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5회] ‘혁명적 정화’의 길

2018.12.05

박근혜 대통령을 축출하는 2016년 겨울의 시민혁명은 진행형이다. 


불법무도한 권력자를 합법적으로 퇴진시키려다보니 연달아 촛불을 든 국민이 힘겹고 시간이 걸린다. 합법성과 도덕성을 모두 상실한 박근혜는 버티기 작전으로 국력을 쇄진시키면서 국민이 지치고 어떤 계기가 오면(만들어서) 반전을 도모할 꼼수를 노릴 것이다. 일제강점기 이래 1세기 이상 지배해온 수구세력의 힘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오늘 우리에게 중대한 가르침을 준다. 

한국사는 창업ㆍ쿠데타ㆍ역성혁명ㆍ반란ㆍ반정 등을 모두 겪었으나 한번도 ‘혁명적 정화’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구사대세력이 시대가 바뀌어도 항상 지배세력으로 군림해왔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주최로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8일 정오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정문에서 '박정희 바로 알리기 국민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족문제연구소의 정략적 목적에 의한 친일조작, 역사왜곡 중단과 민족문제연구소 해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여기에는 국민성의 문제도 따른다. 

동학혁명, 3ㆍ1혁명, 4ㆍ19혁명, 6월항쟁 등 반봉건ㆍ반외세ㆍ반독재 저항의 에너지가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이를 넘지 못하고 그때마다 ‘미완성혁명’으로 주저앉고 만 것이다. 동학혁명 당시 남북접이 더 일찍 힘을 모아 경성으로 진격했다면, 3ㆍ1혁명 때 더 힘차게 일제와 대결했으면, 4ㆍ19와 6월항쟁 당시 독재자를 시민들의 손으로 처벌했으면 이후의 정치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평화지향적이고 인정이 많은 우리 국민이어서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물러갈 때 전송하고 이승만이 하야할 때나 박정희의 장례식 때 연도에 몰려나와 눈물을 흘렸다. 전두환이 백담사에 은거할 때는 불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 중에는 부모가 둘 다 총맞아 죽어 ‘안스러워’ 찍었다고 한다. 잘못 든 도끼는 자신은 물론 선량한 이웃의 발등을 찍는다. 

 

인간적인 동정심과 연민은 물론 소중하다. 

하지만 역사적 심판이나 공의적 행위는 감성보다는 이성적 판단으로 냉철하게 선택해야 정의가 실현되고 역사가 전진한다. 우리는 그동안 친일파 청산, 독재세력 심판을 하지 못하다 보니 민족정기가 증발되고 사회정의가 실종되고 말았다. 반민족ㆍ반민주세력은 위기에 몰리면 용서ㆍ화합을 내세워 국민의 정서에 영합하는 척 하다가 기회를 잡아 다시 권력을 장악하여 민주주의를 짓밟고 국정을 농단한다. 우리가 늘 지켜봐온 시나리오다. 

 

지금 진행중인 시민항쟁은 ‘이중혁명’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동안 자행된 역사적 퇴행과 반민주성을 바로잡은 정치적 권력교체와 더불어 이참에 역사적인 ‘혁명적 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부패한 정치권력 뿐 아니라 정경유착의 재벌, 권력의 하수기관이 된 검찰과 국정원, 족벌신문과 공영방송, 교과서까지 왜곡하는 관료집단 등 국민이나 국가보다 부패권력에 기생해온 비대화한 ‘권력기관’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머잖아 또 한번 역사가 반복되는 참담함을 겪게될 것이다.

 

박근혜의 퇴진만으로 역사가 바로잡히지 않는다. 당장 그들이 쏟아낸 토사물의 처리도 힘든 상황이지만, 다시 맞기 어려운 위대한 시민혁명의 역량으로 이번에는 기필코 수십년 켜켜히 쌓인 반민주 반공화국의 토사물을 제거하는 ‘혁명적 정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촛불이 꺼질수는 없다. 

과거처럼 저항의 막판 임계점에서 주저앉게되면 실패의 역사가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과거가 미래를 잡아먹는 구조가 계속되고 지배층이 전쟁을 일으키면 피지배층이 전투에 나가는 비극이 반복될 것이다. 


“역사적 기회를 선용하지 못하면 역사의 보복을 당한다.”(헤롤드 라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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