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의식과 감각의 조율자,시상

2020.09.03

브레인월드

이른 아침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을 통해 햇살이 방 안으로 드리워져 있고 침대 오른쪽 옆 알람을 쳐다보니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들이 거쳐가고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 시상이다. 시상이 손상되면 우리는 의식도, 감각도 없이 단지 숨만 쉬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단순한 연결 스위치라는 비평에서 벗어나 의식과 감각의 조율자로 변모한 시상을 만나보자.


인터뷰는 최대한 짧게 끝내자. 나는 깨어 있는 동안 잠시도 쉴 틈 없이, 그야말로 미친 듯이 일하고 있다. 휴, 지금도 눈과 귀가 이것저것 가리지도 않고 신호를 보내고 대뇌피질도 빨리 처리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바쁜 중에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하지만 잠시도 쉬지 않는다는 것이 두뇌의 숙명이 아닌가. 잠시만 참아달라. 들어보니 감각전달이 주된 업무인 것 같다.

훗. 나의 일을 그렇게 간단히 보지 마라. 예전처럼 나를 단순히 감각과 대뇌피질을 연결하는 스위치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각만 해도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빛의 신호를 그대로 대뇌로 보낸다면 과부하로 쓰러지고 만다. 나는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의 신호를 받아 그것들을 추려내고 필요한 것들만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로 보낸다.
감각들의 무의미한 외침들을 요약해 대뇌피질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주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감각 정보들을 한꺼번에 통제하고 조절하게 된다. 한마디로 내가 거부한 현실의 정보는 뇌에게는 현실이 아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당신은 감각과 의식의 조율자라고 할 수 있겠다. 잠자거나 의식을 잃는 것도 당신과 관계된 것인가?

그렇다. 나와 대뇌피질을 잇는 신경망이 켜져 있으면 감각이 전달되고 주의를 집중하는 각성상태가 된다. 반대로 이것이 꺼져 있으면 감각전달이 억제되고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된다. 단순하게 보자면 내 말 한마디에 모든 연결이 끊어지고 감각이 차단되어 옆에서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덧붙여서 알아야 하는 것은 나와 대뇌피질의 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정보를 해독하고 걸러서 대뇌피질로 넘기고, 대뇌피질은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버릴 것인지를 나와 의논하는 끈끈한 관계다. 최근에는 이런 감각과 의식에서의 활동 때문에 사람들이 간질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뇌질환과 나와의 관계를 눈치 채기 시작했다.

의식consciousness에서 당신과 대뇌피질 간의 회로가 핵심적이라는 것을 알겠다. 의식이라는 작품에서 당신의 역할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인간의 의식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동료와 함께 길을 걸어가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길을 가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목적지를 향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듣고, 뜻을 생각하고 열심히 말을 한다. 다양한 정보들이 그 과정에서 전달되지만 걸러져 일부만이 남고 서로 통합되며 여러 상태와 기능이 함께 처리된다.
이렇게 의식은 복잡하고 총체적인 예술이니만큼 뇌의 한 영역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의 전 영역이 함께 협동하고 경쟁하는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대뇌피질 간의 신경분배망은 모든 다양한 의식경험에 관계하는 가장 중요한 뇌구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신희섭 박사에 따르면 ‘지긋지긋한 통증’이라는 작품도 당신이 연출하고 있는 것 중 하나라고 들었다.

통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나? 그건 오해다. 통증 자체는 생물이 살아가면서 몸의 이상을 감지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물론 심할 때는 괴로운 것임을 나도 알고 있긴 하다. 통증 또한 감각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를 거쳐야만 한다. 전투나 운동 중에는 통증이 약하게 느껴진다. 이는 통증신호 역시 다른 감각처럼 대뇌와 나의 연결에 의해 강도가 조절되기 때문이다.



잠과 치매 같은 뇌질환에서 의식을 차단하는 작용을 하는 ‘T-타입 칼슘채널’은 신희섭 프로덕션의 배우인 유전자 조작 쥐 덕분에 통증 조절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통증이 심해지면 시상핵에 있는 ‘T-타입 칼슘채널’의 기능이 활발해지면서 통증 감각이 점점 차단되는 것이다. 앞으로 나를 이용해 통증을 없애는 새로운 개념의 진통제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통증 외에도 당신과 관련된 많은 작품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것들인가?

대부분 비극이지만 간질로 의식을 잃거나 아예 식물인간이 되는 상황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유감이다. 몽유병도 깊은 잠이 들게 하는 나의 회로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것이다.
간질 환자의 경우 수면장애를 치료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반대로 잠이 제대로 깨지 않는 것도 문제인데 최근 문제가 되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도 진정제가 아니라 중추신경 흥분제로 잠을 깨워주는 회로를 활성화하면 완화된다. 이외에도 많지만 아직은 다른 뇌 영역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당신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후대의 비평가와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감각과 의식, 뇌질환의 실체가 제대로 평가될 날이 오리라 기대하겠다. 바쁜 시간 중에 인터뷰에 응해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 글·김성진.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뇌교육 매거진 <브레인>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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