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과 호란 사이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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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과 호란 사이의 중국
김기봉 경기대 교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우리에게 두 중국을 보여주는 역사의 거울이다. 임진왜란 때 중국은 조선 왕조를 구해준 하늘이 내린 천군(天軍)이었다. 하지만 40여 년 후 병자호란 때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복잡한 형태로 나타났다.
병자호란은 여진이 세운 청(淸)이 일으켰다. 당시 명과 청은 같이 있었다. 1636년 조선을 침략했을 때 청은 중국이 아니기 때문에 호란(胡亂)이라 불렀다. 하지만 청의 영토 대부분을 물려받은 지금 중국은 청을 중국사에 포함한다. 또한 현재 중국 영토에 있었던 모든 옛 왕조의 역사를 중국사로 간주해 고구려와 발해까지도 중국사로 포섭하는 동북공정을 벌였다.
왜란과 호란은 분리된 전쟁이 아니라 짝이다. 두 전쟁은 우리 역사에서 '천사'와 '악마'가 동전의 양면처럼 있는 중국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역사의 거울이다. 병자호란은 임진왜란 때문에 일어났다. 선조가 백성을 버리고 한양을 떠났을 때, 종묘사직을 지킨 것은 의병(義兵)과 명군(明軍)이었다. 이것을 아는 선조는 의병의 공적은 축소하고 명의 원조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실추된 왕권을 만회하고자 했다. 천조(天朝)인 명의 은혜로 조선이 제2 건국을 했다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이 조선 왕조의 정통성을 재확립하는 이데올로기였다
이 이데올로기에 따라 명과 청 사이 등거리 외교를 했던 광해군이 반정(反正)으로 쫓겨나고 인조가 등극함으로써 호란이 일어났다.
역사에서 같은 사건은 또 일어나지 않지만,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구조는 역사의 반복을 낳는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라는 주사위를 던진 후, 우리에게 중국은 '악마'가 될 것인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광해군과 같은 등거리 외교는 불가능했을까?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을 거론하며 "좋은 이웃은 돈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안보와는 바꾼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임진왜란 때 중국이 우리를 도운 이유는 일본과 전쟁을 중국이 아닌 조선 땅에서 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에 우리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없으면 이가 시린 입술이었다. 현재 중국의 입술은 북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사드 배치 결정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재설정하는 위기이자 기회다.
왜란과 호란 사이의 중국
김기봉 경기대 교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우리에게 두 중국을 보여주는 역사의 거울이다. 임진왜란 때 중국은 조선 왕조를 구해준 하늘이 내린 천군(天軍)이었다. 하지만 40여 년 후 병자호란 때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복잡한 형태로 나타났다.
병자호란은 여진이 세운 청(淸)이 일으켰다. 당시 명과 청은 같이 있었다. 1636년 조선을 침략했을 때 청은 중국이 아니기 때문에 호란(胡亂)이라 불렀다. 하지만 청의 영토 대부분을 물려받은 지금 중국은 청을 중국사에 포함한다. 또한 현재 중국 영토에 있었던 모든 옛 왕조의 역사를 중국사로 간주해 고구려와 발해까지도 중국사로 포섭하는 동북공정을 벌였다.
왜란과 호란은 분리된 전쟁이 아니라 짝이다. 두 전쟁은 우리 역사에서 '천사'와 '악마'가 동전의 양면처럼 있는 중국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역사의 거울이다. 병자호란은 임진왜란 때문에 일어났다. 선조가 백성을 버리고 한양을 떠났을 때, 종묘사직을 지킨 것은 의병(義兵)과 명군(明軍)이었다. 이것을 아는 선조는 의병의 공적은 축소하고 명의 원조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실추된 왕권을 만회하고자 했다. 천조(天朝)인 명의 은혜로 조선이 제2 건국을 했다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이 조선 왕조의 정통성을 재확립하는 이데올로기였다
이 이데올로기에 따라 명과 청 사이 등거리 외교를 했던 광해군이 반정(反正)으로 쫓겨나고 인조가 등극함으로써 호란이 일어났다.
역사에서 같은 사건은 또 일어나지 않지만,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구조는 역사의 반복을 낳는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라는 주사위를 던진 후, 우리에게 중국은 '악마'가 될 것인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광해군과 같은 등거리 외교는 불가능했을까?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을 거론하며 "좋은 이웃은 돈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안보와는 바꾼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임진왜란 때 중국이 우리를 도운 이유는 일본과 전쟁을 중국이 아닌 조선 땅에서 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에 우리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없으면 이가 시린 입술이었다. 현재 중국의 입술은 북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사드 배치 결정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재설정하는 위기이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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