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32회] 친일ㆍ남로당 콤플렉스가 권력욕 동인

2019.02.11

‘우수한 군인’ 박정희는 그러나 군인의 본분을 망각한 채 기회만 있으면 권력의 추구를 노리는 ‘정치군인’이었다. 


이승만의 거듭된 폭정과 실정을 지켜보면서 정치판을 뒤엎고자 하였다. 군인의 정의감의 발로라고 미화되기도 하지만, 길이 달랐다. 정치에 뜻이 있으면 군복을 벗고 당당하게 정당에 들어가야 했다. 


박정희의 권력욕은 ‘유기불안’의 콤플렉스로부터 일본군 장교, 남로당 등 겹겹의 콤플렉스를 벗어나고자 한 잠재의식의 발로이기도 했다. 승진을 할 시기나 요직 전보 때면 어김없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남로당의 그림자는 최고권력을 장악하지 않으면 떼어 놓을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래서 늘 쿠데타를 모의했다. 1957년 3월 박정희가 소장으로 진급될 때의 이야기다.


그 무렵부터 호기호위의 권세를 부려온 경무대(현 청와대) 경무관 곽영주가 박정희의 진급을 반대하고 나섰다.


곽영주는 진해의 이종찬에게 “내일 대통령각하에게 결재를 올릴 예정인데 사전에 몇 가지 의심나는 점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면서 세 가지 점을 캐물었다고 한다. 


그가 첫 번째로 질문한 것은 박정희의 사상관계였다. 


“박 장군이 과거 공산당에 참여한 것을 알고 천거했느냐?”는 곽영주의 추궁이 곁들인 질문에 이종찬은 “간접적으로 안다”고 전제, “박 장군이 파면됐다가 복직된 것은 중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고, 그후에 그를 일선 사단장으로 내보낸 것은 신임을 회복했기 때문이며, 특히 6ㆍ25전란 중 공산군과 싸워 전공을 세웠는데 이제 와서 세삼 사상 운운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곽영주는 “그러면 원주에서의 여자관계를 아느냐?”고 물어 “모른다”고 했더니 다시 “사단장 재직시절 후생사업차량 2대를 해먹은 사실을 아느냐?”고 물어 왔다.


잠시 기다리도록 한 뒤 그 내용을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이종찬은 “박 장군이 사단장을 그만 둘 적에 그의 생활이 궁한 것을 감안한 참모들이 그 사람에게 차 2대를 주었지만 박 장군은 명분이 없다고 해서 돌려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의 콤플렉스는 여러 방향으로 발산되었다. 


박정희가 5사단장으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군단장인 송요찬이 당시 영남일보 주필이던 시인 구상을 위해 베푼 술자리에서 박정희가 일본의 전국시대 대결전을 노래한 시를 읊은 적이 있다고 한다. 


말채찍 소리도 고요히 밤을 타서 강을 건너니

새벽에 대장기를 에워싼 병사떼들을 보네.


박정희는 술기운에 한껏 감정을 잡고 폼나게 시를 읊었는데 동석했던 다른 장군이 일본풍의 노래를 읊조린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화가 난 박정희는 구상에게 “구형, 갑시다. 이런 속물들과는 술 못 마시겠어!” 라고 말한 뒤 술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박정희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구상도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5사단장 시절의 박정희 준장(앞쪽 왼쪽에서 세번째) 그 왼쪽은 3군군단장 송요찬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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