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대박났네
연초에 박근혜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란 말을 쓰고부터 이 "대박"이란 말이 대박이 났다. 그런데, 여러 언론매체에 연일 이 말이 쓰이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어원을 설명해 놓은 곳이 의외로 드물다. 심지어 우리말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고 하는 국문과 교수도 '대박'의 정확한 어원을 몰라서 이런 저런 추측과 ‘설(說)’만 얘기하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의외였다. 흔히들 ‘홍콩서 배만 들어오면…’하듯이 ‘큰 배’를 뜻한다는 ‘대박(大舶)’설이 있는가 하면, 보물이 가득 든 ‘흥부의 박’을 뜻한다는 그럴듯한 추측까지 다양한 설(說)들만 무성할 뿐 정확한 어원을 확실하게 설명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
내가 알기로 대박의 '박'은 배를 뜻하는 ‘舶’도, 흥부의 ‘박’도 아닌 '바가지'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80년대, 90년대에 한국에서는 고스톱이 대유행이었다. 가히 '국민오락'이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겼고, 그래서, 심지어 '고스톱 망국론'까지 나돌 정도였었다. 어쨌든 그 고스톱을 칠 때, 룰 중에 '바가지' 씌우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이 광으로 났는데, 내가 광이 없으면 '광바가지'를 쓰고, 피로 났는데 피가 없으면 ‘피바가지'를 써서 돈을 두배(따블)로 줘야 한다. 이 ‘광바가지', '피바가지'를 줄여서 '광박', '피박'이라고들 한다. 그 외에 '혼자 몽땅 뒤집어 쓰는 ‘독박'이란 것도 있는데, 이 때 '박'은 다 '바가지'의 준말인 것이다.
그런데, 고스톱 판에서 '쓰리고'에 '따따블'로 났는데, 상대가 광도 없고 피도 없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따따블에 광박, 피박이니 그야말로 왕창 바가지를 씌워서 크게 돈을 따게 되는 것이다. 이 게 ‘대박'이다. 즉, 크게 바가지(대박)를 씌워 왕창 먹는 것이 대박인 것이다. 그래서, 패가 한 사람에게 쏠려 판이 슬슬 커져가는 기미가 보이면, 흔히들 "이 번 판에는 대박나겠는데..." 또는, “야! 대박이다.” 이렇게들 말하곤 했던 것이 언제부턴가 차츰 일상생활중에도 쓰이기 시작해서 요즘은 거의 일상용어가 되어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쓰는 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말의 어원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고스톱을 많이 친 게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때도 있을 줄이야…
대박이란 말이 유행하기 전에 이런 뜻으로 쓰인 다른 속어로 ‘노났다' 또는 ’노가 났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도 노름판에서 유래된 말이다. 고스톱이 유행하기 전에 노름판에서는 대개 "섯다" 아니면, "도리짓고 땡"을 많이 했었다. 이 때 패를 나눠 주는 사람을 ‘노잡이’라고 하는데, 이 노잡이와 다른 노름꾼들 간에 판돈을 놓고 끗수경쟁으로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다. 노잡이는 일정금액의 판돈을 걸어 그 돈의 세배(정하기 나름이지만 보통은 세배)를 따거나 돈을 거는 사람에게 다 잃었을 경우에 노를 놓게 된다. 즉, ‘노났다’는 말은 노잡이가 처음 건 돈의 세 배를 따고 노를 놓았다는 말에서 유래한 말이다. 따라서, ‘노났다’는 말은 ‘대박났다’와 거의 같은 뜻의 말이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중에는 노름판에서 나온 말들이 몇가지 더 있다. 흔히 “…만 하면 장땡이냐?”, 또는 “…하는 놈이 장땡”이라는 말을 쓰는데, ‘장땡’은 도리짓고땡족보에서 최고의 패이므로, ‘최고’를 뜻하는 말이 된 것이다. 살다가 뜻밖의 횡재를 했을 때 흔히 쓰는 “땡 잡았다”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로 ‘섯다’판에서는 ‘땡’만 잡아도 먹을 확률이 제법 높은 패이므로, ‘운수 대통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또, 무슨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고 그르쳤을 때 흔히 “말짱 황이다.”라고 하는데, 도리짓고땡에서 자기 패 다섯 장 가운데 석 장으로 10이나 20을 만들지 못해 ‘짓지 못한 경우’를 ‘황’이라고 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땡’이 없을 경우에 최고 끗발인 9를 ‘가보’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어로 아홉끗을 뜻하는 ‘가부’에서 온 말이다. ‘용코로 걸렸다.’는 말도 있다. 어떤 사람이 임자를 만나 ‘제대로 딱 걸렸다’는 뜻으로 쓰이는 이 말은 화투놀이중 ‘육백’이나 ‘삼봉’에서 1, 3, 8, 11 ‘광(光)’을 가져와서 ‘욘코(四光)’ 를 하게 되면 바로 600점이 되므로 상대가 어떤 약을 했거나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 바로 게임이 끝나게 되는데서 유래된 말이다.
다시 고스톱얘기로 돌아가서, ‘쇼당’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고’를 불렀는데, 다른 플레이어중 한 사람이 가진 패가 나머지 두사람에게 결정적인 패를 가졌을 경우, 이 사람은 말하자면 그 판의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이 되는데, 이 때 패를 모두 내보이면서 나머지 두 사람이 선택하게 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어원에 대해서 옛날 내 직장동료는 자기 일어실력을 근거로 해서 쇼당은 패를 내보이면서 ‘상의를 하는 것’을 뜻하는 ‘상담(相談)’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나는 내 영어실력을 발휘해서 ‘쇼당’은 포커판에서 ‘손에 든 카드를 전부 내보이는 행위’를 뜻하는 ‘Showdown’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우겼다. 둘 다 상당히 그럴 듯한 해석이니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란 발언이 나온 후 이 말의 영어 번역에 관해서도 말들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주로 같은 도박판 용어인 ‘Jackpot’으로 번역이 되었었다. 단어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같은 도박판 용어인데다 뜻도 딱 들어맞아 거의 완벽한 번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한 말을 도박판 용어로 쓰기가 아무래도 썩 적당치 않다는 여론이 있던 차에 박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을 때는 통역이 재치있게 ‘Breakthrough’로 통역을 했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계속 논란들이 있어 오다가 최종적으로 지금은 ‘Bonanza’로 낙착을 본 듯 하다. ‘보난자’는 ‘A rich mine or vein of ore’, 또는 ’A source of great wealth’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라는 뜻이므로, 우리에게 통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가장 알맞은 번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통일의 대박이 하루 빨리 터지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이다.
http://blog.naver.com/damianrah
내가 알기로 대박의 '박'은 배를 뜻하는 ‘舶’도, 흥부의 ‘박’도 아닌 '바가지'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80년대, 90년대에 한국에서는 고스톱이 대유행이었다. 가히 '국민오락'이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겼고, 그래서, 심지어 '고스톱 망국론'까지 나돌 정도였었다. 어쨌든 그 고스톱을 칠 때, 룰 중에 '바가지' 씌우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이 광으로 났는데, 내가 광이 없으면 '광바가지'를 쓰고, 피로 났는데 피가 없으면 ‘피바가지'를 써서 돈을 두배(따블)로 줘야 한다. 이 ‘광바가지', '피바가지'를 줄여서 '광박', '피박'이라고들 한다. 그 외에 '혼자 몽땅 뒤집어 쓰는 ‘독박'이란 것도 있는데, 이 때 '박'은 다 '바가지'의 준말인 것이다.
그런데, 고스톱 판에서 '쓰리고'에 '따따블'로 났는데, 상대가 광도 없고 피도 없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따따블에 광박, 피박이니 그야말로 왕창 바가지를 씌워서 크게 돈을 따게 되는 것이다. 이 게 ‘대박'이다. 즉, 크게 바가지(대박)를 씌워 왕창 먹는 것이 대박인 것이다. 그래서, 패가 한 사람에게 쏠려 판이 슬슬 커져가는 기미가 보이면, 흔히들 "이 번 판에는 대박나겠는데..." 또는, “야! 대박이다.” 이렇게들 말하곤 했던 것이 언제부턴가 차츰 일상생활중에도 쓰이기 시작해서 요즘은 거의 일상용어가 되어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쓰는 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말의 어원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고스톱을 많이 친 게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때도 있을 줄이야…
대박이란 말이 유행하기 전에 이런 뜻으로 쓰인 다른 속어로 ‘노났다' 또는 ’노가 났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도 노름판에서 유래된 말이다. 고스톱이 유행하기 전에 노름판에서는 대개 "섯다" 아니면, "도리짓고 땡"을 많이 했었다. 이 때 패를 나눠 주는 사람을 ‘노잡이’라고 하는데, 이 노잡이와 다른 노름꾼들 간에 판돈을 놓고 끗수경쟁으로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다. 노잡이는 일정금액의 판돈을 걸어 그 돈의 세배(정하기 나름이지만 보통은 세배)를 따거나 돈을 거는 사람에게 다 잃었을 경우에 노를 놓게 된다. 즉, ‘노났다’는 말은 노잡이가 처음 건 돈의 세 배를 따고 노를 놓았다는 말에서 유래한 말이다. 따라서, ‘노났다’는 말은 ‘대박났다’와 거의 같은 뜻의 말이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중에는 노름판에서 나온 말들이 몇가지 더 있다. 흔히 “…만 하면 장땡이냐?”, 또는 “…하는 놈이 장땡”이라는 말을 쓰는데, ‘장땡’은 도리짓고땡족보에서 최고의 패이므로, ‘최고’를 뜻하는 말이 된 것이다. 살다가 뜻밖의 횡재를 했을 때 흔히 쓰는 “땡 잡았다”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로 ‘섯다’판에서는 ‘땡’만 잡아도 먹을 확률이 제법 높은 패이므로, ‘운수 대통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또, 무슨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고 그르쳤을 때 흔히 “말짱 황이다.”라고 하는데, 도리짓고땡에서 자기 패 다섯 장 가운데 석 장으로 10이나 20을 만들지 못해 ‘짓지 못한 경우’를 ‘황’이라고 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땡’이 없을 경우에 최고 끗발인 9를 ‘가보’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어로 아홉끗을 뜻하는 ‘가부’에서 온 말이다. ‘용코로 걸렸다.’는 말도 있다. 어떤 사람이 임자를 만나 ‘제대로 딱 걸렸다’는 뜻으로 쓰이는 이 말은 화투놀이중 ‘육백’이나 ‘삼봉’에서 1, 3, 8, 11 ‘광(光)’을 가져와서 ‘욘코(四光)’ 를 하게 되면 바로 600점이 되므로 상대가 어떤 약을 했거나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 바로 게임이 끝나게 되는데서 유래된 말이다.
다시 고스톱얘기로 돌아가서, ‘쇼당’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고’를 불렀는데, 다른 플레이어중 한 사람이 가진 패가 나머지 두사람에게 결정적인 패를 가졌을 경우, 이 사람은 말하자면 그 판의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이 되는데, 이 때 패를 모두 내보이면서 나머지 두 사람이 선택하게 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어원에 대해서 옛날 내 직장동료는 자기 일어실력을 근거로 해서 쇼당은 패를 내보이면서 ‘상의를 하는 것’을 뜻하는 ‘상담(相談)’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나는 내 영어실력을 발휘해서 ‘쇼당’은 포커판에서 ‘손에 든 카드를 전부 내보이는 행위’를 뜻하는 ‘Showdown’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우겼다. 둘 다 상당히 그럴 듯한 해석이니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란 발언이 나온 후 이 말의 영어 번역에 관해서도 말들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주로 같은 도박판 용어인 ‘Jackpot’으로 번역이 되었었다. 단어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같은 도박판 용어인데다 뜻도 딱 들어맞아 거의 완벽한 번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한 말을 도박판 용어로 쓰기가 아무래도 썩 적당치 않다는 여론이 있던 차에 박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을 때는 통역이 재치있게 ‘Breakthrough’로 통역을 했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계속 논란들이 있어 오다가 최종적으로 지금은 ‘Bonanza’로 낙착을 본 듯 하다. ‘보난자’는 ‘A rich mine or vein of ore’, 또는 ’A source of great wealth’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라는 뜻이므로, 우리에게 통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가장 알맞은 번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통일의 대박이 하루 빨리 터지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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