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버릇없는 아이들 길러낸다?
스웨덴, 버릇없는 아이들 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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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s Hansegard


Ellen Jervell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스톡홀름 교외에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이다-마리아 린드로스
스웨덴이 버릇없는 세대를 길러내고 있는 걸까?

만 1세 아동부터 정부가 운영하는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고 부모들의 장기 육아 휴직이 보장되는 스웨덴은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데 스웨덴 부모들이 아이들을 너무 오냐오냐 떠받들며 키우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 신간 도서가 화제로 떠올랐다.

스웨덴 정부는 아동을 ‘결정권이 있는 개인(competent individual)’으로 간주하며 아동에 대한 체벌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스웨덴 가정에서 어린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주요 의사 결정권자가 된다. 스웨덴 일각에서는 이런 트렌드를 우려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자녀 6명을 양육하는 아버지이기도 한 다비드 에버하르트 박사다. 그가 지난해 출간한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쥐게 됐는가’라는 책은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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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하르트 박사는 스웨덴의 아동 중심 육아 모델은 ‘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스웨덴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애지중지 키우고 훈육은 거의 하지 않은 결과 ‘잘못 키운 아이들(스웨덴어 ‘ouppfostrade’를 직역한 표현)’의 나라가 돼버렸다고 주장한다.

에버하르트 박사는 인터뷰에서 “아이들 비위를 너무 맞춰주다보니 아이들 자신에게나 사회 전체로 볼 때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불안 장애나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현재 그의 책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한창이며 미국에서 책을 펴낼 출판사도 찾고 있다.

“체벌을 허용하는 시절로 다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들을 통제할 능력을 잃었다. 아이들은 집안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


Blahd by Blahd
스웨덴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쥐게 됐는가’
에버하르트 박사는 스웨덴의 유명 토크쇼라는 토크쇼에는 거의 다 출연했다. 주요 신문마다 이 책에 관한 사설이 실렸다. 요즘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쩔쩔 매고, 아이들은 부모를 만만하게 본다고 주장하는 진영은 에버하르트 박사의 의견을 단골 근거로 제시한다. 육아 블로그들에서는 에버하르트 박사의 견해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하게 갈린다.

미국 IT 전문가로 스웨덴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이안 볼드(42)는 스웨덴 아이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비해 어른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발언권이 세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어른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 문화권에서 자라는 아이는 축복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 어린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추세다. 스웨덴은 핀란드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핀란드 학교는 스웨덴 학교에 비해 규율이 엄격하며 스웨덴 교사들은 오래 전에 잃어버린 권위를 아직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교육부 장관은 학교가 학생들을 지금보다 더 잘 훈육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고 있다.

에버하르트 박사가 인용한 예를 살펴볼까. 어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빼앗는다고 가정해보자. 휴대전화를 압수 당한 학생들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교사에게 항의할 것이 분명하다. 스웨덴 교사들은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잡담을 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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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하르트 박사는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이 외식 메뉴나 TV 프로그램, 가족휴가 여행지를 결정하는 당사자가 될 때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 교외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다-마리아 린드로스(31)는 “훈육을 그다지 많이 받지 않고 자란 부모에게 태어난 요즘 아이들은 고집이 굉장히 세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교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놀고 나서 엉망이 된 자리를 치우라고 학생에게 말하면, “선생님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해요?”라고 대꾸한다. 요즘 애들은 권위주의를 극도로 싫어한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린드로스는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확히 선을 그어주려고 노력한다. “매일 딱 정해진 시각에 잠자리에 들게 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똑똑히 말해준다. 아이들이 예의 바르게 컸으면 좋겠다.”

발달심리학자인 베이어트리스 뉘스트룀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유년기를 보낸 성인은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능력도 결여된다”고 지적했다.


Pysse Holmberg
정신과 전문의이자 자녀 6명의 아버지인 다비드 에버하르트 박사
엄격한 아동복지법 탓에 스웨덴 부모들이 자녀 훈육을 꺼리게 됐는지도 모른다. 자녀를 체벌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경찰과 검찰, 심리학자로 구성된 팀이 해당 부모를 조사할 뿐만 아니라 1,000 달러 상당의 높은 벌금을 매긴다. 체포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제멋대로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거나 불안장애를 앓거나 자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높다는 사실이 에버하르트 박사의 핵심 주장이다. 그는 스톡홀름 북쪽에 있는 단데뤼드 병원 신경정신과 과장이다. 에버하르트 박사는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상식과 관찰에 의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스웨덴 아동은 약 200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스웨덴은 1979년 아동 체벌을 금지한 30개 나라에 합류한 이후 육아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국가가 됐다.

에버하르트 박사는 스웨덴에서 예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처음 출간한 책에서 스웨덴을 ‘안전강박증 환자의 나라’로 묘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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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하르트 박사의 두 번째 책을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스웨덴이 의학과 IT,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거둔 인재들을 배출한 나라라는 근거를 대며 반박한다. 또한 스웨덴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상위권에 자주 랭크된다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한다.

스웨덴의 교육자이자 작가인 요나스 힘멜스트란드는 장기 육아휴직제도 덕분에 아이들이 생후 1년 동안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정부 지원 보육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기 때문에 1세 이후에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하도록 장려하는 문화가 스웨덴에 형성돼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스웨덴 정부는 아이는 부모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키우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육시설과 학교가 아이들을 키운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부모는 아이들의 친구 노릇만 해주면 된다.”

힘멜스트란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스웨덴 학업성취도가 떨어진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니겠냐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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