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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사진 rainbows79 열린마당톡 2018.04.06 신고
FAKE NEWS 1
"구이통닭마냥 매달려 맞다가 똥, 오줌 다 지렸다니까"
[인권을 먹다 20] 납북귀환어부 김성덕과 한산 소곡주, 양파즙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사람들-국가폭력피해자들이 있다.
그들의 억울함을 듣고 조사하는 과거사 위원회가 사라진 뒤에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만나는 일을 해왔다.
나는 국가폭력피해자를 음식으로 기억한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편집자말]

"이제 명절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 내가 술 몇 병 보내줄게."
"아녜요. 저 술도 잘 못하는데 보내지 마세요."
"아녀. 제사라도 지낼라치면 술이 있어야 할 거 아녀. 내가 술 올려 보낼 테니 제사지낼 때 꼭 써. 우리 인연이 어디 보통 인연이여? 술 한 병이 아니라 술 공장을 지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리고는 전화를 급하게 끊는다. 전화를 끊고도 귓가에 맴도는 말. '우리 인연이 보통 인연이여?' 그래, 우리 인연이 보통 인연은 아니었다. 만남부터...

보통 인연은 아니었던 첫 만남

▲ 한겨레21 1149호 기사. 가장 왼쪽에 김성덕이 앉아 있다.

2014년 여름 나는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조사를 위해 군산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10여 명의 납북귀환어부 가족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면담을 하던 중 피해자 한 사람이 충남 서천 장항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천으로 향했다.


피해자 중 한 사람과 함께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한 장항항에 다다랐다. 항구에는 오전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들과 선원들이 한 곳에 모여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모여 있는 선원들은 모두 검은 피부에 나이가 든 남자들이었고, 담배를 입에 물고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난 마치 해적떼를 만난 것 마냥 긴장되기까지 했다.
긴장한 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서류가방을 든 내가 나타나자 잠시 어색한 기운과 정적이 흘렀다. 다행히 그 나이든 선원들 중 한 사람이 나와 함께 갔던 선원을 알아보았다.

"아니 군산 창덕이 아녀? 여긴 어쩐 일인가?"
"어쩐 일은... 일이 있응께 왔지."
"형님, 바다에서 볼 때는 겁나게 사납더만 땅 밟고 서있응께 키가 겁나게 자잘허네. 하하"
"너 조기 잡다 그물에 걸려 같이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그 주둥이 다물어라 알았냐? 하하"

이렇게 저렇게 농을 주고받고는 우리가 찾는 허씨를 봤냐고 물으니 몸이 안 좋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근데 허씨는 왜 찾아요?"

그 중 젊은 선원이 술잔에 술을 따라 권하며 물었다.

"니들은 말해도 모르는 일이여."
"얼레? 허씨 성님 새 장가라도 들여 줄 모양인갑네.
저두 좀 알아봐 줘유."
"미친 놈, 뜨신 밥 먹고 쉰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렇게 받은 술잔을 입에 털고는 내려놓을 때 맞은 편 내내 침묵하던 최씨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거기 갔다 온 것 땜시 그런 거여?"

그러자 비슷한 나이의 김씨도 거들었다.

"그려? 그것 때문인 거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씨는 "우리도 같은 피해자인디 우리는 어떻게 안 되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같은 피해자라뇨? 그럼 선생님도 납북됐다가 오셨어요?"
"납북됐다 뿐인가? 갔다 와서는 뒤지게 맞고는 간첩혔다고 잡아가지 않았는가?"

김씨는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자며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의 집은 '우리건강원'이라는 탕제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최씨라고 했던 최순복, 김씨라고 했던 김성덕, 그리고 나와 창덕씨 이렇게 마주 앉았다. 김씨 부인이 차를 내 왔다.

"이거 양파즙 내린 건데 드시면서 이야기 나누세요."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들로 아내는 조금 긴장한 듯 했다. 김씨가 말했다.

"여기 창덕이는 승룡호라는 배로 갔다 와서는 고생 했잖어. 근데 우리는 복순호라는 배 타고 갔다 와서 고생 억시게 했어."

▲ 1974. 3. 15. 김성덕 등이 납북되었다가 귀환되고 있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는 경향신문기사
ⓒ 변상철 관련사진보기


1969년 6월 조기떼를 쫓아 연평도 근해 남청골이라는 곳까지 올라갔다. 6월을 끝으로 조기잡이가 끝나가는 무렵이므로 한 마리라도 더 조기를 잡아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날은 해무가 짙게 끼어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날이었다.
그렇지만 별 일 있겠나 싶어 조기 한사리(한동=약 천마리)라도 더 잡고 싶은 마음에 조업을 강행했다.
그곳에 그물 3개를 내렸다. 그리고선원들은 잠시 선실에 들어가 눈을 붙였다.

"총소리가 드드득 하고 나더니 우리 자고 있는 문이 벌컥 열리더라고. 북한 군인들이 선원들을 한쪽으로 모아놓고는 우리 배하고 북한 배를 줄로 묶더니 그대로 끌고 올라갔어요."

잠자코 듣고 있던 최순복이 이야기 했다.

"나하고 같이 배를 탔던 최남옥이라는 사람이 항소를 해서 서울에서 재판을 받았어요.
1심에서 우리가 일부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갔다고 하니까 너무 억울한 거야. 그래서 우리가 투망을 칠 때 우리 배 옆을 지나갔던 해군 함선이 있었다고 말하니까 판사가 그 배 해군들을 증인으로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살았다 싶었지. 그리고 참말로 그 군인들이 법원에 나와서 우리가 월선해서 조업하지 않았다는 말을 해줬어요.
참말로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서 우리는 이제 살았구나 했어요. 근데 선고 하던 날 판사가 그 증언은 깡그리 무시하고는 우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고 하는거야.
아니 그럼 그 해군 배도 북한으로 넘어간 게 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요."

나는 경찰과 검찰에서도 같은 주장을 해 보았냐는 조금은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 최순복이 먼저 말을 뗐다.

"수사관이 각목으로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엉덩이를 때리는데 너무 많이 맞아서 몇 번이나 기절했는지 몰라요.
손하고 발을 뒤로 묶고는 다리 사이에 각목을 끼우더니 책상하고 책상 사이에 걸어놉디다.

꼭 전기구이통닭마냥. 그 상태에서 수건을 얼굴에다 올려놓고 물을 붓는데 버둥거리다가 그 길로 기절을 해버렸어요. 물고문 받을 때 똥, 오줌 다 지렸다니까. 아이고 징그러."

김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렇다니까. 너무 많이 맞으니까 유치장에서 잘 때 똑바로 눕질 못 해서 엎드려서 지낼 정도였다니까.
난 그때 너무 많이 맞아서 탈장도 되버렸어. 그 정도니까 뭐 시키는 대로 안 할 도리가 있어?"

잠깐 숨을 고르던 김씨가 깊은 한숨을 토하며 말을 이었다.

"진짜 억울한 건 따로 있어요. 여동생 하나가 있었는데, 내가 납북 되었다가 왔다는 것이 알려지면 간첩 집안이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그 사실을 숨기고 결혼했어.

그랬다가 나중에 시댁에서 탄로가 난 거야. 그래서 온갖 학대라는 학대는 다 받았어요.

그러다가 결국 이기지를 못하고 그것이 목을 매버렸네.

애들을 셋이나 낳고 그렇게 먼저 가버렸어."

그는 여동생 이야기를 하다 결국 눈시울을 훔쳤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무심코 내 앞에 놓여져 있던 양파즙을 들이켰다가 비린 맛에 깜짝 놀랐다.

"어휴, 이거 양파즙만 있는 게 아닌가 봐요?"
"아, 그거 장어를 양파하고 섞어서 만든 건데 몸에는 좋아. 하하"

김씨가 금방 웃으며 대답했다.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양파의 단 맛 때문인지 장어의 비린 맛이 더 진해지는 느낌이었다.
뭔가로 입을 헹궜으면 할 정도로 입 안 가득 퍼진 비린 맛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내가 워낙에 고문 받고 나오니까 몸에 좋은 걸 자꾸 해먹어야 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해먹다가 결국 그게 먹고사는 일까지 오더라고.
금강에 나가 장어 잡아다가 양파하고 이렇게 섞어서 먹으면 원기도 회복되고 다친 자리 빨리 아물기도 하고."

살기 위해 탕약을 만들었던 것이 결국 탕제원을 열게 된 이유였다. 2017년 2월 23일 그들은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리고 명절 때마다 그는 한산의 명물 '소곡주'를 보내주고 있다.

"내가 아버지, 여동생 보내고 제사 지낼 때마다 마음이 아파. 그래서 술은 꼭 좋은 놈으로 올리는데 변 조사관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하니 마음이 퍽 안 좋더라고. 우리 인연이 보통이 아니잖아.

술이라도 서로 나누면 마음이 좋잖아. 좋은 술로 아버지 제사상에 올려. 알겠지?"
"아녜요. 우리 아버지는 생전에 다른 술은 싱겁다며 꼭 소주만 드셨어요. 그러니 이제 술 안 올려주셔도 되요."

이렇게 거절을 해도 늘 술은 명절 앞에 어김없이 올라온다. 그리고 여름 한철 앞두고 올라오는 비린 양파즙 한 상자. 양파즙 한 봉지를 뜯으며 '우리가 보통 인연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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