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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재앙이 복이 된다.

2020.02.07



                   재앙이 복이 된다.  

    

 轉禍爲福(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일이 계기가 되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김을 이르는 말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한국계은행의 지점장으로 일하시던 오 여사님이 필자를 찾아 신년운세를 물으셨다. 필자가 오 여사님의 신년운세를 쾌(卦)로 짚어보니 ‘몽지박’의 쾌(卦)가 짚혔다. ‘가물었던 땅에 흡족한 비가 내린다.’는 의미여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귀인을 만날 수 있으며 승진 할 수 있는 좋은 운세입니다. 올해 기대해 볼 만한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라고 설명해 드렸다. 기대에 찬 기쁜 표정으로 오여사님은 자리를 떴다. 그리고 몇 달 뒤 오 여사님이 급히 필자를 찾았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필자를 매섭게 한동안 째려보더니 “올해 저한테 승진 운이 있을 거라고 하셨죠?”라고 다그친다. 필자가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예! 제가 그렇게 말씀 드린 걸로 기억합니다!”라고 답하니 오 여사님, 기막히다는 표정이더니 “지금 내가 직장에서 막 짤리고 오는 길입니다. 뭐 어째요? 승진 한다고요? 내가 참 기막혀서…”라고 쏘아붙인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이렇게 민망한 자리가 끝나고 나서 필자도 스스로 참 속이 상했다. 오 여사님은 필자에게 각별히 잘 대해주시던 고객분 이여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 여사님이 다시 필자를 찾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예전의 그 공손했던 태도를 되찾은 모습으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시며 “전에 선생님한테 너무 무례하게 굴어서 참 미안합니다! 며칠 전에 다시 취직이 되었어요. 전에 모셨던 상사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이분이 모 은행의 행장으로 막 부임하셨는데 예전에 손발이 잘 맞았던 제 생각이 나서 한번 연락해 보려던 참 이였는데 마침 제가 놀고 있다고 하니 반색을 하시며 같이 일해 보자고 하시지 뭐예요! 재무 책임자 자리가 비어있어 적임자를 찾고 있던 중이래요! 규모는 비록 작은 은행이지만 부 행장급 자리이니 선생님 말씀대로 승진을 하게 된 셈이지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신다. 


 정말 다행 이였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이렇듯 지금 당장은 큰 불행처럼 보이던 일이 오히려 거꾸로 복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을 보게 되기도 한다.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정조는 아들 복이 없었다. 후사를 생산하지 못해 종실과 조정대신들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효의 황후가 후사를 생산하지 못해 뒤이어 후궁으로 들인 선빈 성씨가 낳은 문효세자 마저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정조의 고모부 되는 박명원이 누구보다도 후사문제를 더 걱정했다. 박명원은 영조의 고모인 화평옹주의 남편 이였다. 박명원에게는 사촌 조카딸이 하나 있었는데 인물도 좋고 예의도 바른 숙녀였다. 명원은 이 조카를 염두에 두고 정조에게 은근히 이 조카를 천거했다. 정조의 내락을 받은 명원은 뛸 듯이 기뻐 즉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사촌동생을 불렀다. 


 사촌동생을 보자마자 명원은 “이보게 아우, 우리 집안에 경사 났네!”하자 아우는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묻는다. “자네 딸이 후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네! 자네가 임금의 장인이 된다는 말일세!”라고 한 뒤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자 예상외의 반응이 나왔다. “절대 안 됩니다. 임금의 후궁이라는 자리가 아들을 낳지 못하면 평생 찬밥신세인데 딸아이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주상은 아들 복이 없는 팔자 같은데 나는 죽어도 딸을 그런 자리에 보낼 수 없습니다!”라고 반대했다. 아우도 영조의 아들 복 없음을 익히 보아 왔기 때문 이였다. 이런 저런 말로 설득해도 아우가 요지부동이자 박명원은 당황했다. 임금에게 철떡 같이 신부감을 천거하겠노라고 한 약속이 있는데 이렇게 되니 낭패였다. 여름 장마철이여서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우울하게 내리는 비처럼 명원의 시름은 깊어갔다. 


 이때 하인이 와서 “대감마님 전라도 여수에서 박생원이라는 분이 오셔서 대감마님을 뵙고자 청합니다!” 박생원은 전라도 여수에 사는 명원의 먼 친척뻘 아저씨 되는 이였는데 영락한 집안이어서 명원은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친척 이였다. 가끔 돈푼이나 얻으러 오는 양반이라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아저씨 한양에는 웬일입니까?”라고 물으니 장마 통에 집이고 땅이고 다 쓸려 내려가 버려 어쩔 수 없이 하나있는 딸네미 데리고 무조건 상경을 했다는 거였다. 홀아비신세로 어린 딸 하나와 겨우 입에 풀칠을 하다 이런 낭패를 당했으니 눈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 한다. “아저씨에게 딸이 있었습니까?”물으니 방년 19세인데 집안이 어려워 혼기를 놓쳤다고 한다. 조카뻘인 명원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주막에 딸을 임시로 맡겨 놓고 홀로 찾아온 참 이였다. 박명원은 반색을 하고 딸을 당장 데려와 보라고 채근했다. 


 명원은 그 딸을 보고 입이 그만 딱 벌어졌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캐낸 기분 이였다. 너무도 아리따운 얼굴에 자태마저 고왔던 것이다. 거기다 목소리마저 깨끗하고 예의바른 처자였다. 명원은 즉시 입궐하여 정조에게 고하고 규수의 입궐을 청했다. 정조가 물었다. “말썽 없는 집안이요?” “집안이 한천한 것이 흠이지만 신과 같은 집안으로 뿌리 있는 가문입니다.” 정조의 허락을 받고 입궐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명원의 부인 화평옹주가 규수에게 궁중법도를 가르쳤다. 박생원은 뜻밖에 횡재에 믿어지지 않아 제 볼을 시도 때도 없이 꼬집어보았다. “아저씨 이제는 시골 농사꾼이 아닙니다. 어엿한 임금의 장인이시니 언행에 각별히 조심하십시요!” “알겠네! 홍수에 집이고 땅이고 다 쓸려 가버려 눈앞이 깜깜했는데 아이고~ 이렇게 복이 오려고 그랬나보지 뭔가!” 


 날짜를 잡아 박규수가 입궐했고 정조는 박규수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다. 정조에게는 세 번째 부인이 탄생하는 순간 이였다. 시골처녀는 운 좋게 왕자를 생산하여 수빈이 되었다. 이 수빈 박씨의 배에서 태어난 왕자가 조선 23대 순조임금이다. 수빈 박씨나 아버지인 박생원으로서는 이야말로 전화위복이었다. 이렇듯 세상일은 알 수없는 것이다.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일을 세상에 수없이 많다. 필자도 18년간 수많은 이들을 상담을 해오며 이런 예를 수없이 보아 왔다. 일희일비(一喜一費)하지 말고 담담하고 의연하게 사는 자세가 필요함을 깨우쳐주는 예(例)들 이였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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