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귄애 애비 성역화
여적
[여적]박정희 장군 전역 공원
양권모 논설위원
댓글
twitter
facebook
kakao
band
폰트 크게하기
폰트 작게하기
프린트
복사하기
민주 헌정을 쿠데타로 뒤엎은 박정희 장군은 6개 혁명 공약을 발표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추겠습니다’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만드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1963년 2월 시민회관에서 눈물을 흘리며 정치를 민간인에게 넘기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민정 불참 선언을 했다. 그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돼 5·16쿠데타를 일으킨 진정성을 믿게 만들었다. 그래놓고 박 장군은 그해 8월 과거 사단장을 지낸 7사단 연병장에서 전역식을 한다.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 민정 불참 약속을 뒤엎게 되는 것을 ‘불운한 군인’으로 기막히게 포장한 것이다.
전역식을 한 강원 철원군 군탄리에 1969년 전역비가 건립됐고, 유신정권의 절정기인 1976년 전역비 주변 2만2847㎡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박정희 장군 전역 공원’으로 이름 지었다. 그러던 것이 1987년 민주화가 이뤄지고, 노태우 정부 시절 5·16이 혁명이 아닌 쿠데타로 인정되면서 공원 이름이 지역명을 딴 ‘군탄 공원’으로 바뀌었다. 군탄이란 지명은 후삼국시대 태봉국의 궁예가 왕건에게 명성산으로 쫓겨갈 때 이곳을 지나며 한탄했다는 역사적 유래가 있다.
철원군의 지역단체들로 구성된 ‘육군 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 유적공원화 추진위원회’가 군탄 공원 입구에 거대한 기념 표지석을 세웠다고 한다. 표지석 ‘남기는 글’에는 “5000년 역사의 바다에 박정희 장군이 남긴 항해의 흔적은 너무나 크고 깊다. 군사정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장군의 고뇌가 서려 있는 이곳을 40년 전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고 새겼다. 철원군도 ‘군탄 공원’을 ‘박정희 장군 전역 공원’으로 바꾸려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맹렬히 벌어지는 ‘박정희 찬양 사업’이 예까지 온 것이다. 박정희 장군이 하루 묵었던 하숙집을 성역화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의 전역 자리까지 공원으로 기념한다, 2014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막막할 따름이다.
[여적]박정희 장군 전역 공원
양권모 논설위원
댓글
kakao
band
폰트 크게하기
폰트 작게하기
프린트
복사하기
민주 헌정을 쿠데타로 뒤엎은 박정희 장군은 6개 혁명 공약을 발표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추겠습니다’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만드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1963년 2월 시민회관에서 눈물을 흘리며 정치를 민간인에게 넘기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민정 불참 선언을 했다. 그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돼 5·16쿠데타를 일으킨 진정성을 믿게 만들었다. 그래놓고 박 장군은 그해 8월 과거 사단장을 지낸 7사단 연병장에서 전역식을 한다.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 민정 불참 약속을 뒤엎게 되는 것을 ‘불운한 군인’으로 기막히게 포장한 것이다.
전역식을 한 강원 철원군 군탄리에 1969년 전역비가 건립됐고, 유신정권의 절정기인 1976년 전역비 주변 2만2847㎡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박정희 장군 전역 공원’으로 이름 지었다. 그러던 것이 1987년 민주화가 이뤄지고, 노태우 정부 시절 5·16이 혁명이 아닌 쿠데타로 인정되면서 공원 이름이 지역명을 딴 ‘군탄 공원’으로 바뀌었다. 군탄이란 지명은 후삼국시대 태봉국의 궁예가 왕건에게 명성산으로 쫓겨갈 때 이곳을 지나며 한탄했다는 역사적 유래가 있다.
철원군의 지역단체들로 구성된 ‘육군 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 유적공원화 추진위원회’가 군탄 공원 입구에 거대한 기념 표지석을 세웠다고 한다. 표지석 ‘남기는 글’에는 “5000년 역사의 바다에 박정희 장군이 남긴 항해의 흔적은 너무나 크고 깊다. 군사정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장군의 고뇌가 서려 있는 이곳을 40년 전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고 새겼다. 철원군도 ‘군탄 공원’을 ‘박정희 장군 전역 공원’으로 바꾸려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맹렬히 벌어지는 ‘박정희 찬양 사업’이 예까지 온 것이다. 박정희 장군이 하루 묵었던 하숙집을 성역화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의 전역 자리까지 공원으로 기념한다, 2014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막막할 따름이다.

좋아요 0
태그
DISCLAIMER
이곳에 게시된 글들은 에이전트 혹은 사용자가 자유롭게 올린 게시물입니다. 커뮤니티 내용을 확인하고 참여에 따른 법적, 경제적, 기타 문제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케이타운 1번가는 해당 컨텐츠에 대해 어떠한 의견이나 대표성을 가지지 않으며, 커뮤니티 서비스에 게재된 정보에 의해 입은 손해나 피해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