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추석 보름달을 보면 생각나는 것들

2021.09.23

미국달은 매년 조금씩 자라나 보다. 엊그제 보았던 추석날 보름달은 작년보다도 더 크게 보였다. 고향땅에서 보았던 상큼하고 예쁘게 보이던 그 보름달이 아니다. 세파에 물들고 때묻은 내마음 처럼 올해에 본 미국 추석 보름달은 주름살마져 길게 늘어져 얼룩져 있는 모습이다.


우리집은 아버님이 장손이였기에 일년에 제사를 14번 이상을 지냈다. 설날 추석날을 합하면 1년에 16번 이상의 제사를 치럿다. 그것도 꼭 자정을 넘긴 시간인 1-2시 경에 지내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했다. 매번 하루 종일을 바쁘고 정성스럽게 제사 음식들을 마련하시던 어머님의 제사 음식중에서 제삿상이 물려지고 난 뒤에 집안 식구들끼리 나누어 먹던 고사리가 곁들여진 콩나물 비빔밥을 좋아했다. 가끔은 곤히 잠들어 있는 나를 제사 지내게 깨우라는 어른신들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를 둘러대며 그대로 잠자게 두시던 어머님이셨지만 비빔밥을 유난히 좋아하던 내가 눈에 밟혀서 제사가 끝난 뒤 제삿 음식을 먹을때에는 꼭 나를 잊지않고 깨우시던 어머님이셨다. 그런 우리 집안의 제사 풍습은 70년대 초까지 이어지다가 제사의 주체가 형님에게로 옮겨지면서 변화가 있었다. 한 밤중에 지내던 제사 시간을 밤 9시경으로 바꾸었고 제사를 모시는 조상님들도 직계 2대로 조정을 해서 제사 횟수를 줄였다. 그런 몇년후 나는 미국으로 왔다.

 

엊그제께 추석에는 추석 차례상을 지내시는 팔순의 한국의 큰 형님께 명절 안부전화를 드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고향땅에 뭍히고 싶으니 내 산소 자리 하나 미리 마련 해 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형님 말씀은 집안 산소 자리는 고향 문중땅에 이미 딱여져 있으니 산소 자리 하나 마련하는 것은 문제 없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시골 고향땅의 산소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그게 문제라고 하시면서 형님께서도 그곳에 뭍힐지 아니면 조성되어 있는 일반 묘지에 뭍힐지를 고민 중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부모님과 형제들의 산소 옆에 뭍히고 싶은 내 바램과는 사뭇 다른 한국의 현실 정서에 움칠했다.


십오륙년전 어머님 장례식때 보았던 조상분들이 뭍혀있던 고향땅의 집안 산소터는 경관이 참 좋았다. 

뒷쪽에는 가야산이 웅장하게 떡 버텨 서 있고 산 밑쪽에는 청렴의 가천 시냇물이 흐르고 있고, 조금 거리는 있지만 맞은편에는 나무가 무성한 집안 종손땅인 까치산이 자리해있기에 한눈에 봐도 경관이 빼어난 산자락이 였다. 까치가 유난히 많이 서식을 해서 까치산으로 불려졌고 나무가 너무 무성해서 산자락을 오르기가 무서울 정도로 위엄을 자랑하는 까치산은 몇년 전 사드배치의 제3의 장소로 오르내리던  바로 그 산이다.

 

어린 시절 매일 아침 눈만 뜨면 바로 눈앞에 크다랗게 닥아서있던 가야산은 때묻지 않았던 동심의 추억들 때문에 아직까지도 내 삶의 가이드가 되고있다.

이제껏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멋졌던 여행은 국민학교 6학년때 걸어서 갔던 1박2일의 해인사 수학여행이였다. 그저 1박을 하는 여행이라는 말에 마음 설래여서 가야산 산자락을 한나절을 훌쩍 넘게 걸어서 갔지만 피곤하기는 커녕 상쾌하기만 했던 소풍겸 여행이었다. 물론 돌아올때는 버스를 대절해서 다른 길로 왔지만 가야산 자락을 걸어서 갔던 수학여행은 지금도 나를 웃음짓게 한다. 그런데 그때 점심 도시락을 먹었던 언덕자리에는 관광호텔이 들어서 있고 제각기 다른 모습들을 하고있던 들꽃들을 꺽어가며 교가를 합창 하면서 걸어갔던 그 오솔길은 아스팔트가 깔려진 2차선 도로로 바뀌어서 관광버스가 쌩쌩 달리고 있었다.

세상은 이리도 변하고 있는데 고향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아직도 예전 그대로 간직되어있다.

추석에 본 보름달이 옛적 고향에서 본 보름달과는 조금도 닮지 않음을 느끼는 마음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닌것 같다. 타향의 보름달을 보며 고향의 옛모습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노래한 곡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꼭 나의 마음을 읽어주는 노래 같아서 다시한번 듣고싶다. 


호수와 아름다운 섬이 많은 나라 아이랜드 (Ireland)

아이랜드 전통 음악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련해 지는 곡들이 많다. 감미로우며 정겹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듣기가 애처로울 때도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수난을 겪은 민족이지만 감정이 풍부하고 정이 많은 아이랜드 사람(Irish)들은 우리의 정서와 닮은 점이 많은것 같다. 그들은 또한 우리들 처럼 한이 많기에 그들이 즐겨부르는 노래속에는 절절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담겨 있다. 

그런 노래 중에 한 곡이 바로 아일랜드 포크송인 Isle Of Innisfree 이다. 


Charlie Landsborough - Isle of Innisfree


타향 땅 어느곳에 있어도 고향 이니스프리 섬의 파도 소리를 듣는다는 예이츠(W.B. Yeats)의  시 The Lake Isle of Innisfree 에서 정감을 받아서 Richard Farrelly 가 가사를 쓰고 Bill Douglas 가 곡을 쓴 이 노래는 도시의 지붕 위로 뜬 달을 보며 예전 고향에서 보던 그 정취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잠시나마 고향으로 되돌아가 여러 풍경들을 꿈꾸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는 내용의 아일랜드 포크송이다. 

Innisfree는 Ireland의 sligo 지방의 Lough Gill 호수에 있는 아름다운 작은섬이다.

살아 생전에 아일랜드의 이니스프리 섬과 지중해 연안의 바베도 섬에는 곡 한번 들려보고 싶은 바램이다.



Isle Of Inisfree  

 

I've met some folks who say that I'm a dreamer

And I've no doubt there's truth in what they say,

But sure a body's bound to be a dreamer

When all the things he loves are far away.

 

And precious things are dreams unto an exile;

They take him to a land across the sea,

Especially when it happens he's an exile,

From that dear lovely Isle of Innisfree.

 

And when (I watch) the moonlight peeps across the rooftops

Of this great city wondrous though it be,

I scarcely see its beauty or its magic;

I'm once again back home in Innisfree.

 

I wander o'er green hills and dreamy valleys

And find a peace no other land could know;

I hear the birds make music fit for angels

And see the rivers laughing as they flow.

 

And then into a humble shack I wander

My own sweet home, and tenderly behold,

The folks I love around the turf fire gathered

On bended knees their rosary is told.

 

But dreams don't last, though dreams are not forgotten

When we are back to stern reality,

And though they pave the footpaths here with gold-dust,

I still would choose my Isle of Innsifree.

 

 

이니스프리 섬

 

제가 몽상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 왔어요

저는 그분들의 말씀에 진리가 있음을 의심치 않아요.

아니 소년이 몽상가일 수밖에 없지요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저 멀리 두고 홀로 떠나왔다면요.

 

그래요 객지생활에서 소중한 것은 꿈이지요

사람들이 그를 바다 건너 육지에서 일하도록 데려가니까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이니스프리 섬으로부터 말이에요.

소년이 멀리 떠나게 되면 더욱 그렇지요.

 

이 거대한 도시의 지붕들 너머로 달빛이 비쳐오기 시작할 때는

놀랍기도 하지만 나는 도시에서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움을 거의 보지 못해요.

나는 꿈속에서 이니스프리의 내 집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지요.

 

나는 푸른 언덕과 꿈 같은 골자기를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다른 땅에서는 알지 못하는 평화를 발견해요.

나는 천사들에게 들려주면 알맞을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어요

그리고 생기 넘치게 흐르는 강물의 미소 지음을 보아요.

 

그리고 초라한 오두막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지요.

즐거운 내 집으로 들어가 다정하게 둘러보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토탄 불 주위에 모여

무릅 꿁고 하느님께 묵주기도를 드리지요.

 

하지만 꿈을 꾸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해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시 되돌아 왔을 때

비록 그리운 꿈들이 잊혀지진 않는다고 해도 말이에요

여기 도시가 사금(砂金)으로 사람 다니는 길을 포장한다고 해도


그래도 나는 내 그리운 이니스프리 섬을 택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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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랜드의 정통음악은 5음음계를 사용한다. 실제로 연주해 보면 7음음계이고 F코드나 B코드도 버젓이 등장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중세말에서 근대에 악보 없이 민간에 떠도는 선율을 영국인이 악보로 기록할 때 잘못 옮겨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악보를 사용하다보니 7음음계로 연주하면서도 5음음계 느낌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런지 5음음계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민요와 비슷한 느낌의 곡도 제법 많다. 여기에 더해 아일랜드와 우리나라의 역사가 놀랍도록 닮아 있고, 영국과 일본이라는 외세로부터 핍박받고 착취당한 눈물의 역사까지 고려한다면, 아일랜드 포크 음악이 감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일랜드(Ireland)가 겪었던 지난 800년간 영국에게서 받은  핍박과 착취의 쓰라린 역사 속에서 태동된 그들의 전통음악 중에는 독립군가조의 음악이 많다. 비단 아일랜드 독립운동 기간에 불려졌던 노래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진 IRA의 무장 투쟁과 같은 아일랜드 독립 이후의 일련의 양국 간 충돌과도 관련이 있다. 그들의 노래중에는 잉글랜드 제국의 핍박과 착취에 저항하며 밝은 미래, 곧 광복에 대한 희망을 품은 노래들이 많다.


아이랜드 민요곡이라고 하면 언듯 생각나는 곡이 데니보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Danny Boy 는 아이랜드 민요가 아니라고 그들은 생각을 한다. 이유는 엄밀히 따지면 Danny Boy는 아일랜드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Danny Boy는 가락만 [Londonderry Air]라는 북아일랜드 전통 가락이고, 가사는 아일랜드와 철전지 원수인 잉글랜드 사람 프레드릭 웨덜리(Frederic Weatherly, 1848~1929)가 1913년에 작사했기 때문에 결코 아일랜드 노래가 될 수 없다고 그들은 생각하고있는 것이다. 때문에 진짜 아일랜드 포크 가수들은 Danny Boy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쩌다가 부른다 하더라도 앨범 트랙 수 채워넣기용으로나 부르지 결코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하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긴 아일랜드 본토 사람들에게는 Danny Boy는 자기네들을 800년 동안이나 철권 통치한 철전지 원수 잉글랜드 노래인데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이다.


아이랜드의 포크음악중에는 포근하게 느껴지는 음악들도 많이 있는데 이는 그들이 사용하는 악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아일랜드 포크음악을 논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악기가 있는데, 바로 틴 휘슬이다. 틴 휘슬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플루트도 자주 쓰인다. 아이리시 플루트라 하여 틴 휘슬과 같은 방법으로 운지하는 아일랜드식 플루트가 있지만, 클래식 플루트가 의외로 널리 쓰이는 듯하다.

아일랜드 포크음악에서 (틴 휘슬은 빼고) 가장 중요한 악기는 당연히 기타이다.

기타 다음으로 널리 쓰이는 악기는 놀랍게도 미국 악기인 밴조이다.

하모니카도 굉장히 널리 쓰인다. 코드를 잡는 데 쓰기도 하고, 멜로디 연주에 쓰기도 하는데, 대체로 트레몰로나 크로매틱보다는 10홀짜리 벤딩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를 주로 쓴다. 이탈리아 악기인 만돌린도 굉장히 널리 쓰인다. 

아이랜드의 전통음악중에는 군가와 같은 경쾌한 음악도 있지만 그들의 지나온 조상들의 삶을 반영이라도 하듯 애처롭고 감미로운 곡들도 적지않다.


Foster & Allen - Isle Of Innisfree

Orla Fallon - Isle Of Innisfree


Irish Medley - James Galway & Vincent Fanuele. by MusicaGradev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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