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 隨筆] 책 사이에 남겨진 마음

2026.01.21

[내 마음의 隨筆]


책 사이에 남겨진 마음


책을 펼칠 때마다 나는 먼저 한 물건을 만난다. 문장보다 앞서, 생각보다 먼저 손끝에 닿는 얇은 책갈피 하나. 그것은 책 속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머무는 문턱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갈피가 선물이었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분명한 의미로 다가온다.


책갈피는 말이 없다.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묻지도, 서두르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떠난 자리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에도 마음이 급해지지 않는다. 중단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돌아올 자리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이 작은 물건은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책갈피를 건네준 사람의 얼굴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열심히 읽어라”라는 말도, “이 책이 좋다”는 설명도 없었다. 그 대신 그는 내가 책과 함께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읽다가 멈추어도 괜찮고, 잠시 잊어도 괜찮지만, 언젠가는 다시 페이지를 펼치기를—그 조용한 바람이 금속의 차가운 표면 속에 스며 있는 듯하다.


독서는 흔히 유용성으로 설명된다. 지식을 넓히고, 사고를 훈련하고, 삶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는 독서는 그보다 훨씬 ‘느리고 개인적인 일’이다. 한 문장을 읽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의미를 붙잡지 못한 채 몇 페이지를 되돌아가는 순간, 어떤 문장에서 이유 없이 오래 머무는 일. 독서는 그렇게 ‘속도를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깊어진다.


그때마다 책갈피는 사유의 숨결을 이어준다. 생각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독서가 단절이 아닌 연속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그래서 이 책갈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독서가 삶의 리듬 속에 스며들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약속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감사도 함께 읽는다. 문장 너머로 누군가의 마음이 겹쳐지고, 그 마음이 다시 나를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만든다. 독서는 혼자 하는 일이지만, 그 시작에는 언제나 ‘타인의 배려’가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책을 덮으며 책갈피를 끼운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남겨진 것은 읽다 만 문장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마음,’ 그리고 ‘독서가 삶을 지탱하는 방식에 대한 조용한 확신’이 그곳에 함께 머문다. 책은 다시 열릴 것이다. 그때도, 이 책갈피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


2026. 1. 20. 

崇善齋에서


{솔티}


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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