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 두 번째 직장(봉재공장)에서(2) >
87년 8월,
집 사람은 식당에 걸어서 출근을 하고(10시)
난 6시에 집에서 출발하면 공장엔 6:30까지 도착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일은 10:00에 아침 brake time이 15분 있고
그리고 12:00에서 30분 간 Lunch time, 오후에 2:45에
다시 15분간 brake time이 있고 오후 5시에 퇴근을 한다.
이 일을 처음 할 땐 Bundle을 하면서 Time work 을 하여 몰랐는데
이젠 미싱을 밟고 바로 천을 박는 일을 하여 보니
내가 만든 일의 양에 따라 돈이 정해지니 아무래도 time work 보다는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걸 스스로 느꼈다.
오래 전 일본인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조센징(한국인)은
“ 날일 시키면 장승 될까 겁나고, 돈내기 시키면 죽을까 겁난다. ”
라고 한다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났다.
이렇게 일을 하다고 보니 가끔은 새 디자인이 들어오면 천을 받아 미싱을 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잘 안 되어 옆에 있는 한국인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보곤 하였는데
어떤 날은 같은 걸 한 번만 물어보면 될 걸 또 같은 걸 묻게 되는 수가 있다.
이 땐 내가 미안해서 옷감을 들고 가서 물어 볼 수 있다면 간단한 일이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이 나의 자리에 와서 직접 미싱 하는 걸
나에게 보여줘야 알게 되기 때문에 여간 묻기가 힘든 게 아니었다.
이래서 미안하기도 하고 내 자신이 밉기도 하고 해서 그 땐 무척 괴로웠었다.
일을 하지 않고 있을 수도 없고.
그러다 주인이나 매니저가 보이면 불러서 물어보기도 하곤 했었는데
어떤 땐 물어본 분한테 또 가려는 눈치를 그 분이 알아채기라도 하면
그 분은 화장실 가는 척하곤 자리를 피하는 일 까지 있어 무척 괴로웠다.
이 땐 난 멍해졌었다.
그 이후로 옆에 있던 Mexican 친구에게 물어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
그렇지 몇 번이고 와서 웃으면서 가르쳐주고
그리곤 그들은 늘 음악을 크게 틀어 노래를 들으면서 일을 하곤 했었다.
순간순간을 그들은 행복해 하는 듯 보였다.
이렇게 히스패닠 친구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몇 번이고 웃으면서
“아미고 노 프로브래마! / friend, no problem(a) / 친구, 걱정하지 마!” 하였다.
그렇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행복은 다 만들어진 다음에 느끼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에 보람을 느끼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여기서 어릴 때 나에게 돈도 받지 않고 한문을 가르쳐 주신
고향 땅 그 난쟁이 아저씨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누가 달라면 줄 수 있으면 주고
가르쳐 줄 수 있으면 가르쳐 주고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일을 하고 4시 반이면 퇴근을 하고 학교로 가서 5~10시까지
영어 학교를 6개월에 마치고 다시 전자 수리 기술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이 1년여에 난 평생에 울어야 할 만큼 많은 눈물을 흘렸다.
우선 봉제공장엔 먼지가 많다. 한인들이 많은 곳은 창문을 열어놓고 일을 하나,
당시 한인들보다는 스페니씨 친구들이 많아
그들은 춥다면서 창문 열기를 꺼리는 편이었다.
그래서 주인은 그들이 숫자가 많으니 그들의 말을 주로 들어주었으니
먼지가 눈에 들어가 눈물이 났었다.
그리곤 밤 10시 학교를 마치고 바로 집 사람이 일하는 식당에 가서
집사람 태워오고 그리고 저녁으로 무엇 좀 입에 넣곤 낮에 학교에서 배운 것들
공부를 밤 1시 가까이 하고 새벽 5시면 일어나야 하니
평일은 4시간이나 4시간 반 정도 밖에 잠을 못 잤다.
학교가 초기 이민자들을 위한 것으로 정부에서 수업료를 100% 지원해주다 보니
매주 금요일에 당해 월-목에 배운 걸 시험을 쳐서 합격을 하면
월요일에 공부를 할 수가 있고 불합격이면 경고를 한 번 받고 두 번 받으면
퇴학을 시키는 제도가 되어있어
매 주 6개월간 그 시험에 합격을 하자니 여간 힘이든 게 아니었다.
이러니 그 당시 난, 천정에 있는 전구를 바꿔야 할 때도 혹 전기에 감전이라도
될까봐 전구 바꾸는 일도 어렵게 생각했던 나의 처지니
얼마나 나의 고통이 심했을 것인지 이 글로 설명이 어렵다.
여기다 공장에서 눈에 먼지가 들어가 울고,
잠을 못자 피곤해서 울고,
문제를 못 풀어 답답해서 울고, 얼마나 울고 울었는지....
거기다 내가 바보 멍청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울고.. 바보 같은 나, 박xx 이가
누가 그런 사치스런 소릴 했었나?
남자는 평생에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그 x 같은 소릴 누가 했었지..?
지금 누가 나에게 그런 소릴 할라치면 그냥 그 입을 —확 사정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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