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오는 날,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

2018.06.01




 

비오는 날,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

 

 



1990년대 초,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당시 나는 워싱톤에서 무역회사를 하며 도매상까지 겸하고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기에 큰 무역상들이 많았던 뉴욕으로 올라가 물건 구입을 했다.

당시 뉴욕에는 가방업계 김혁규씨, 쥬얼리업계 박지원씨등 많은 한인 사업가들이 활동할 때였다.   

 

그러던 중, LA 의 메인스트릿(Main St)한인 도매상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LA 메인스트릿이 뉴욕의 브로드웨이(Broadway)보다 가격이 더 좋다는 소문이었다.

 

나는 당장 LA 행 비행기를 탔으며, 그 곳에서 좋은 사업의 동반자까지 만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됐다.  

 

퍼팩트 타임(Perfect Time)의 김사장은 최저 가격으로 내게 시계를 공급해 주기로 약속하는 것이었다.

그가 제시하는 가격은 뉴욕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김사장은 또 웃으며 말하기를,
LA까지 오지 않아도 전화만 하면 새 상품을 좋은 가격에 계속 보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LA 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이라며 한국일보 신문기사를 보여주었다.

사무실 벽에 오려 붙여져 있던 기사에는 김사장에 관한 놀라운 일들이 적혀있었다.

 

나는 이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김사장은 껄껄 웃으며 지나간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김사장은 미국으로 이민와 처음에는 스왑 미트(Swap Meet)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아파트를 나오면 Van을 몰고 스왑 미트가 서는 곳에서 장사를 한 후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 오고.

그래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보는 사람들마다 헬로’, ‘굿모닝등 인사를 건냈다고 한다.

 

그 중, 같은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는 백인 노인 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김사장에게 관심을 갖으며 자주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러던,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날..

백인 노인이 김사장을 자신의 아파트로 불렀다.

 

아파트 식탁에는 007가방이 하나 놓여 있었고, 노인은 천천히 김사장을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미스터 킴, 나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소”.

그동안 당신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소”.

내가 여지껏 모아놨던 돈이 캐쉬로 30만 달러가 있는데, 이 돈을 모두 당신에게 주겠소”.

이 돈을 밑천으로 하여 더 열심히 세상을 사시요!”

 

그는 007 가방을 열어 김사장 앞에 놓고 돈이 맞는가 세어 보라고 말했다. 

가방 안에 가득 차 있는 100달러 짜리 지폐들.

억수로 쏟아 지는 비는 계속 창문을 두드리고

돈을 세는 김사장의 손은 가늘게 떨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사업체가 바로 퍼팩트 타임이다.

당시에 30만 달러는 굉장한 액수의 돈이었다.

 

그러니, 김사장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계를 판매해도 이야기는 되는 듯 했다.

퍼팩트 타임은 싸게 물건을 구입하려는 상인들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붐볐다.

 

LA 에서 돌아온 후에도 나는 계속 시계 주문을 했으며 그는 정확하게 물건을 공급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알고 있는 50명 에게만 이야기 하는 건데, 내게 1,000달러 체크 한 장만 빨리 보내줘?”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할께.”

 

나는 물론 이유를 묻지 않았으며 그날로 체크를 우송해 주었다.

 

한 달 쯤 지난 후, 시계를 주문하려고 전화를 하니 전화가 끊겨 있었다.

옆 가게에 문의 하니 퍼팩트 타임이 사업 부도로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그가 도박을 하러 다녔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나는 김사장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에는..
100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한 장 세고 있는 김사장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쯤, 김사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 곽노은


 

*돈의 액수는 20만 달러, 30만 달러 아니면 40만 달러인지는 제 기억이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일보 기사를 찾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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