쟁터에 어린 나이에 끌려간 언니 하나에 대해 평생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슬픔 속에서 지내게 된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평생 차갑게 대해주던 남편도 결국은 화해하며 그녀 곁을 먼저 떠나게 되고, 자식들에게도 자신만이 오롯이 간직한 평생의 비밀을 이야기 하지 않고 지낸다.


결국 애미는 2011년에 제주도를 떠나 자식들이 살고 있는 서울로 마침내 갈 결심을 하게되고, 잃어버린 언니 하나를 찾고자 하는 마음에 종군위안부들의 희생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계속 참석한다.  평화의 소녀상을 보며 애미는 늘 자신을 위해 희생한 사랑하는 언니 ‘하나’를 마음속에 떠올렸던 것이다.              


수없이 주저하다가 병상에서 결국에 애미는 자식들에게 자신이 평생 가슴 속 깊이 간직해왔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찢어진 가족에 대한 가슴아픈 사연을 담담히 그들의 이모가 되는 하나의 자신에 대한 고귀한 희생에 대해 마침내 이야기하고 눈을 감게 된다.  


나중에 어느날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군에게 붙잡혔던 한 여인의 딸이 편지 속에 한장의 사진을 넣어 경기도에 있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숙소인 ‘나눔의 집’에 보내온다.  그 사진에는 ‘해녀 소녀 1943’ (‘Haenyeo Girl, 1943’)이라고 씌여 있었다. 


꿈 많은 두 소녀와 그 가족의 운명을 한순간에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전쟁과 연속적인 혼란.  아직도 시원스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침략 및 전쟁으로 인한 희생과 진상에 대한 규명.  민족의 비극인 6/25와 여러 비극적인 사건들.  이러한 무거운 주제의 사건들을 통하여 이 작품은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형제간의 우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우리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     


2021년 6월 10일


솔티


작가 메리 린 브라흐트에 대해 *

메리 린 브라흐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하였습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에서 인류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으며런던대학교 버크벡 캠퍼스에서 창의적 글쓰기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데뷔 소설인 White Chrysanthemum (흰 국화)는  2018년 1월 채토앤윈더스북스와 풋남스선스에 의해 출판되어 전 세계 주요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한국어 포함 19개 언어로 번역됨) 


연락처: rowan@thesohoagency.co.uk 


그녀는 영국 최우수 소설상, 2018년 도생마우르 앙 포체, 2019 웨이버턴 굿 리빙 어워드를 수상하였으며, 2019 데이튼 문학 평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출처저자 홈페이지: https://marybrac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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