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믿으면 패가망신
최경환 믿고 빚내서 집 사면? "패가망신하기 십상"
[주간 프레시안 뷰] 최경환의 야심작 9.1대책 해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2014.10.04 12:06:29


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오늘은 이른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9.1대책의 효과를 짚어 보겠습니다.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아서 평가를 하기엔 이르지만 초기의 시장 반응은 매우 중요하니까요.

정부의 부동산 시장 방화는 성공할까?

우선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부동산114'는 10월 1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이 0.4퍼센트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009년 9월(0.48퍼센트)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죠.

원래 최경환 부총리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불쏘시개로 삼았습니다. 그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걸까요?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은 0.99퍼센트 올랐습니다. 1990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연한 단축 혜택을 받은 덕에 0.95퍼센트 뛰어올랐고, 이런 아파트가 많은 양천구(2.08퍼센트)와 노원구(1.71퍼센트) 아파트값도 올랐습니다. 반면, 1991년 이후 아파트는 0.17퍼센트 오르는 데 그쳤는데요, 이것은 현재의 수요가 다분히 투기적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 결과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 가격 시가 총액이 2조4000억 원가량 증가했죠. 1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주상복합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354만1723가구의 시가총액은 1282조3206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피케티의 β값(자산총액/국민소득)은 더욱 뛰어오르겠죠.

과연 이런 추세는 얼마나 지속될까요? 문제는 금융입니다. 주택 시장에서 금융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주택의 수요 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켜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가격이 오를까, 의심하다가 실제로 가격 상승이 확인되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돈이 몰려가고 수요 곡선은 또다시 오른쪽으로 더 이동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보통 사람도 빚내서 집을 사려 들 겁니다. 이게 바로 최경환 부총리가 노리는 상황이죠.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 시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최 부총리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 대책과 함께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 시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최 부총리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 대책과 함께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9.1 대책에 앞서 한 달 앞선 8월 1일,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LTV, DTI)가 완화됐죠. 두 달째인 9월 말 현재 5대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은 274조7728억 원으로 전달 272조594억 원에 비해 2조7134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8월의 4조2069억 원 증가에 비하면 다소 속도가 느려졌지만, 규제 완화 이전과 대조해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5개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잔액은 매달 1조 원대 늘었고 4월부터 7월까지는 평균 2조2000억 원가량 증가했으니까요.

대출 규제가 완화되어 돈이 더 풀렸지만, 과거에 비해 주택 구입이 특별히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즉, 절대량은 늘어났지만 주택 구입 비중은 비슷하다는 거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7월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신규로 나간 대출의 52.2퍼센트(35조1000억 원)는 '주택 구입'이 목적이었지만, 나머지 47.8퍼센트(32조1000억 원)는 '주택 구입 외 목적'이었습니다. 이 중 33.3퍼센트는 '기존 대출 자금 상환'이고 '생계자금' 25.2퍼센트, '전세·월세 자금' 15.9퍼센트가 뒤를 이었습니다.

용도별 통계를 낸 2012년 7월부터 보면 52퍼센트 정도는 주택 구입 외 목적 대출이었으니까 8월 이후의 대출도 비슷한 수준인데 조금 더 주택 구입에 몰리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문제는 기존 부채의 상환 비중은 2012년 하반기 45.1퍼센트에서 7월까지는 33.3퍼센트로 떨어진 반면 생계 자금의 비중은 2012년 하반기 18.8퍼센트에서 올해 25.2퍼센트로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당장 생활 자금이 문제라는 거죠. 즉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그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꾸어 쓰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깁니다.

결국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정부의 부동산 붐 정책은 불씨가 지펴지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타오르지는 않은 채, 제가 규정한 대로 '부채 주도 성장' 정책이 되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 뒤에 금융권은 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죠. 제2금융권도 1000억 원이 늘어나서 잔액이 87조4000억 원이 되었습니다. 올해 들어 3000억~9000억 원까지 증가했던 데 비하면, 제2금융권 대출의 증가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거죠. 결국 하층으로 갈수록 가계 부채의 내용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최경환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주택 값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고 강변했습니다. 집은 서민 재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자가 소유의 증가는 '세습 중간 계급'(피케티의 표현)을 만들어 사회를 안정시킵니다. 하지만 국민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계속 높아진다면, 이 중간 계급이 허물어지고(자기 노동으로 새로 집 사는 게 불가능해질 테니까요), 재산은 점점 더 상층으로 집중될 겁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피케티의 '세습 자본주의'의 주요 통로입니다.

과연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OECD·IMF 통계와 '국제 주택 마련 가능성 조사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중간 가격(그해 이뤄진 총 매매 사례의 중간에 위치하는 가격)은 1인당 GDP의 17.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주) 최저임금 : OECD(2013), 1인당 GDP : IMF(2013), 해외 중간가격 : Performance Urban Planning(2013), 국내 주택 가격 : 국민은행(2013) ⓒ경제정의실천연합
▲ 주) 최저임금 : OECD(2013), 1인당 GDP : IMF(2013), 해외 중간가격 : Performance Urban Planning(2013), 국내 주택 가격 : 국민은행(2013) ⓒ경제정의실천연합
표에서 보는 대로 영국 런던 13.6배, 캐나다 밴쿠버 12.9배, 호주 시드니 11.2배, 미국 뉴욕 7.6배, 일본 도쿄 6.5배보다 높습니다. 경실련은 "뉴욕과 서울의 주택 중간가격은 4억 원 초반으로 비슷했지만, 1인당 GDP는 미국이 우리보다 2.2배가 높았다"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소득 대비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1인당 GDP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아닙니다. 1인당 GDP에는 기업의 소득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은 아니죠. 기업 소득을 뺀 통계가 PGDI라는 지표입니다.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Personal Gross Disposable Income)이란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 비영리 단체의 소득 합계입니다. 즉 기업이 번 돈을 뺀 실제 가계 소득을 국민 숫자로 나눈 수치니까 가계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 1인당 PGDI는 1만4690달러니까 1인당 GDP의 반을 조금 넘습니다. 따라서 보통 사람이 서울의 중간 가격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모두 모아도 30년 이상 걸린다는 얘깁니다.

경실련은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정부와 업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여전히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굉장히 높다"며 "많은 국민이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주택을 구입하고 있어 가계 부채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성공한다 해도 서민들의 희망은 오히려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가량은 집이 없습니다. 전 세계 하위 50퍼센트가 가진 부가 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피케티의 얘긴 한국에서도 사실입니다(현재 한국의 공식 통계로는 9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세금 자료로 하면 이 수치는 더 낮아질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회복은 훨씬 더디고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을 아무리 압박한다 해도 그들이 투자를 할 리 없습니다. 자산 버블에 의한 소비 확대가 오래갈 수 없는 형편이라는 얘깁니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홀딱 넘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집을 사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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