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광복절 기념 무대와 무용 발표회, 그리고 크고 작은 공연들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무대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이어질 공연들을 잘 준비하기 위해 나는 잠시 일상을 멈추고 가족과 함께 알래스카로 향했다.
알래스카의 풍경은 장엄했다. 빙하는 침묵 속에 영원을 품고 있었고, 연어들은 마지막 힘으로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끝내 오르지 못하고 강가에 쓰러진 연어들의 몸은 이미 생기를 잃었으나, 그 무리 속에서 오히려 더 큰 빛이 흘렀다. 죽음조차도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숭고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 앞에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여행사에서 함께한 43명의 발걸음 속에서 나는 홀로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모두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웃음을 나눌 때, 나는 책장을 펼쳤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종이 위의 문장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세계를 열어젖히는 일이었다. 그 고독은 무대와 같았고, 그 위에서 나는 춤추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났다.
여섯 권의 책을 완독했지만,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이었다. 누구나 알지만 정작 끝까지 읽는 이는 드물다는 책. 이번 달 낭만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이기도 했던 『햄릿』 속으로 나는 깊이 빠져들었다. 중학교 시절의 햄릿은 단순히 결단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왕자였다. 그러나 지금 다시 만난 그는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영혼의 무게를 짊어진 존재의 실체였다. 아마도 내가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 보이는 것도 달라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심연이 이제는 내 앞에서 선명하게 열리고 있었다.
햄릿의 대사들은 내 몸 속에서 춤으로 되살아났다. “약하도다, 그대 이름은 여자.”라는 구절은 내 팔이 부드럽게 뻗다 꺾이며 무너지는 장면으로 다가왔고,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앞으로 내디뎠다가 다시 주저앉는 발걸음으로 겹쳐졌다. 마지막 “침묵만이 남는다.”는 정적 속에 팔을 내리는 나의 모습으로 남았다.
빙하의 침묵 위에
연어는 몸부림치며 강을 거슬렀다.
끝내 오르지 못한 몸들 위로
숭고한 빛이 흘렀다.
나는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43명의 발걸음 속에서
나의 길은 홀로 달랐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내 안의 무대가 열렸고
햄릿의 목소리가 춤이 되어
내 몸을 흔들었다.
책은 춤이었고
춤은 책이었다.
그 둘이 맞닿는 곳에서
나는 가장 나다운 나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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