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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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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1

지난달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대상)을 차지하며 코믹스 기반 영화 최초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신기록을 세우더니, 흥행도 거침없다. DC 코믹스의 영웅 배트맨의 숙적이자, 악당 조커의 기원을 그린 영화 ‘조커’(2일 개봉, 감독 토드 필립스) 얘기다. 북미를 비롯한 세계 각지 극장가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선 개봉 2주 만인 15일, 401만 관객을 돌파했다.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했던 ‘다크 나이트’(2008)의 417만 관객을 넘어 역대 조커 출연 영화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등의 감독들이 재해석한 기존 ‘배트맨’ 시리즈에서 이보다 더 악랄할 수 없었던 조커가 이 영화에선 좀 다르게 그려진다.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련한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어떻게 조커가 되고 말았는지, 분노한 폭동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됐는지, 영화를 보노라면 그 비참한 감정에 빨려들고 만다. 관객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담시의 최악 테러리스트 조커를 연민할 날이 오다니 세상에, 이보다 더 소름 끼치는 일이 있을까. “조커가 만들길 원했을 바로 그런 영화다.”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의 평가였다. 

 

그의 이런 열연은 사실 꽤 뿌리가 깊다. 특히나 망가진 영혼을 연기하는 데는 장인급이랄까. 아역부터 출발한 그가 재발견된 영화로 평가받는 ‘글래디에이터’(2000)를 떠올려 보라. 입가를 이죽대며 시기심에 사로잡힌 폭군 황제 코모두스의 비뚤어진 영혼까지 완벽히 표현한 게 벌써 19년 전의 일이다. 이 영화를 비롯해 그가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호명된 ‘앙코르’(2005) ‘마스터’(2012) 그리고 2년 전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너는 여기에 없었다’까지, 그가 호평받은 연기엔 대부분 음울한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이레셔널 맨’(2015)에서 살인을 저지르며 잃어버렸던 삶의 활력을 되찾는 철학 교수 에이브를 그보다 더 감칠맛 나게 연기해낼 배우가 있었을까. 여기에 살얼음을 밟는 듯한 불안정한 내면과, 이를 애써 누르는 듯한 자조적인 웃음까지.   

 

과장을 조금 보태면, 그가 전작에서 맡은 캐릭터들은 마치 이번 조커의 탄생을 향해 온 우주가 놓은 징검다리처럼 느껴진다. 특히 영화 ‘마스터’ 속 괴팍한 사내 프레디 퀠은 샴쌍둥이라 해도 좋을 만큼 이번 조커와 닮은 점이 많다. 오죽하면 ‘조커’ 티저 예고편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1950년대의 프레디 퀠이 나이를 먹어 1970년대 아서 플렉이 된 듯하다”(프리시네마나우)는 반응이 나왔을까. 미국에선 두 영화의 예고편을 마치 한 작품인 것처럼 편집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목하야 ‘마스터(Master‧주인) 조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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