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 이야기 / 서정주
장님과
앉은뱅이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서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걷고,
앉은뱅이는 길을 가르쳐,
둘이 함께 돌아다니며
빌어먹고 살게 됐는데.
장님의 등에 업힌 앉은뱅이가
어느 날 어떤곳에서
한 우물속을 들여다보니
거기엔 아주 큰 금덩어리가 들어있어서,
혼자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걸 꺼내서 똑같이 노나 팔자를 고쳐 볼 수도 있겠지만은
눈 먼 친구가 못보아 의심일 테니 에라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가자'
고로코롬 작정하고 비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오래잖어서
어디서 총소리가 땅하고 나더니만,
총쟁이가 헐떡이며 뒤따라오면서
"아 그 비러먹을 놈의 우물! 큰 구렁이가 또아리를 감고
누워 있어 물도 길어마실 수도 없지 않어?!"
하고 뇌까려대는 지라,
앉은뱅이가 "가보자"고 해
장님과 함께 그 우물에 또 가서 보니
그건 구렁이가 아니라 여전한 금덩인데,
총쟁이가 두쪽으로 똑같이 갈라놓아서
둘이서 노나갖기엔 안성맞춤일네라.
그렇지만 두 친구는 헤어지기가 싫어서
그 두쪽 금덩이를 부처님 앞에 바치고
"눈뜨고 걷게만 해줍소사"고
날이 날마다 빌고 또 빌었더니
죽은 뒤엔 둘이 다 성한 몸 되어
'열반'에 드셨다는 이야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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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놀이 해설)
위의 이야기는 어린이들 동화같지만,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앉은뱅이는 길을 가르쳐, 성한 한 사람처럼 산다는 것은
서로서로 의지하여 내가 있고, 네가 있다는 불교의 '연기법'를 말하는 것이리라.
어느 우물에서 발견한 금덩어리는 깨달음에 필요한 지혜, 즉 반야를 말하는 바,
앉은뱅이는 깨달아 금덩어리를 볼 수 있었지만, 총잽이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장님과 앉은뱅이는 욕심을 부려 금덩어리를 노나 갖고 서로 헤어져서사바의 생활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둘은 끝까지 상생하면서 금덩어리를 부처님에게 의탁하고 수행정진했던 결과
죽은 뒤에는 고통이 없는 해탈의 세계, 즉 열반에 들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상은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본인의 글을 이곳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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