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udowon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043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적반 하장

2024.03.08



               적반 하장


  하숙집에서 집을 지키는 늙은개가 한마리 있었다. 이개는 젊어서는 동네가 좁다고 여기저기 구석구석 안후비고 다닌곳이 없을 정도로 오지랖이 넓었다. 집에는 암캐와 새끼들도 있었지만 살피기는 커녕 이웃집 암캐들과 홀레 붙기에 바빴다. 맛있는 먹이가 생기면 집에 물고 오기는 커녕 혼자 처먹기 바빴다. 이러던 늙은 놈이 나이를 먹자 이동네 저동네 돌아다닐 힘도 없고 젊은 개들이 나타나 물어 뜯자 대항할 기력도 없어 집으로 기어 들어왔다. 집에 와서는 뭐가 잘났다고 맛있는 먹이는 혼자 처먹으려 하고 암캐와 새끼들이 자신을 위해 주지 않는다고 노상 으르렁 거린다. 늙은 놈이 드디어망령이 난것이다. 그래도 착한 주인을 만났으니 집앞을 지키라는 임무를 맡는다. 개 경비 초소도 조그맣게 지어주니 갑자기 벼락 감투를 쓴 것처럼 세상이 돈짝만해 보였다. 드디어 완장을 찬것이다. 


하숙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이개를 아는 체하고 가끔 먹이도 던져주자 이 늙은 개는 사람들이 자신을 존경해서 자기를 대우해 주는 것이라 믿고 우쭐해졌다. 그래서 크게 짖기 시작했다. 자신을 더 존경하고 무서워 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급기야 자신이 이집의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집에오는 손님들에게 으르렁 거리고 쫓아내기 시작한다. 하숙집 하숙생들 에게도 자기를 존경 하라고 으르렁 거리니 그꼴 더러워서 많은 하숙생이 집을 나가고 말았다. 이곳.저곳 빈방이 많아지자. 하숙집 주인은 경제난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파산하게 된다. 주인은 하숙집을 비우고 떠나야 되니 늙은 개보고 나가라고 요구한다. 늙은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집주인인 자신을 함부로 나가라고 하니 기가 막혔다. 그래서 늙은 놈 주제에 한껏 힘을 내서 하숙집 주인의 발뒤꿈치를 물었다. 늙은 미친개에게 물린 하숙집 주인은 더 기가 막혔다. 그래서 몸둥이로 그놈을 때려 죽였다. 발뒤꿈치를 물렸으니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어마어마한 착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자신의 도리는 전혀 하지않고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사람들. 자신이 하면 로맨스 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하지 상대방의 감정이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우기는 사람등등, 너무도 비합리적인 자신만을 위한 편리한 사고를 지닌 이들이 너무도 많다. 필자가 아는 K씨는 60대 후반의 남성분이다. 젊은 시절 잘생긴 외모와 시원시원한 성격에 언변이 좋아 여성들로 부터 인기가 많았고, 수없이 많은 여성편력을 자랑 했다. 이런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가정에는 소홀해서 마누라와 자식은 안중에 없고 자신만을 위하고 자신의 즐거움이라면 어떤일도 마다 않는 극단적 이기주의 자였다.  젊은시절 여기저기 떠돌다가 원양어선 배를 타게되었고 30년전 쯤에 무작정 배에서 내려 미국땅을 밟는다. 어려서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 보이하며 미군신발도 닦아주고 심부름도 하면서 약간 익힌영어가 정착에 큰도움이 되었다. 미국에 와서도 여러가지 일을 하였으나 특유의 불성실 성으로 한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여행가이드를 하며 한국에서 미국에 여행을 온 부자집 유부녀들을 꼬여 짭짤한 용돈을 받아내서 나름 풍족하게 생활을 한다. 


이러면서도 한국의 처자식은 나몰라라 였다. 영주권이 필요하던 차에 외국여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니 한국은 완전히 빠이빠이였다. 헌데 나이가 70이 가까와지니 문득 고향이 그립고 염치 없게도 처자식도 그리웠다. 그래서 큰맘먹고 한국에 갔다. 

옛날 고향집을 찾아 수소문한 끝에 가족을 찾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부인은 평생 수절하고 있었고 자식들은 모두 성장해서 한몫 단단히 하고들 있었다. 특히 큰아들의 경우 자수성가하여 큰건설회사 를 운영하는 준 재벌급의 인사가 되어 있었다. K씨는 땅을 치고 한탄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것이 아니라 이런사실을 진작에 알았으면 미국에서 그 고생(?) 안하고 자식덕에 편하게 떵떵거리고 살았을 터인데 이제야 안것이 너무 억울했다. 


아들과 처음 재회 했을때 아들을 붙들고 울음을 터트린 것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이런 억울함(?)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K씨의 몰염치한 마각이 드러난다. 아들 회사앞에 진을치고 앉아서 미국생활하며 하던 경비경험을 살려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큰소리 치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영업에 큰지장을 받게 된 아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큰 용돈을 집어 주며 제발 미국으로 다시 나가시라고 사정한다. 이제 일년에 한번씩 꼭한국에 나가 아들 협박해서 돈 뜯어먹는 재미에 푹빠진 K씨 인생의 낙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다가 아들 회사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쓰러지고 아들의 용돈을 못받게 되자 K씨 발악을 한다. "이놈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애비한테 이모냥이냐 천하에 호로자식 같으니라구!" 필자는 자신의 도리라고는 눈꼽만치도 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K씨의 머리속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필자는 상담 과정속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과 사연을 접하게 되는데 참으로 자신에게만 편리한 사고방식을 지닌 K씨와 유사한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보게 된다. 이래서 가끔 씁씁하게 되뇌이는 소리가 "세상 참 별난 인종도 많다" 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